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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애플·LG 전기차 소식에 완성차업계 술렁, IT기업 전쟁터 된 전기차&자율주행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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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국내 자동차 시장에 두 개의 굵직한 뉴스가 전해졌다. 첫 번째는 LG전자와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Magna International Inc. 이하 마그나)이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분야 합작법인 ‘엘지 마그나 이파워트레인(LG Magna e-Powertrain Co.,Ltd)’을 설립한다는 소식이었다.

모빌리티 기술(Mobility Technology) 회사인 마그나는 1957년에 설립됐다.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사 중 하나로 지난해 매출액 기준 글로벌 시장 3위 업체다. 동력전달장치 외에 섀시와 내·외장 등 다양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해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풍부한 사업 경험은 물론 글로벌 고객 네트워크와 동력전달장치 분야의 통합 시스템 설계, 검증 등 엔지니어링 역량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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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전기차 동력전달장치의 핵심 부품인 모터와 인버터 등에 대한 기술과 제조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LG전자와 마그나는 친환경차와 전동화 부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 서로 최상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양사의 합작사가 애플 등 전기차 사업에 뛰어드는 신규 고객사 수주에 한발 앞설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이 2019년 1100만 대에서 지난해 1330만 대, 2025년에는 5660만 대 규모로 급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마그나의 차기 CEO 스와미 코타기리는 “파워트레인 시장을 선도하는 가운데 완성차 업체를 위해 세계적 수준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려는 마그나의 전략을 LG전자와 함께하게 됐다”며 “양사의 강점을 활용해 급부상하는 전동화 부품 시장에서 앞서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LG전자는 마그나와의 합작법인 소식을 전한 지난해 12월 23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VS본부 내 그린사업 일부를 대상으로 물적 분할과 합작법인 설립을 의결했다. 분할회사인 LG전자가 물적 분할을 통해 분할신설회사의 지분 100%를 갖게 되는데, 마그나가 분할신설회사의 지분 49%를 인수하게 된다. 인수금액은 4억5300만달러(약 5016억원)다. 올 3월 주주총회에서 물적 분할과 합작법인 설립에 대한 승인이 이뤄지면 합작법인은 7월께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이동주 SK증권 애널리스트는 “LG전자의 전기차 부품은 GM에 관련 부품 공급 이후 추가적인 성장 모멘텀이 필요했다”며 “북미 외에 메이저로 꼽히는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선 단독보다는 영업망과 노하우를 갖춘 협력사 확보가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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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구동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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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와 마그나의 합작사 소식에 국내 완성차 업계 일각에선 “LG전자가 직접 전기차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오갔다. 엘지 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이 개발하게 될 전기차 파워트레인에 LG에너지솔루션이 생산한 배터리를 연결하면 전기차의 큰 축이 완성된다. 그 위에 차체를 얹으면 전기차가 되는 셈이다. 마그나는 2019년 소니가 CES에서 선보인 전기차 ‘비전S’의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을 제작하기도 했다.

완성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양사가 전방위적인 협업에 나선다면 완성차 사업 진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국내 자동차 시장에선 LG전자의 친환경차 시장 진출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LG에너지솔루션(배터리)부터 LG디스플레이(인포테인먼트), LG이노텍(카메라모듈) 등 각 계열사가 보유한 기술과 생산품이 전기차를 구성하는 주요 부품이자 중심축이기 때문이다.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전기차 플랫폼의 모양이 스케이트보드 모양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배터리와 구동 모터 등을 모듈 형태로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에 얹고, 그 위에 다양한 모양의 상부 차체를 올리는 구조를 의미한다.

▶애플카 생산? 현대차그룹과 협업?

두 번째는 애플이 2024년부터 자율주행차 생산에 나설 것이란 소식이었다. 당초 업계에선 애플이 자체적인 차량 생산보다 자율주행시스템을 개발해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는 방식이 점쳐졌었다. 하지만 애플이 직접 전기차 기반의 자율주행차 생산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완성차업계와 부품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일명 애플카와 관련된 소식은 해를 넘겨 1월 초 현대차그룹과의 협업으로 이어졌다. 지난 1월 8일 애플이 현대자동차그룹에 애플카 공동개발을 제안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현대차그룹주는 물론이고 배터리 등 전반적인 자동차 관련주 주가가 들썩였다. 이날 현대차 주가는 전날에 비해 19.42% 오른 24만6000원에 마감했다.

