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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평창 3년, 노로바이러스 피해 청소년수련원 책임은 누가 져야 하나?[SS취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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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오대산 호렙청소년수련원. 오대산빌리지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있지만 문을 닫았다.[스포츠서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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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성백유전문기자]‘누가 책임을 져야하나?’

2018년 2월 4일.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이 불과 닷새 앞으로 다가온 일요일 저녁이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 상황실에서는 긴급 비상대책회의가 열렸다. 올림픽 경기장을 비롯, 선수촌 등 대회 주요 시설 경비를 위해 일찌감치 투입된 안전요원들이 노로바이러스에 집단 감염된 사실이 발혀졌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 국장급 간부가 주관이 돼 대책이 마련됐다. 그 때만 해도 다들 노로바이러스가 무엇이고, 어떻게 막아야 하는 지도 몰랐다. 노로바이러스는 후진국형 전염병이고, 감염력이 아주 높아 자칫하면 올림픽을 망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국장은 “모든 감염환자를 격리, 차단해야 한다”고 했다.

5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 끝에 이희범조직위원장은 안전요원들이 투숙하고 있던 호렙청소년수련원 봉쇄를 지시했다. 만약 1200명의 안전요원들 전체에 확산되면 평창올림픽은 치명타를 입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카 바이러스로 국제망신을 당했던 2016리우올림픽이 생각났다. 방역 실패는 올림픽의 실패였다.

결국 다음날 새벽, 민간경비요원들은 모두 군병력으로 긴급 교체됐다. 경기장, 조직위사무실을 비롯해 모든 숙박업소에는 손세정제가 공급됐다. 요즘처럼 공고문이 곳곳에 붙여지면서 손씻기가 유행이 됐다.

이런 신속하고 강력한 조치가 즉시 취해진 덕에 대회는 무사히 치러졌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평창동계올림픽대회조직위원회의 조치에 박수를 보냈다. 이렇게 평창동계올림픽은 개막도 하기 전 큰 위기를 맞았지만 정부, 강원도, 조직위의 발빠른 대처로 가장 잘 치러진 올림픽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매우 매우 매우(Very, Very, Very) 성공적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노로바이러스는 상처를 남겼다. 호렙청소년수련원은 노로바이러스의 근원지로 수질관리를 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혼자 뒤집어 썼다. 당시 언론사들은 앞다퉈 비판기사를 썼다. 심지어 주인의 허락없이 잠입 취재를 해 사용하지 않는 호렙청소년수련원의 먼지 쌓인 시설을 촬영해 보도한 방송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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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렙청소년수련원 이지환대표[스포츠서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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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선교활동을 하다가 반신불수가 된 아버지를 대신해 수련원 회생을 돕고 있던 이지환대표는 자신이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고개를 숙여야 했다.

호렙청소년수련원은 문을 닫았다. 그때의 봉쇄조치로 경비용역업체(유니에스)가 계약대로 돈을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를 상대로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지만 1심에서 패한 상태다. 이대표는 “사실관계를 제대로 따지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했다. 1991년 개장한 호렙청소년수련원은 결국 산림청 이용료나 전기료 조차 납부하지 못하는 상태가 돼 소유권마저 은행으로 넘어갔다.

당시 노로바이러스가 평창에 확산된 원인은 사후에 확인됐다. 대회 개막 전 강원도가 설치한 이동식 화장실이 문제였다. 용수 공급 업체가 수돗물 또는 깨끗한 지하수 대신 오대천의 물을 퍼다 공급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었다. 대회 개막 전 대관령에는 영하 20도가 넘는 엄청난 추위가 계속돼 깨끗한 물을 구하기가 어려웠다는 언론보도를 통해 이런 사실을 알았다.이를 몰랐던 안전요원들이 이동식 화장실에서 세수도 하고, 손을 씻거나 심지어는 양치질까지 한 일이 있었으니.

대책회의에서는 용수공급업체를 고발하기로 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후속 조치는 없었다. 이미 올림픽이 무사히(?) 끝났기 때문이다.

기자는 대회 당시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의 대변인이었다. 숱한 회의에 참석 했기에 그 때 있었던 일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2년 여 만에 대관령에 가 봤다. 호렙청소년수련원은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모두가 떠나 버린 수련원에는 정적만이 남아 있다. 대중가요 ‘연극이 끝나고 난 뒤’의 가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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