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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내연기관차, 전기차와 오랜기간 공존"… 엔진개발 강화하는 車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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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기관 열효율 개선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 전기차와 경쟁 가능"

도요타가 올해 처음 내수 시장에 100% 전기모터로만 달리는 순수 전기차 C+포드를 출시했다. 그런데 C+포드는 한 번 충전에 최대 150㎞만 달릴 수 있고 출력은 12마력, 최고 속력은 60㎞에 불과해 전기차보다는 근거리 이동수단에 가깝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전환을 서두르는 가운데 세계 1위 업체인 도요타는 유독 전동화 흐름에 빗겨서 있다. 도요타가 내놓은 순수 전기차는 지난해 4월 중국에서 출시한 C-HR 1종뿐이다. 대신 도요타는 전기모터와 엔진을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홍보를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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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가 올해 일본 국내에 출시한 순수 전기차 C+포드./도요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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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의 이런 전략은 도요타 아키오 회장의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일본자동차공업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도요타 회장은 지난해 12월 기자회견에서 도쿄 정부가 2030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를 검토하는 것에 대해 "자동차 업계의 비즈니스 모델이 붕괴될 것"이라며 "이대로면 일본에서는 차를 만들 수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도요타가 전기차 전환에 소극적인 이유는 하이브리드차 시장에서 강력한 패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1997년 프리우스를 출시하며 세계 최초로 하이브리드차를 양산했고, 전 세계 친환경차 수요가 늘면서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차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상당 수준을 점유하고 있다.

도요타는 배터리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길지 않은 데다 배터리 가격이 너무 높아 전기차가 미래차 시장을 주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 각국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하면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는 소비자는 일부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하이브리드차를 전기차 전환을 위한 중간 단계로 보지만, 도요타는 글로벌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과정에서 하이브리드차가 전기차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이후 도요타가 목표로 하는 친환경차의 최종 목적지는 수소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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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아키오 회장은 일본 정부가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하면 “자동차 업계의 비즈니스 모델이 붕괴될 것”이라며 “이대로면 일본에서는 차를 만들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도요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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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의 친환경차 전략은 앞으로 환경 규제 대상이 단순히 자동차 배출가스량이 아니라 에너지 생산에서부터 차량 구동에 이르는 전 과정, 이른바 ‘유정에서 바퀴까지(well to wheel)’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예를 들어 전기차는 운행 시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지만,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한 전력을 얻는 과정(자원 채굴과 석탄·가스·재생에너지 발전, 송·배전 등)에서 오염물질이 배출된다. 도요타 회장이 "일본은 화력발전 비율이 높기 때문에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전환한다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없다"고 말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전력 생산을 원자력 발전이나 재생에너지로 100% 대체하지 않으면 단순히 내연기관차를 퇴출시킨다고 해서 온실가스가 줄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전기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하고 있지만, 열효율을 높인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전기차와 공존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내연기관과 전기차 생태계를 균형 있게 발전시켜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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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기관 엔진 이미지./현대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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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각국 정부와 글로벌 업체들은 탈(脫)내연기관차를 선언하면서도 가솔린 엔진에 대한 연구개발은 강화하고 있다. 핵심은 열효율을 높이고 배출가스를 줄이는 것이다.

일본은 내연기관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필수 과제로 선정한 SIP(Strategic Innovation Promotion) 프로젝트를 통해 열효율이 50%를 넘는 울트라 린번 엔진(Ultra lean burn engine) 기술을 개발했다. 열효율을 높여 연비를 높이고 질소산화물(NOx) 배출은 크게 줄였다. 일본 업체들이 현재 열효율 40% 수준의 엔진을 장착한 차를 양산 중인데, 이 엔진 기술은 앞으로 도요타·혼다·마쓰다 등 일본 완성차 업체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유럽에서는 48V 고전압 시스템을 적용해 연비를 향상시킨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엔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선보인 엔진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냉각수 순환 장치, 에어컨 컴프레서 등 이전에는 엔진의 힘으로 구동했던 많은 장치를 전동화시켰다. 전기모터는 출발 가속 시에만 작동하고, 달릴 땐 온전히 엔진의 힘을 이용한다. 이 엔진에는 차가 멈출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다시 회수해 배터리에 저장하는 회생제동 기능도 포함됐다. 덕분에 효율이 15% 정도 개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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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유럽에서 판매하는 투싼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가 탑재했다./현대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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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내연기관이 2030년에도 여전히 자동차의 주요 동력원으로 남아있을 것이라며 친환경차와 내연기관차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기형 한국자동차공학회 회장(한양대 기계공학과 교수)은 "내연기관의 열효율을 개선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 면에서 전기차와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며 "일본과 유럽, 미국이 전기차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면서도 내연기관에 대한 연구도 지속하는 이유를 잘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연선옥 기자(acto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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