현대차그룹의 대표 부품업체인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도 각각 18.06%, 21.33% 급등했다. 약 2주 후인 1월 19일엔 현대차가 아닌 기아의 애플카 생산설이 전해졌다. 이날 기아의 주가는 장중 9만5000원까지 오르며 시가총액 10위권에 진입하기도 했다. 우선 애플은 이러한 업계 분위기와 관련해 전혀 반응하지 않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당사는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개발 협력요청을 받고 있으나, 초기단계로 결정된 바 없습니다”라고 공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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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업계는 벌써부터 애플과 현대차그룹의 득실을 논하며 갑론을박이다. 우선 애플은 2014년부터 ‘프로젝트 타이탄’을 진행하며 자율주행차를 개발해왔다. 프로젝트가 지연되며 시기가 늦춰지긴 했지만 최근 자율주행시스템과 더불어 주행시스템과 내장재 및 차체디자인을 아우르는 조직을 구성, 시스템 공급과 완성차 제조라는 두 가지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주행시스템과 센서·반도체 분야에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만약 애플카가 완성된다면 기존 제품인 아이폰, 아이클라우드 등 자사 생태계와 호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완성차 제조 경험이 없고 시설투자 등 자본효율성을 떨어뜨리는 무리한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존 완성차 업체와의 제휴 가능성이 제기된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자율주행을 기반으로 한 실주행 데이터 수집 측면에서 선두업체인 테슬라와 격차가 커 이를 빠르게 따라잡을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완성차 업체는 글로벌 생산능력과 전기차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고 애플의 IT·SW·사업화 능력에 대한 상호 필요성이 있는 업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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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Magna 합작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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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입장에선 현재 연산 700만 대 규모를 다룰 수 있는 글로벌 생산능력과 부품 공급망, 판매망 관리능력, E-GMP 플랫폼 구축을 통한 전기차 설계·제조 기술력 입증, 다양한 제휴와 인수를 통한 자율주행·모빌리티 대응력(모셔널 JV,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다양한 지분투자 등) 향상 등 제휴 대상으로서의 위상과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애플과의 협업이 진행된다면 전기차 플랫폼의 판매 다각화로 규모의 경제와 브랜드 인지도 개선을 꾀할 수 있고, IT·SW 능력과 서비스 개발 등 보완해야 할 사안으로 평가받고 있는 분야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송선재 애널리스트는 “단 일방적인 OEM 제조가 아닌 상호 보완적인 협업과 제휴가 가능한 IT업체가 필요하다”며 “만약 애플과의 협업이 실현된다면 자동차 산업 내 차별화 개념을 넘어 새로운 사업영역으로의 진입을 통한 성장성이 재평가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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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카 콘셉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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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강자들의 미래차 투자, 왜?

앞서 언급한 LG와 애플뿐만 아니라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IT 공룡들도 앞다퉈 미래차 투자를 강화하면서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는 큰 도전을 맞고 있다. 그렇다면 IT기업은 왜 미래차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 않는 걸까.

자율주행차는 외부 요소, 쉽게 말해 교통신호, 다른 차량, 도로 환경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며 운행에 나선다. 차에 장착된 여러 대의 카메라와 라이다 등 장치가 이들을 감지하며 신호를 주고받는다. 자율주행차는 이 이미지 데이터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분석해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 그래야 언제 어느 때 도로가 막히고 어느 길이 빠른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

옆 차량이 접근했을 때 어느 시점에 피해야 하는지, 어떤 상황에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지 모든 게 데이터 축적을 통해 업그레이드된다. 다시 말해 자율주행차는 결국 빅데이터다. IT기업 입장에서 자율주행차는 빅데이터를 다루는 또 다른 플랫폼이자 서비스의 결정체다. 전기차와 차량 공유 플랫폼에 이어 모빌리티 산업을 선점할 수 있는 마지막 퍼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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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업들은 본격적인 완전자율주행 수준인 4단계 기술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아마존이 13억달러에 인수한 자율주행차 스타트업 ‘죽스(Zoox)’는 지난해 말 4단계 수준의 완전자율주행차 ‘로보택시’를 공개했다. 죽스와 4단계 기술 경쟁에 나선 기업은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웨이모와 미국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의 자회사 크루즈가 있다.

현재 가장 앞선 자율주행차 기술을 보유했다고 알려진 웨이모는 가장 많은 자율주행 시험 운행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웨이모는 현재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무인택시 시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단 웨이모는 자율주행 센서 플랫폼 개발에 주력해 자체 차량은 생산하지 않고 있다. 덕분에 지난해 2월 GM의 크루즈가 GM, 혼다와 합작한 ‘크루즈 오리진’을 공개하며 세계 최초로 4단계 수준의 무인택시를 선보였다.

최근엔 미국의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도 크루즈와 협력에 합의하며 자율주행 사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MS는 자사의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인 애저(AZURE)를 통해 크루즈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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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리조나주 챈들러 지역 웨이모 차고지에 자율주행차가 나란히 주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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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전기차 맹주로 군림하고 있는 테슬라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테슬라는 현재 시판 중인 자사 모델에 장착한 자율주행 보조시스템 ‘오토파일럿’을 통해 시험 데이터가 아닌 실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해 2021년 무인택시 도입을 선언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는 테슬라는 이와 동시에 가장 많은 자율주행 데이터를 축적한 기업”이라며 “장기적으로 완전자율주행차 양산에 가장 먼저 도달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5호 (2021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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