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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바이 아메리칸 2.0' 꺼낸 바이든 "관용차 미국산 전기차로 모두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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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우선 구매' 강화하는 행정명령 서명

연방기관 차량 65만대 자국산 전기차로 대체

"부품 절반은 미국산 써야"…미 기업들 "환영"

트럼프의 中 기술기업 제재 기조도 이어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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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성소수자 군복무 규정을 뒤집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방 정부의 미국산 제품 우선 구매법(Buy American Act)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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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 정부가 보유한 차량을 미국에서, 미국 근로자가 만든 전기차로 대체하겠다."

25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방침이다. 연방 정부의 미국산 우선구매 원칙을 담은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행정명령에 서명한 직후다. 취임 이후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노선을 줄줄이 뒤집는 상황에서 '바이 아메리칸'만은 오히려 강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행정명령에 따라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에는 미국산 우선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관리·감독하는 고위 직책이 신설된다. 또 연방기관은 향후 4년간 4000억 달러(441조6400억원)를 투입해 미국산 제품을 더 사들여야 한다.

백악관은 "이번 행정명령은 납세자들의 돈을 미국인 노동자가 미국산 부품으로 만든 제품에 쓰겠다는 보장"이라며 "아울러 '위대한 재건'을 위해 제조업과 노동자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는 약속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에서 한 발 더 나가겠다는 뜻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수백억 달러의 세금이 외국 산업과 일자리 지원에 쓰였다"면서 "우리는 더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 등을 상대로 '폭탄 관세'를 부과하는 등 눈에 보이는 정책을 선호했으나, 바이든 행정부는 4차 산업혁명 추세를 반영해 미국 내 제조업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는 데 힘을 쏟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러스트벨트 표심 받들어 "자동차 산업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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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미국 제조업 부활을 위한 새 행정부의 구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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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언론들은 트럼프에 이어 바이든 대통령도 쇠락한 공업 지대인 '러스트 벨트'의 표심에 힘입어 당선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산업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 인수위 시절부터 자동차 제조는 물론 부품과 소재, 전기차 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에도 노동력과 자원을 투입해 제조업 경쟁력을 되찾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연방정부의 차량을 미국산 전기차로 교체하겠다는 방침과 함께 강력한 부품 산업 지원 의지를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 정부의 구매 조건으로 미국산 부품이 적어도 절반 이상 들어가야 한다며 "50%의 문턱은 높지 않다. 미국산 부품을 더 많이 쓰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미국 제조업의 활력이 과거의 일이라는 말을 단 1초도 믿은 적이 없다”며 “미국 제조업은 2차 세계대전 때 민주주의의 병기고였고 지금은 미국 번영 엔진의 일부이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연방 조달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연방 정부 보유 차량은 약 65만대다. 앞으로 이 차량들을 대체할 때 자국산 전기차를 구매한다는 계획인데,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통해 100만개의 일자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GM 등 美 업체 일제히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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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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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의 발표에 미국 자동차 업체는 일제히 환호했다. GM은 이날 곧바로 "미국 제조업을 지원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약속은 고무적"이라며 환영 성명을 냈다. 포드도 "미국, 미국인, 미국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투자는 국가의 임무라고 믿는다"고 화답했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이날 미 경제 전문지 포천지와의 인터뷰에서 "새 행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은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한다"며 "새 행정부에서 도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미국 현지공장에 아직 전기차 생산라인이 없다. 미국 현지에는 한국과 유럽에서 생산된 전기차를 판매화고 있다.



"중국 기술 탈취 문제 책임 물을 것"



바이든 행정부의 이같은 정책에 주요 교역국들은 '아메리카 퍼스트 2.0'이 아니냐며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자동차에서 시작해 5세대 이동통신, 인공지능 등 4차산업 분야로 '바이 아메리칸'의 범주가 넓혀질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실제로 워싱턴포스트(WP)는 통상 전문가를 인용해 "이날 행정명령은 미국의 무역 이익을 보호하겠다는 뚜렷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스워프래서드 미국 코넬대 교수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교역 상대국들은 미국 새 정부가 더 협력적이고 덜 공격적일 것으로 예상했을지도 모르겠으나 새 보안관(바이든)이 예전 보안관(트럼프)보다 덜 거칠지 않을 것이라는 통보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에반메데이로스 조지타운대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해외 업체들이 더 많은 공장을 미국에 세우도록 독려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럴 수 있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메데이로스는 당시 부통령이던 바이든과도 함께 일했다. 그는 바이든의 외교 정책과 관련해 "미국이 통상정책을 펼 때 미국 중산층과 노동자, 소비자의 이익을 더 증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전통적인 외교 이익을 수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맥락에서 트럼프 행정부 시절 강화된 중국 기술 기업에 대한 견제도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미 국무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데이터를 오용하거나 악용하지 못하도록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중국 IT업체 화웨이와 틱톡에 대한 질문을 받고 "기술은 미·중 경쟁의 중심 문제"라며 “중국은 지적 재산권 절취, 산업 스파이 활동 관여, 기술이전 강요 등 기술적인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어떤 일이라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의 견해는 우리가 더 나은 방어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는 불공정하고,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 중국에 책임을 묻고, 미국 기술이 중국의 군사력 증강을 촉진하는 데 활용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강조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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