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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인천 떠나는 SK, 팬 눈물 닦아주겠다던 다짐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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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스포츠 정철우 전문기자

"우리는 먼저 인천팬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해요. 인천팬들은 상처가 많아요. 인천만의 한이 있습니다. 우리가 인천 팀이라는 걸 보다 확실하게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SK가 막 한국 프로야구에 발을 들여 놓았을 시절, 류선규 현 단장(당시 홍보부원)이 했던 말이다.

인천팬의 눈물이란 인천을 연고로 한 팀들이 유독 많이 떠나면서 생각 상처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매일경제

영원히 인천을 지킬 듯 보였던 SK가 갑자기 떠났다. 팬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할 책임이 신세계에 주어졌다. 사진=MK스포츠 DB


삼미-청보-태평양-현대로 이어지는 인천 야구의 명목은 현대 유니콘스가 서울을 연고로 하겠다며 야반도주를 했을 때 끊기고 말았다. 이후 야구를 끊었다는 인천의 올드 팬들이 많았다.

류 부원은 그런 올드 팬들의 마음을 달래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SK만은 인천을 버리지 않는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했었다.

그 결과가 응원 구호에 '인천'이 들어가고 연안 부두가 공식 응워가가 된 계기다.

연안 부두의 마지막 가사는 "말해다오, 연안 부두 떠나는 배야"이다. 더 이상 떠날 일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은 응원가였다.

스포테인먼트를 처음 도입한 신영철 당시 대표도 "전국구 구단은 먼 미래의 목표이기는 하지만 지금 당장은 인천 팬들에게 우리가 다가서는 것이 먼저다. 우리의 경쟁 상대는 놀이 동산이지만 일단 야구장을 찾으시는 분들은 인천 분들이 돼야 한다. 인천 팬만으로 구장을 꽉 채울 수 있을 때 우리는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고 했었다.

그랬다. SK 와이번스의 문을 연 사람들은 인천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 많은 팀들이 생겨나고 떠나며 생긴 인천 팬들의 한을 풀어주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동북공정'이라는 말을 들으면서까지 인천 야구의 적자임을 내세웠다. 반대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 쌍방울의 그림자는 어떻게든 지우려고 애썼다. 이 역시 인천 팀이라는 자존심에 상처를 받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런 SK가 갑자기 인천을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여러가지 미사 여구들로 이유를 설명했지만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들이 인천에 뿌리 내리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구단주의 갑작스런 결정 한 번에 그 모든 노력들이 실패로 돌아갔다.

과연 신세계는 이런 인천 팬들의 마음을 헤아려줄 수 있을까. 또 한 번 연고지 팀이 하루 아침에 사라져 버리는 아픔을 겪은 팬들의 눈물을 닦아 줄 수 있을까.

원대한 마케팅 포부 속에서 절대로 빠져선 안될 대목이다. 신세계는 가장 먼저 인천팬들에게 인정받는 야구단을 목표로 해야 할 것이다.

butyou@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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