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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인터뷰]‘나는 나를 해고하지않는다' 유다인 “욕심 無…천천히 내 호흡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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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인은 KTX 승무원들의 복직 과정을 다룬 다큐를 보고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출연을 결정했다. 제공|프레인T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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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극장을 나서는 관객 분들의 발걸음에 힘찬 위로를 드리고 싶어요. 제가 이 영화를 통해 따뜻한 온기를 느꼈듯이.”

배우 유다인(37)이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감독 이태겸)로 내공을 과시했다. 차분하고도 깊이 있는 감정선이 영화의 완성도를 한껏 높였다. ‘최강 신스틸러’ 오정세와의 투 샷에도 조금도 밀림 없는 존재감이다.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개봉을 앞두고 만난 유다인은 “한 달 정도 짧고 굵게 촬영했는데 육체적으로도 힘들고 감정적으로도 힘들었다”며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그는 “촬영 중간 틈틈이 마사지를 받고, 병원도 다녔다. 체력적으로 가장 힘든 작품이었다”면서 “장례식장 신이 마지막 촬영이었는데, 찍고 식중독에 걸려서 서울에 바로 올라가지도 못했다. 스태프들 몇 분이랑 몇 몇 배우들까지 단체로 응급실에 갔다. 반나절 가량을 끙끙 앓았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그럼에도 출연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해요.(웃음) 저라는 배우가 가진 장점과 무기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이었고 개인적으로는 남다른 감정과 사명감을 가진 채로 임했기 때문에 온 열정을 쏟아 부울 수 있었고요. 절대 (출연을) 후회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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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유다인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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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파견 명령을 받아 하청업체로 가게 된 정은(유다인 분)이 1년의 시간을 버텨내고 자신의 자리를 되찾기 위한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이번 영화에서 유다인은 정은 역할을 맡아 내 일과 내 자리를 포기하지 않는 투지를 보여준다.

특히 극중 유다인이 연기하는 정은은 회사에서 최선을 다해 일해온 성실한 직원이었으나 여성, 스펙 부족 등의 불합리한 이유로 권고사직을 받게 된 인물. 1년간 하청업체에서 파견 근무를 마치면 원청으로 복귀시켜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어쩔 수 없이 제안을 수락하지만, 예상과는 다른 하청업체의 현실을 맞닥뜨리고 나서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부당해고를 당했던 KTX 승무원들의 복직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본 후 이 영화의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는 그는 "만약 그 다큐멘터리를 보지 않고 시나리오만 봤다면 이토록 와닿지는 않았을 것 같다. 정책적인 문제 같은 걸 잘은 모르지만, 배우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었고 그런 진심을 담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승무원 분들의 절박함을 계속 생각하면서 연기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관객이 많이 들 상업 영화는 아니지만 (제가 막 영향력이 큰 사람은 아니지만) 대중을 상대하는 배우인 만큼 늘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는 마음, 책임감이 있어요. 그런 마음에서 애정을 가지고 임했던 영화죠."

작품을 마무리하고 그녀의 연기에 대한 찬사가 쏟아졌지만 스스로는 아쉬웠단다. 유다인은 “작품 자체에 대한 만족도는 크지만 스스로의 연기력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육체적으로 힘들다 보니 정신력이 좀 약해졌던 것 같다”면서 “클로즈업 했을 때, 표정으로 다양한 심리를 표현할 수 있는 게 나의 큰 무기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유다인이라는 배우'가 이 작품에서 잘 쓰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는데 결과물을 보니 좀 아쉽다”고 털어놨다.

“10년 넘게 연기하면서 내가 어떤 배우라는 것을 조금은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어떤 것을 했을 때 잘 드러나고 또 잘할 수 있는지. 개인적으로는 TV 드라마보단 영화에 좀 더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큰 화면에서 봤을 때 더 감정이 잘 전달되는 얼굴이랄까요?”

영화에서 정은은 시종일관 차분하고 절제된 모습을 보여준다. 유다인은 “최대한 절제하면서 표현하려고 했다. 특별한 스킬이나 목적보다는 ‘잘 표현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설명했다.

“안타까운 순간이 많았어요. ‘일을 줘야 일을 하죠’라는 대사가 특히 그랬고요. 정은의 성격이 남에게 싫은 소리를 하거나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걸 싫어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고 그래서 시종일관 차분하고 차가워 보이게 표현했고요. 낯선 사람들 앞에서 일을 달라고 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회사 사람들에게 뭔가를 요구하고 밀쳐지는 후반 장면에서 정은의 마음이 많이 와 닿았던 기억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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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인이 고용 문제를 담은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로 스크린을 찾아온다. 제공|프레인T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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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인은 이 영화로 배우로서 달라진 점이 많다고 했다. 과거엔 뭘 하든 진지하게 의미를 부여했다면, 지금은 어느 정도 비워냈단다.

“예전엔 제가 하고 싶다고 생각한 시나리오에만 출연했어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를 기점으로 바뀐 것 같아요. 제가 잘 쓰일 수 있고 도움이 되는 작품에도 눈길이 가더라고요. 제가 연기를 하면서 ‘내가 이런 걸 갖고 있었구나’ 하고 몰랐던 부분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요즘엔 ‘이건 도움이 되겠다’, ‘내가 하면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시나리오들에 더 마음이 가요.”

삶을 대하는 태도도 바뀌었다. 일보단 사람이다. 그는 “그들을 잘 챙기는 게 당장은 가장 중요한 일인 것 같다. 배우로서 힘을 빼고 천천히 내 호흡대로 갈 생각”이라며 “당장 뭔가를 이루려고 하지 않고 길게 보려고 한다. 욕심 부리지 않고 힘도 빼고. 선배님들을 보면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굉장한 존경심이 든다. 그 가르침 대로 내려놓고 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예전에는 배우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아니에요. 이거 아니면 안 되는 건 없는 것 같아요. 못하게 되면 또 다른 일을 할 수도 있고.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며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하려고 해요. 오히려 편안했을 때 좋은 연기가 나온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웃음)”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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