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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한미동맹, 인도·태평양 핵심축" 미국이 강조하자, 시진핑은 文에게 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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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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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1.01.26.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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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의 설 연휴 및 춘절을 앞두고 신년인사차 추진됐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를 한 배경에 대한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는 통상 정상들끼리 통화를 하면 누가 요청을 했는지 밝혔는데, 이번엔 알리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7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중 양국은 외교채널을 통해 양 정상이 신년 인사와 함께 2021~2022년 한중문화교류의 해를 성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교환하는 방안을 지난해부터 실무적으로 협의해 왔다"며 "그래서 이번 통화가 성사된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가 안팎에선 이번 통화는 시진핑 주석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외교부와 언론들은 시 주석과 문 대통령의 통화 내용을 비중있게 다뤘다. 중국 외교부는 시 주석이 통화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도 중국과 한국은 같은 배를 타고 함께 강을 건너듯 어려움을 극복했다"며 "그 덕에 여러 방면에서 풍만한 성과를 거뒀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특히 문 대통령에게 두 나라를 '매우 중요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라고 평가하면서 “비핵화의 실현은 공동의 이익에 부합한다. 중국은 문 대통령을 높이 평가하며 적극 지지한다”고 했다.

수교 30주년을 앞둔 한국과 중국 정상이 충분히 나눌만한 대화다. 하지만 통화 시점이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문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앞두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관례에 따라 캐나다와 멕시코, 유럽 등 각국 정상과 먼저 통화한 이후 아시아로 넘어와 문 대통령과 통화할 예정인데 이에 앞서 미국과 갈등을 벌이고 있는 시 주석이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특히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통화를 갖고 굳건한 한미동맹을 다짐한 직후다. 설리번 보좌관은 서 실장에게 "한미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 내 평화와 번영의 핵심축(linchpin)이자 미국과 민주주의·법치 등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으로서, 향후 미측은 한국과 다양한 사안들에 대해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통화가 이뤄지기 전 한·중 정상통화가 이뤄진 것에 대해 청와대는 “내년이 한·중 수교 30주년이 되는 해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전부터 추진해온 일정이다”며 “(시 주석과) 신년 인사 차원에서 통화가 된 것이고, 바이든 대통령과 있을 통화는 성격이 다르다. 대통령 취임 축하 통화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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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신화/뉴시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1일 베이징 중앙위원회 당교에서 열린 연구회에 참석해 개막 연설을 하고 있다. 2021.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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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선 시 주석이 한국과 미국 양쪽 모두를 압박하기 위해 문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다고 본다. 미국의 '반중전선' 구축 관측에 중국이 본격적인 대응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시 주석이 이번 통화를 시작으로 우리에게 “중국과 미국 중에서 하나만 택하라”는 압박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하는 정책으로 동맹국 네트워크를 통한 '전략적 인내'를 꺼내든 상황에서 최근 문 대통령도 중국보다 미국에 힘을 싣는 기류가 감지되자 시 주석이 적극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우리는 중국과 심각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중국이 미국의 안보와 번영, 가치에 도전함에 따라 미국은 새로운 대중국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략적 인내를 언급했다.

전략적 인내는 오바마 행정부 때 대북정책으로 '전면전'을 피하며 제재를 통한 압박을 이어가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중국을 상대로 전략적 인내란 용어를 사용한 건 바이든 행정부가 처음이다. 시 주석의 통화는 공교롭게 백악관의 전략적 인내 발표가 나온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앞서 시 주석은 지난 26일 세계경제포럼(WEF)의 화상회의 연설에서 "국제사회는 한 나라 혹은 몇몇 나라가 설정한 규정이 아니라 모든 나라가 합의한 규정에 따라야 한다"며 "신냉전은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시 주석이 미국을 겨냥한 경고 메시지를 발신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상호 존중과 평등을 바탕으로 포용적 다자주의를 확고히 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각국은 국제 규칙을 기초로 행동해야지 유아독존식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자주의를 10차례 언급하며 바이든 행정부가 예고한 대중 정책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한편 일각에선 이번 시 주석과 문 대통령의 전화통화 배경을 바탕으로 시 주석의 방한이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도 있다고 본다. ‘반중전선’ 구축을 추진하는 미국의 전략에 대응하는 외교전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문 대통령에게 “여건이 허락되는 대로 조속히 방문해 만나 뵙길 기대한다”며 “이를 위해 양국 외교당국이 상시적 연락을 유지하고, 밀접히 소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econph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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