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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마케팅과 비즈니스 사이…신세계 야구단을 향한 기대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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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신세계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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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계를 충격에 빠뜨린 신세계그룹의 SK 와이번스 인수에 대한 시선은 대체로 'SK 퇴장은 의문이지만 신세계의 진출은 환영'으로 요약된다.

재계에 따르면 이번 빅 딜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의지가 강력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0년대 후반부터 임직원들에게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의 경쟁상대는 야구장과 테마파크"라며 유통 매장이 체험과 오락의 장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현재 '인천SK행복드림구장'으로 명명된 문학경기장의 이름을 '문학 스타필드'로 간판을 바꿔 달아 신세계그룹의 복합 쇼핑몰인 스타필드를 홍보할 것으로 예상한다. 2023년 인천 청라에 개장 예정인 스타필드 청라와 연계해 스포츠 마케팅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간 유통 업계에서 입증한 정용진 부회장의 공격적인 행보라면 야구단의 환골탈태는 꿈이 아니다. 전원 고용 승계가 보장된 SK 프런트와 선수단의 혼란스러웠던 분위기도 새로운 희망으로 바뀌고 있다. 비록 SK 간판을 보고 입사한 직원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직장이 바뀐 허탈함을 지울 수 없지만 만족도에선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기회다. 2001년 해태에서 KIA로 바뀐 경험이 있는 유동훈 LG 코치는 "해태와 SK를 비교할 순 없지만 새 기업으로 갈아타는 건 선수들 입장에서도 나쁠 것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야구팬들도 신세계의 KBO리그 입성을 반기고 있다. 평소 '소통왕'으로 통하는 정 부회장의 SNS에는 벌써 다양한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새 구단명은 이마트 빼고 SSG 와이번스로 해 달라"라는 댓글부터 "영화처럼 신세계 골드문즈로 하자", "이마트 트레이더스나 신세계 스타벅스도 좋을 듯" 등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또 "문학구장에 스타벅스를 입점하고 당일 경기 직관시 별 추가 적립해 달라" 등 향후 기대되는 마케팅을 제안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넘쳐난다.

하지만 부푼 기대만 있는 건 아니다. 발을 뺀 SK처럼 신세계 역시 비즈니스로만 접근하면 언제 야구계를 떠날 지 모른다는 우려의 시선이 공존한다. 신세계그룹의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스타필드, 노브랜드는 성공했지만 잡화점 삐에로쇼핑은 연간 1,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보다가 폐업했다. 판을 벌리길 좋아하는 정 부회장의 공격적인 행보를 양날의 검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신세계는 한 차례 전력이 있다. 여자프로농구 부천 신세계를 15년 간(1998~2012년) 운영하다가 하루 아침에 손을 뗐다. 당시 연고지였던 부천에서 신세계와 이마트 불매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한 야구 관계자는 "NC처럼 구단주가 사회 환원의 취지로 야구단 소유 자체에 의미를 두면 모를까, 프로야구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고 단기간에 성과를 거두려 한다면 패착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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