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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광화문]'우-박-안-오-나'의 값과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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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익태 정치부장] 서울시장 선거는 총선과 다르다. 총선은 의회 권력 300명을 뽑는 전국 단위의 선거로 공약도 그에 걸맞게 만들어진다. 이에 반해 광역단체장 선거는 지역 맞춤형 정책이 비중 있게 다뤄졌다. 4·7 서울시장 선거는 어떨까. 선거 최대 쟁점은 부동산이다. 여야 이견이 없다. 현 정부의 정책 실패에 따른 집 값·전세 가격 폭등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곳이 서울이다. 비단 서울 뿐일까. 수도권을 넘어 전국 집값이 들썩거리고 있다. 부동산은 현 정부 정책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전체 정치 흐름을 좌우할 전국 단위 이슈가 돼버렸다. 후보들의 지역 내 공약보다 정부의 대책에 더욱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기대된다”며 특단의 공급 대책을 설 연휴 전 내놓겠다고 밑자락을 깔았고, 여당도 ‘변창흠 표’ 부동산 대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적어도 설 연휴가 지난 후 시장에 대책의 약발이 먹혀야 서울시장 선거를 담보할 수 있다. 여당은 그간 아파트를 새로 짓는 것만 뿐 아니라 다주택자들의 매물도 공급이라 강변해왔다. 6월 양도세 중과를 예정대로 시행하면 이런 매물이 흘러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탓에 여당 후보들이 내놓은 부동산 대책에 눈길이 가지 않는다. 정부와 얼마나 협의를 거친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야당의 최대 선거 전략은 부동산 정책 때리기지만,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들도 거기서 거기다. 생각해보면 애초 1년 짜리 시장 선거다. 전임 시장의 유고로 급작스레 치러지는 탓에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후보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졌다. 선거까지 남은 기간 2개월 남짓. 다듬어지지 않은 공약들이 쏟아진다. 수십 만호를 어떻게 짓겠다는 것인지, 1년 여 임기 내 과연 실현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시민들의 귀에 그럴싸하게 들릴 만한 얘기들만 생각 없이 던진다. 아직 다 드러나지 않아 지켜봐야겠지만, 후보들이 내놓은 다른 공약들도 차별성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코로나19(COVID-19)도 지역을 넘어서는 중요 변수다. 지난해 총선 압승은 이른바 ‘K-방역’ 덕이었다. 3차 대유행의 기세가 주춤해진 탓일까. 여당은 최악은 지났다고 보고 있는 듯 하다. 논란이 됐던 백신 문제도 2월 초도 물량이 들어오면서 해결되고, 4월로 가며 기온이 올라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낙관할 순 없다. IM선교회발(發) 집단감염에서 드러나듯 폭발성은 여전하다. 정부의 방역 대책에 대한 긍정 평가가 여전히 부정평가를 앞서고 있지만, 거리 두기 강화에 따른 자영업자들의 피해와 국민의 피로감이 극에 달한 상태다. 긍정평가 비율도 한 때 한때 80%에서 50%대로 크게 떨어졌다. 바꿔 말해 부정평가 비율이 그 만큼 늘었다는 의미다. 어쨌든 여당은 방역과 부동산에서 승부를 걸어야 할 처지다. 긍정적 요소인 방역 대책 효과를 최대한 끌어올리고 정권의 아킬레스건인 집값 문제는 선 거 전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

지난해 총선에서 재미를 봤기 때문일까. 4차 재난지원금을 선거 전 전국민에게 지급하겠다는 의지도 집요하다. 피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선별 지급하는 게 효과적이란 결과도 무시한다. 선거 후 2, 3차 지원은 왜 선별 지급했는지, 그 때와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 길은 없다.

정책 선거에 대한 희망은 일찌감치 접었지만, 새로운 얼굴에 대한 일말의 기대는 있었다. 내년 대선을 불과 11개월 여 남기고 수도 서울을 놓고 승부를 벌여야 한다. 여당은 총선의 압도적 승리, 문 대통령의 높은 국정 지지율을 등에 업고 정국을 주도했다. 하지만 각종 악재가 불거지며 지지율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 선거 결과는 향후 정국 흐름을 좌우하는 중대 분수령이 될 수밖에 없다. 패배하면 대선도 기약할 수 없다. 여든 야든 무조건 이겨야 하는 선거다. 사생결단 총력전이다. 참신함을 따질 겨를이 없다. 승리를 따 낼 수 있는 이름 값 높은 인물이 필요하다. 결과는 ‘우(상호)-박(영선)-안(철수)-오(세훈)-나(경원)’ 10년 전 데자뷔다. 값이 높다고 반드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머니투데이



김익태 정치부장 eppi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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