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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뒤끝작렬]백신전쟁 부추기는 미국, 공멸 부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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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국수주의와 경제성장

워싱턴=CBS노컷뉴스 권민철 특파원

노컷뉴스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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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이틀만에 한 일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이었다. 그로부터 나흘만에 바이든 대통령은 백신 목표 접종량을 1일 100만회에서 150만회로 늘려 잡았다. 다시 하루가 지나자 백신 2억회 접종분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미국은 모든 국민들이 두 차례씩 맞을 수 있는 백신 물량(6억회분)을 확보하게 됐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미국을 망쳐놨다며 외국과의 공존을 복원하겠다던 바이든 대통령이지만 백신욕심 만큼은 트럼프와도 놀부와도 다르지 않다. 미국이 이렇게 자국민들 백신 접종에 팔을 걷고 나서자 이웃 나라들도 마음이 바빠졌다.

유럽연합(EU)의 경우 백신회사와 싸움중이다. 백신공급이 늦어지자 EU는 다른 나라에 공급하기로 한 물량을 EU로 먼저 돌리라고 아스트라제네커에 윽박지르고 있다. EU는 사실상 역내에서 생산된 백신의 역외 반출 중단도 선언했다.

EU에서 탈퇴해 '역외 국가'가 돼 버린 영국은 EU가 백신을 도둑질해가려 한다고 반발중이다. 캐나다도 난리다. 백신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저스틴 트뤼도 총리는 국민들을 다독이고 있지만 국민들은 믿지 못하고 있다. 백신 생산시설을 전혀 갖추지 않은 채 백신확보가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최근 세계경제포럼에서는 선진국들의 이 같은 백신 국수주의(vaccine nationalism)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하늘을 찔렀다고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요즘 코로나19 금융지원법안 통과에 사활을 걸고 있다. 1조 9천억달러(210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이다. 이미 경기부양을 한 만큼 추가 지원은 어렵다는 야당에 협박반 회유반 설득중이다. 백악관은 27일(현지시간)에도 법안 통과 논리를 기자들에게 장황하게 설명했다. 요지는 경기부양이 미국 경제를 성장시킬 거라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역적' 트럼프의 경제참모를 지낸 사람(케빈 해셋)의 관련 언급까지 대대적으로 홍보중이다. 돈이 풀리면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향후 3년간 5%에 이를 거라는 IMF의 예측치도 앞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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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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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미국의 살림살이가 오롯이 미국사정만으론 나아지지 않는다.

파리에 본부를 둔 국제상공회의소(ICC)는 코로나19 백신과 세계경제 사이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최근 내놓았다. 국제적 백신 불평등으로 인한 세계경제 손실액이 9조달러(9천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이다. ICC는 "모든 나라에서 백신이 평등하게 이용가능해지기 전까지는 경제는 절대 코로나19 이전 사태로 회복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선진국 역시 무역문제로 저개발국과 접촉을 해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ICC는 백신접종의 평등이 구현되지 못해 생기는 손실이 백신을 만들어 지구촌에 뿌리는데 들어갈 비용보다 크다고 설명했다.

다행히도 지난해 세계 경제는 걱정했던 것 보다는 선방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작년 세계경제 성장률이 -3.5%를 기록했다고 26일(현지시간) 추산했다. 올해는 5.5% 성장하고 내년에는 4.2% 성장하겠다고 하는 등 기존 전망치보다 숫자를 높게 잡았다. 하지만 전제가 있다.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가 통제됐을 때 회복세로 접어들 거라는 것이다. 때문에 IMF는 각 국가들에 이렇게 호소했다.

"코로나19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다자간 협력이 필요하다. 모든 국가의 백신 접근을 가속화하고, 백신의 보편적 배포를 보장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치료제 접근을 촉진해야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시대를 청산하고 미국이 다시 세계에서 존경받는 지도국의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지구촌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ICC의 경고와 IMF의 호소에도 귀를 열어야 한다.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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