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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여행사 창업 문턱 낮추는 정부, 자본금 반값 할인 ...여행업 줄도산 속 탁상행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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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본금 1억원→5000만원
무책임 줄허가에 비판여론도
피해구제책 없다는 지적 일어
스포츠서울

코로나19 장기화로 여행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영업을 종료한 여행사무실 벽에는 2020년 6월 달력이 그대로 걸려 있다.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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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양미정 기자] 정부가 소규모 여행사 창업을 촉진하기 위해 여행업 등록 기준을 완화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행업계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줄도산하고 있는 만큼, 마땅한 피해구제책이 없는 무책임 줄허가를 비판하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7일 외국인의 국내여행을 알선하는 일반여행업 등록 자본금 기준을 1억 원에서 5000만 원으로 낮추는 내용 등을 담은 ‘관광진흥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자본금 기준 하향 조정과 함께 일반여행업은 명칭이 종합여행업으로 바뀐다. 또 내국인의 해외여행을 담당하는 국외여행업과 내국인의 국내여행을 알선하는 국내여행업은 ‘국내외여행업’과 ‘국내여행업’으로 업종 분류 체계가 변경된다.

지금까지는 국외여행업과 국내여행업을 함께 등록하려면 국외여행업 3000만 원, 국내여행업 1500만 원의 등록 자본금이 필요했지만, 이번 업종 분류 변경으로 인해 국내외여행업에만 등록하면 국외·국내여행업을 함께 할 수 있게 된다. 문체부는 또 3년 동안 유효한 관광통역안내사 한시 자격증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다소 수급이 어려웠던 태국어·베트남어 등의 관광통역안내서 자격 필기시험에서 관광학개론, 관광법규, 관광자원해설 등 일부 과목이 면제된다. 기존 국사 필기시험은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시행하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으로 대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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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을 종료한 서울의 한 여행사 사무실에 집기가 널브러져 있다.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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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렇듯 규제의 문턱을 낮추는 통에 무책임한 여행사 창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여행업계 1위인 하나투어마저 인력 감축에 나서는 등 여행업계 전반에 걸쳐 영업 적자로 인한 구조조정이 확산하는 양상인데, 여기에 규제를 풀어 소규모 여행사를 양산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몫이라는 입장이다.

네티즌들은 신생 여행사의 이른바 ‘먹튀현상’(먹고 튀는 것의 준말. 돈을 지불한 사람에게 정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고 이익만 챙겨 떠나는 현상)을 경계하고 있다. 진입장벽을 낮추면 부작용이 따르니 창업의 자격요건을 강화해 절차를 제대로 밟은 소수의 여행사만 관리하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최소 며칠에서 몇 달, 길게는 몇 년 뒤에 떠날 여행을 위해 예약금을 선뜻 지불한 신혼여행객들이 소규모 여행사 폐업으로 인해 예약금 전액을 날린 경우가 있었다. 예약자는 피해를 구제받을 길을 잃고 망연자실했다. 피해자들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만들어 구제책을 찾았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 예약을 몇 번에 걸쳐 취소한 송예은 씨는 “여행이 취소된 것은 아쉬웠지만 대형 여행사였기 때문에 예약금을 고스란히 돌려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피해자 보상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공탁금 제도를 두지 않은 신생 여행사가 우후죽순 생겨나면 금전사고 피해 사례도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신용식 문체부 관광기반과장은 “이번 개정은 여행업으로의 진입을 용이하게 하고 관광통역안내사의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고안됐다”며 “개정안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업계는 물론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의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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