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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배영은의 야野·생生·화話] 그래도 ‘인천 야구’ 전통은 살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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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21세기 강팀 SK의 시대

성적·운영·공헌 등 앞장섰던 팀

새 팀 이마트도 새 시대 열기를

중앙일보

지난해 7월 홈경기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는 SK 선수들. 유니폼 중앙에는 ‘인천’이 적혀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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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SK 와이번스는 21세기 KBO리그의 강팀이다. 두산 베어스와 나란히 한국시리즈(KS)에서 네 번 우승했다. 21세기에 그들보다 더 많이 우승한 팀은 삼성 라이온즈(7회)뿐이다.

우승하지 못한 시즌에도 강했다. 준우승만 4회다. 어떤 팀이 20년간 오르지 못한 KS에 8번 올랐다는 의미다. 2000년대 후반 두산과 신흥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SK는 물샐 틈 없는 수비와 과감한 베이스러닝으로 명장면을 연출했다. 2010년대 후반에는 장타 쇼로 팬들 가슴을 시원하게 했다. 2017년에는 한 시즌 팀 최다 홈런(234개) 신기록을 세웠다. 18년에도 여기서 하나 모자란 홈런(233개)을 쳤다. 홈런 군단으로 위용을 떨쳤다.

국가대표 에이스도 배출했다. 2007년 프로에 데뷔한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13년간 SK의 자랑거리였다.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좋은 활약으로 SK의 명예를 드높였다. ‘소년 장사’라는 별명의 홈런타자 최정은 어느덧 선수단의 리더가 됐다. 2년 전 자유계약선수(FA)가 됐고, 6년 총액 106억원에 SK에 남았다. “SK에서 선수 인생을 끝내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그라운드에서만 강팀이었던 게 아니다. SK는 KBO리그에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라는 단어를 처음 도입했다. 일찌감치 “온 가족이 놀러 오는 야구장 문화를 만들자”는 포부를 품었다. SK 홈구장인 인천 문학야구장은 전국에서 가장 먼저 선진화됐다. 매년 획기적인 리모델링으로 더 많은 팬을 끌어들였다. 2016년에는 MLB 구장 전광판보다 큰 초대형 전광판을 도입했다. 4D로 리플레이를 보여주는 ‘빅 보드’는 SK 홈구장의 명물이었다.

이뿐만 아니다. 주변 지역과 상생하기 위한 사회 공헌 활동에 공을 들였다. 다양한 지역 밀착 이벤트와 자선 활동 등 나눔에 앞장섰다. SK 선수들은 기부와 봉사에 앞장서며 선한 영향력을 전파했다. SK는 ‘인천 야구’를 상징하는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 SK가 프로야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과거 인천에 터를 잡았던 삼미 슈퍼스타즈, 청보 핀토스, 태평양 돌핀스 등처럼 말이다. 신세계 이마트라는 새 간판을 달고 새 출발 한다. SK가 인천에서 ‘와이번스’라는 이름으로 쌓아 올린 숫자와 이야기는 이제 ‘과거’로 남게 된다.

25일 처음 전해진 SK텔레콤의 구단 매각 소식은 야구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구단 관계자조차 짐작하지 못했던 일이다. 동시에 위기론도 고개를 들었다. 과거 사라진 야구단이 모두 모기업 재정난으로 어려움을 겪다 매각되거나 해체됐기 때문이다. SK는 그렇지도 않다. 여전히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다. 수도권 한 구단 고위 관계자는 “야구단이 산업으로서, 마케팅 수단으로서 가치를 잃어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현상이 아닌가 싶다”고 걱정했다.

거대 유통 기업 신세계의 KBO리그 입성을 반기는 목소리도 있다. 일상에 깊숙이 침투한 브랜드를 운영하는 기업이기에 더욱 그렇다. 새 구단은 3월 중 네이밍과 엠블럼, 캐릭터를 확정하고 정식 출범한다.

벌써 많은 야구팬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소셜미디어로 몰려들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이마트 피콕스’, ‘이마트 일렉트로닉스’ 등 유머러스한 작명 아이디어가 쏟아진다. “홈구장에 스타벅스부터 입점시켜달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유니폼은 이마트를 상징하는 노란색인가” 등의 질문도 쏟아냈다. 잠잠하던 스토브리그에 재미난 화젯거리가 생겨난 모양새다.

그렇게 SK 와이번스의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팀의 시대가 열린다. 새 팀도 인천에 머물기로 했다. 인천 야구의 전통은 지키게 됐다. 다행이다.

배영은 야구팀장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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