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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기자의 눈] 택배 노사 '사회적 합의' 정신 되찾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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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7일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전국택배노조가 총파업 돌입을 선언하고 있다. 지난 21일 노사와 정부는 택배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냈지만 택배사들이 이를 지키지 않아 29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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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이 29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지난 21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에 노사정이 서명한 지 6일 만에 또다시 노사가 격하게 맞선 것이다. 합의의 정신은 온데간데없다.

택배노조는 택배 분류작업을 회사 책임으로 규정한 사회적 합의를 해놓고도, 사측이 분류작업 인력을 지난해 10월 발표한 규모(CJ대한통운 4,000명, 롯데ㆍ한진택배 각각 1,000명)만 투입한 것은 합의 파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택배사들은 분류인력을 점점 늘려가고 있기 때문에 합의 파기가 아니란 입장이다.

합의문을 뜯어봤지만 사측이 분류 인력을 언제까지 늘린다는 시한은 못박혀 있지 않다. 원청인 택배사는 택배노조와 분류작업 관련 노사협상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사측은 특수고용직 종사자인 이들과 협상하는 선례를 남기고 싶지 않아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노조는 택배사들이 각 지점과 영업점에 ‘분류작업은 현행대로 한다’는 내용의 지침을 내렸다는 주장까지 했다. 하지만 물증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택배사는 이 같은 지침을 내린 적이 없다고 맞섰다.

이번 합의로 택배기사는 주당 60시간으로 근로시간이 제한되는데 택배사들이 분류작업을 가져가면 운송 일감이 줄어들 수 있고, 운송 수수료도 줄어들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노사정 합의로 생계비가 줄어들 것을 걱정하는 현장의 택배기사들이 많다. 이런 배경이 노조 지도부가 총파업 카드를 꺼내든 숨은 이유로 풀이된다.

결국 사회적 합의와 관련한 노조 내부 비판을 잠재우고, 외부 협상력을 높이려는 시도인 셈이다. 반복되는 택배 노사의 대립에 애꿎은 피해를 입는 것은 설 대목을 앞둔 시민들이다. 사회적 합의 이행을 위한 노조의 추가협상 요구는 정당하지만, 사실에 기초한 주장으로 상대를 설득하기 바란다. 사측도 과로사 하는 택배기사를 더 양산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의 정신을 되새겨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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