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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김도연 칼럼]코로나19 위기, 교육혁신 기회로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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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과 싸우며 발전한 인류의 역사

위기 극복할 때 번영의 기회 찾아와

코로나 1년 ‘교육의 도전’ 경험

학습격차 심화 인성교육 한계 드러나

비대면 활용할 혁신 고민할 시간

동아일보

김도연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우리나라에서 처음 보고된 것은 지난해 1월이었다. 1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 확진자는 1억 명을 넘어섰고 그 가운데 200만 명 정도가 목숨을 잃었다. 국내에서도 확진자가 7만 명을 훌쩍 넘었지만, 이미 40만 명에 가까운 확진 사례를 보이고 있는 일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잘 대처해 온 셈이다. 반면 확진자가 여태껏 1000명 미만인 대만에 비하면 아쉬운 점도 많다. 예정되어 있던 올림픽 때문에 방역을 미적댄 일본과, 중국에서 오는 입국자를 초기부터 봉쇄하며 강력한 방역을 시행했던 대만의 차이다.

서로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며 집단을 이루어 사는 인간 사회에서 이런 호흡기를 통한 질병 확산은 차단하기 어렵다. 실제로 세계 인구가 18억 명이던 1918년에 발생한 스페인 독감은 감염자만 6억 명이었고 사망자는 최대 5000만 명까지 추산되는 인류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질병이었다. 현재 세계 인구는 그 무렵의 네 배가 넘는 78억 명이며 그 절반 이상이 도시에서 밀집해 거주하는 것을 고려하면, 코로나는 과거에 비해 훨씬 잘 제어되고 있는 셈이다. 크게 발전한 과학기술 덕에 바이러스의 정체와 감염 경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0여 년씩 걸리던 백신 개발도 1년 만에 실용화되어 접종이 시작되었으니, 늦어도 금년 말에는 코로나 재앙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변이 코로나가 염려되고 또 지금은 정체도 모르는 새로운 바이러스나 세균이 미래에도 인류를 공격하겠지만, 어떤 팬데믹이 닥쳐도 우리는 결국 이를 극복할 것이다. 최근 들어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의생명과학은 안전한 인류의 삶에 더욱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우리 속담에 “재앙은 눈썹에서 떨어진다”고 했다. 피할 수 없이 다급하게 닥친다는 뜻인데, 인류사에 기록된 팬데믹은 그야말로 모두 느닷없는 것이었다. 14세기 중반 3년여 동안 유행한 페스트는 당시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희생시켰다. 간절한 기도가 질병 예방과 치료에 아무 역할도 못 하면서 절대적이었던 교회 권위는 상처를 입었고, 이는 종교개혁과 르네상스를 촉발했다. 그리고 스페인 독감에 고통받던 참전국들은 제1차 세계대전 종전에 서둘러 합의했다. 전쟁에서 평화로의 시대 전환에 역설적으로 팬데믹이 기여한 셈이다. 모든 팬데믹은 이렇게 인류 사회를 크게 변화시켰다.

코로나19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침체된 경제와 심화된 빈부격차 그리고 사회 불평등은 우리가 마주한 심각한 위기이며, 이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는 앞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그리고 위기에 빠진 사회가 오히려 이를 혁신의 계기로 삼았을 때 더욱 번성했던 것은 이미 지난 역사에 누차 기록된 일이다. 위기 극복을 위해 위정자들이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원할 것인가, 피해가 집중된 취약계층에 지급할 것인가를 두고 갑론을박하는 것은 물론 필요한 일이다. 급한 일이다. 그러나 이런 논쟁에 쓰는 정성과 시간의 아주 일부만이라도 소위 국가 백년대계라는 교육이 처한 위기 해결에 할애하면 좋겠다.

융성하는 조직은 중요한 일부터 처리하지만 쇠락하는 조직은 급한 일부터 찾는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교육은 국가 미래에 가장 중요한 일이다. 500만 명이 넘는 초중고교생 그리고 대학생 300만 명이 지난해 거의 학교를 다니지 못했고 이는 금년에도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 6·25전쟁 중 피란지로 옮겨 가서도 문을 열었던 것이 학교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인지 능력과 인성을 키우는 일은 실종되고 말았다. 영상을 통한 비대면 교육은 학생들의 학업 성취에 심각한 격차를 낳았다. 어떤 학생들에게는 평생 족쇄가 될 수도 있는 일이다.

우리 사회는 코로나 팬데믹을 교육 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사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비대면 교육은 이미 와 있는 미래였으며 그 비중이 높아질 것은 예기된 일이었다. 코로나로 급작스럽게 다가왔을 뿐이다. 초등학교에서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비대면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교육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그리고 과거 중화학공업 시대 유물인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비롯한 국가의 전반적 교육정책도 당연히 새로운 시대에 맞추어 탈바꿈해야 한다. 열매를 얻기 위해서는 혁신이란 씨앗을 심어야 한다.

김도연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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