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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곳 보는 동맹… 미국은 北·中 압박, 한국은 美·北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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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이슈인 중국·북핵 놓고 시각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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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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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과 함께 한·미 외교안보 채널의 정책 협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양국은 ‘동맹 강화’ 한목소리를 내면서도 북핵·중국 등 핵심 이슈에서 우선순위·방향에 대한 시각차를 노출했다. 미국이 대중(對中) 견제를 위한 한국의 협조와 대북 제재·압박 유지에 무게를 두는 동안,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유산인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 계승을 강조했다. 바이든 외교안보팀 주요 포스트에 대북 강경파가 속속 들어서면서 한·미 사이의 마찰음이 본격적으로 불거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韓 발표엔 미 강조 ‘인도·태평양' 없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7일 상원 인준을 받고 취임한 뒤 바로 캐나다, 일본, 한국 순으로 통화를 했다. 미측 발표에 따르면 블링컨은 강경화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를 위한 동맹의 역할’을 먼저 강조한 뒤 ‘한·미·일 3자 협력 지속’ ‘북한 비핵화의 필요성 지속’을 언급했다.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만든 ‘인도·태평양’ 용어를 앞세워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최우선순위가 어디 있는지를 확실히 한 것이다. 또 한·미·일 삼각 협력 강조 역시 ‘동맹을 규합해 중국에 맞선다’는 외교 기조에 동참하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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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화상으로 열린 ‘2021 세계경제포럼(WEF)’ 특별연설에서 상영 중인 자료 영상을 보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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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국 외교부는 보도자료에서 인도·태평양, 한·미·일 협력 내용은 뺀 채 “북핵 문제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시급히 다루어져야 할 문제라는 데 공감했다”고 했다. 미국이 빨리 ‘싱가포르’ 때처럼 북한과 다시 마주 앉는 그림에 대한 기대를 표출한 것이다.

이런 시각차는 전날 한·중 정상 통화와 맞물려 논란을 더 키울 전망이다. 이날 통화로 문 대통령이 동맹인 미국보다 중국과 먼저 대화하며 ‘시진핑 주석 리더십'을 칭송하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중국은 미국의 반중 연대에서 ‘약한 고리’ 한국을 흔들려는 속내를 드러냈고, 한국은 이에 맞장구를 친 셈이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미 조야에서 한국이 중국에 기울고 있다는 의구심이 점점 커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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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강경책을 그대로 잇고 있다. 지나 러만도 상무장관 후보자는 이날 인준 청문회에서 “중국의 행동은 반경쟁적이고 미국 근로자와 미국 기업에 손해를 끼치고 잔혹한 인권 침해로도 비난받을 만하다”며 “중국의 불공정 관행에 경쟁할 수 있도록 공격적으로 나가겠다”고도 했다.

◇대북 강경파들 속속 국무부 합류

미 국무부의 주요 포스트가 모두 대북 강경파로 채워진 것도 향후 한·미의 간극을 더 벌려 놓을 가능성이 있다. 이날 정 박 전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로 합류했다. 그는 ‘김정은 비핵화 의지’ ‘싱가포르 회담’ ‘대북전단 금지법’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분명히 해온 인사다. 그는 저서와 기고문을 통해 “김정은의 관심은 평화가 아닌 갈등에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 정책을 옹호하기 위해 반(反)북한 연설이나 활동을 약화시키는 데 권력을 사용했다”고 했다.

이 같은 인식은 바이든 대북 라인 전체가 공유하는 것이다. 북한과의 협상 경험이 많은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 성 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대행 등은 북한에 대해 근본적인 불신을 갖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문재인 정부는 ‘어게인 싱가포르’를 외치지만 바이든 팀 머릿속에는 싱가포르가 아니라 ‘2·29 합의’가 있다”고 했다.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12년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 유예 대가로 식량 원조를 한다는 ‘2·29 합의’를 발표했다. 하지만 북한은 불과 2주 만에 이를 깨버렸고, 미국은 이후 ‘전략적 인내’로 대북 기조를 바꿨다. 이 소식통은 “바이든 팀에 싱가포르 합의는 북한의 핵보유 의지를 재확인한 쇼나 다름없다”며 “그런데도 줄기차게 ‘싱가포르 정신 계승’을 요구하는 문재인 정부를 바이든 측이 어떻게 보겠냐”고 했다.

[임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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