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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돈 안 되는' 프로야구에 1300억 베팅한 정용진...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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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프로야구단 인수로 새로운 유통 실험에 나선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지난 26일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쇼핑몰과 스포츠·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스포테인먼트'를 통해 오프라인 유통업의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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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신세계] 2020.06.04 nrd812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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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유통 업계에서는 유통 산업과 다소 연관성이 떨어지는 야구를 차세대 먹거리로 선택한 것을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지난해 이른바 '장사가 안되는'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해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췄는데 새해 들어 야구단 인수를 전격 발표하면서다.

일단 야구단 사업 특성상 수익을 내기 어렵고 SK와이번스의 지난해 성적이 최하위권에 머물렀기에 재계에서는 정 부회장의 숨은 의도에 대한 여러 해석을 내놓고 있다.

◆ 정 부회장, 신성장동력으로 야구 낙점 왜?..."이마트 고객·야구팬 시너지 기대"

신세계그룹은 이날 오전 SK텔레콤(SKT)과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신세계가 차세대 먹거리로 야구를 낙점한 것이다.

인수 주체는 이마트다. 거래 대상은 SKT가 보유 중인 SK와이번스 보통주식 100만주 전량과 야구연습장 등 부동산 및 건물(352억8000만원)이다. 매매 대금은 총 1352억8000만원이다. 본 계약은 다음 달 23일로 예정돼 있다.

SK와이번스 연고지는 인천으로 유지된다. 신세계는 코칭 스태프를 비롯한 선수단과 프런트도 100% 고용 승계를 보장해 인천 야구의 헤리티지(유산)는 유지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깜짝 딜'은 정용진 부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오프라인 대형 집객시설에 소비자 발길이 뜸해지자 그 대안책으로 야구를 선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현재 유통산업의 무게 추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는 점도 경영 위기감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신세계가 온·오프라인 통합과 온라인 시장의 확장을 위해 수년 전부터 프로야구단 인수를 타진해온 이유다.

특히 신세계는 그룹의 양대 축인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주요 고객층이 프로야구 팬덤층인 20~30대로 이뤄진 MZ세대와 겹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들은 프로야구 관중의 60%를 차지하면서도 온라인 쇼핑 트렌드를 주도하는 소비층이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아우르는 말이다.

올해 신세계가 내세운 최대 경영 목표인 '온·오프라인 통합' 시너지 강화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접점을 늘려나가야 할 잠재 고객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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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SK행복드림구장. [사진=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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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측은 야구장을 고객 경험과 노하우를 접목한 '라이프 스타일센터'로 진화시킨다는 구상이다.

신세계는 그간 선보여온 다양한 서비스나 상품을 야구장에 별도 체험 공간을 마련해 야구장을 찾은 팬들을 충성고객으로 이끌겠다는 복안이다. '인천 SK행복드림구장'을 새로운 개념의 '스포츠 복합쇼핑몰'으로의 변신을 꾀하는 셈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신세계 측은 인천 문학경기장 주변에 돔을 포함한 다목적 시설 건립도 추진한다.

유통과 스포츠간 시너지 극대화를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청사진도 내놨다. 야구단 로고 등을 활용해 식품과 생활용품, 반려동물용품 등 다양한 카테고리 관련 상품 및 서비스를 개발할 방침이다. 현재도 인천 문학구장에 '이마트 바비큐존', '이마트 프렌들리존'을 운영하며 '스포테인먼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야구장 내 이마트24·노브랜드 버거 등 신세계 계열사 입점에 따른 수혜도 기대된다. 신세계 관계자는 "모바일·온라인 세대인 MZ세대와 야구 팬덤층이 겹친다"며 "야구장을 찾는 고객에게 신세계가 갖고 있는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야구장 밖에서도 '신세계의 팬'이 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년간 '적자' 이어온 SK와이번스...관건은 수익 창출

문제는 프로스포츠단 운영이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프로스포츠단 운영은 '돈 먹는 하마'로 인식된다. 대기업들이 마케팅 효과·사회 공헌 등을 목적으로 프로스포츠단 운영에 뛰어들지만 사실상 적자를 보는 구조를 띠고 있다.

SK와이번스 역시 이익이 나는 구조는 아니다. 2016년 429억원이던 매출은 2019년 562억원으로 늘었다. 반면 2016년 32억원의 손실을 낸 SK와이번스는 2018년 때 9억원 이익을 내 흑자로 전환했다. 하지만 1년 만인 2019년에 6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이는 야구단 운영비가 매출을 매년 웃도는 탓이다. 선수단 운영과 경기 진행비 등 운영에 소요된 비용만 400억~500억원 이상이다. 광고비와 입장 수입 등으로 운영비를 충당하지만 광고비의 대부분인 200억~300억원가량이 SK그룹으로부터 나왔다. 사실상 그룹에서 지원받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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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SK와이번스 매출과 영업이익 추이. 2021.01.26 nrd812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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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SK와이번스의 수익성은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야구 경기가 제대로 열리지 못하면서다. 여기에 매년 수백억씩 들어가는 운영비까지 얹어지면 신세계에겐 재정적 부담으로 작용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은 만큼 KBO 리그 활성화 여부도 미지수인데다 신세계가 야구단 운영 경험이 전무한 점도 사업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프로야구단은 지역 기반을 두고 운영되는 만큼 이번 매각으로 야구팬 이탈도 적지 않을 것"이라며 "수년째 오프라인 유통업이 위기인 상황에서 수백억에 달하는 운영비를 매년 부담해야 하고 경영 경험이 없는 새로운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 부담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nrd812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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