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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배지 지켰지만 ‘후궁’ 막말에 사퇴 압박…조수진의 ‘운수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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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 80만원’ 선고받아 의원직 유지

한겨레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이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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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에게 27일은 지옥과 천국을 오간 길었던 하루로 기억될 것 같다. 조 의원은 이날 재산을 축소 신고한 혐의로 진행된 재판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간신히 지켰다. 그러나 전날 페이스북에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조선 시대 후궁’에 빗댄 글로 온종일 논란의 중심에 섰다. 급기야는 페이스북 글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취재진과 마찰까지 빚었다.

조 의원과 관련한 논란은 이날 오전부터 시작됐다. 전날 페이스북에 적은 고민정 의원에 대한 비판 글이 뒤늦게 언론의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조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날 “문재인 정부가 아끼고 사랑한다는 고민정 의원이 지난해 4월 총선에서 경합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향해 ‘광진을 주민들로부터 선택받지 못했다’고 조롱했다. 천박하기 짝이 없다”며 “고민정이라는 사람의 바닥을 확인했다”고 적었다.

해당 글에서 문제가 된 대목은 지난해 4월 총선 당시 고 의원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여당이 총동원됐다고 지적하면서 나왔다. 조 의원은 “당시 선거 직전 여당 원내대표(이인영 의원)는 서울 광진을에서 ‘고민정 당선시켜주면 전 국민에게 100만원씩 준다’고 했다. 이런 게 금권선거”라며 “조선 시대 후궁이 왕자를 낳았어도 이런 대우는 받지 못했을 것이다. ‘산 권력’의 힘을 업고 당선됐다면 더더욱 겸손해야 할 것이 아닌가”라고 적었다.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여성 의원을 ‘후궁’에 빗대면서, 성차별적인 인식을 드러낸 셈이 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조 의원의 발언에 즉각 반발했다. 허영 대변인은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이 같은 여성 국회의원을 ‘조선 시대 후궁’에 비유하며 역대급 성희롱성 막말을 했다”며 “조수진 의원은 지금 즉시 성희롱 막말의 피해자인 해당 의원에 사과하고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 또 국회의원 직을 즉각 사퇴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조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는 등 후속 조처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의원들도 일제히 조 의원을 비난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조 의원은 아직 ‘촌철살인’과 ‘명예살인’을 구분할 수 있는 변별력을 갖추지 못한 듯 싶다”며 “툭하면 쏟아지는 국민의힘발 망언을 보면 실수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인 것 같다”고 쏘아붙였다. 윤건영 의원은 “남성 의원을 비판하면서도 그런 비유를 썼겠느냐”며 “후궁 운운하면서 함께 말한 ‘천박하기 짝이 없다. 바닥을 다시금 확인했다’는 말은 동료 의원에게 할 게 아니라 본인에게 어울리는 단어인 듯 싶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 41명은 공동 명의 성명서를 내어 조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조 의원은 지지 않았다. 그는 “인신공격, 막말을 한 사람은 고민정 의원이다. 인신공격과 막말을 비판했더니 더불어민주당이 말꼬리를 잡고 왜곡해 저질공세를 하고 있다”며 “달을 가리켰더니 손가락을 비난하는 형국”이라고 맞받았다. 또 지난해 총선 당시 미래한국당 대변인으로 배포한 보도자료를 페이스북에 게재하기도 했다. 조 의원은 당시에도 “고민정 후보를 당선시켜주면 국민 모두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주겠다는 집권여당 원내대표의 낯 뜨거운 매표 시도가 시끄럽다”며 “대통령이 기뻐하는 일이라면 국민 모두에게 100만원씩 나눠줄 수 있다는 주장은 원자 탄생 같은 왕실의 경사 때도 나오지 않았던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런 국회에서의 소동은 서울서부지법으로 무대를 옮겨 취재진과의 신경전으로도 번졌다. 조 의원은 이날 오후 예정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의 선고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서부지법에 출석했다. 재판 결과는 벌금 80만원으로, 당선무효형(벌금 100만원 이상)을 간신히 피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지만, “허위사실 기재가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과 당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조 의원 쪽은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짤막한 입장을 밝혔다.

조 의원은 재판이 끝난 뒤에도 한시간 넘게 재판정 근처에 머물면서, 자신을 기다리는 취재진을 피했다. ‘후궁 발언’에 대한 입장을 캐물을 것을 꺼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결국 대기하던 취재기자들을 맞닥뜨렸고 “후궁 논란에 대한 입장이 없느냐”는 질문을 받자 “그 부분은 페이스북에 썼고,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한 기자가 이 장면을 촬영하자, 조 의원은 “찍지 마시고, 하지 마시라고 제가 이야기 드렸는데 어디(매체)시죠? 이거 지워”라며 반말을 섞어 동영상 삭제를 강하게 요청했다.

조 의원은 이후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명색이 기자 출인인데, 현장 취재 기자들에게 너무 큰 실례를 범했다. 기자여서 재산신고 요령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판결 요지에 충격을 크게 받았다”며 “판결문을 기다려(서) 가지고 가자는 변호인의 말에 정신이 팔려 저로 인해 고생하는 기자들 처지를 헤아리지 못하고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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