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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기독교의 신·성경에 다시 메스 댄 도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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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2006년 ‘만들어진 신’으로 종교의 허상을 밝힌 스타 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다시 비이성적 믿음의 실체를 벗긴 ‘신, 만들어진 위험’(원제:Outgrowing God)으로 돌아왔다.




책은 기독교의 신과 예수, 신약과 구약을 정면으로 부정하면서, 인간이 지적설계가 아닌 놀라운 진화의 결과임을 보여주는 두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도킨스는 우선 수많은 기록과 자료를 바탕으로 성경의 사실여부를 따져나간다. 신약의 복음서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여겨지는 마가 복음서는 예수 사후 35~40년 사이에 쓰인 것으로, 이는 얼마든지 창작, 변용, 구전의 왜곡 등으로 사실과 달라질 수 있음에 주목한다. 더욱이 4대 복음서는 382년 로마공의회가 열린 시점에 퍼지고 있던 많은 복음서 중 하나일 뿐으로, “역사보다 시적 상상에서 연유한 이상한 이유들 때문”에 선택됐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특히 마태와 누가는 “구약의 예언을 실현하려는 집착 때문에 마리아가 예수를 낳았을 때 처녀였다는 전설”을 지어냈고, 예수의 출생설화까지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도킨스에 따르면, 구약 역시 신화일 뿐이다. 모세나 다윗, 노아 등 역사처럼 보이는 이야기 대부분이 사건이 일어난 때로부터 수 세기 뒤인 기원전 600~500년경 유대인이 바빌론으로 잡혀간 바빌론 유수 기간에 쓰여졌다는 것. 근거는 성경에서 발견되는 시대착오다. 가령 창세기에는 아브라함이 낙타를 소유했다는 내용이 있는데, 고고학 증거에 따르면 낙타는 아브라함이 죽었다고 추정되는 때로부터 수 세기가 지난 뒤 가축화됐다. 바빌론 유수 시점에 낙타가 가축화 돼 있었으므로 창세기가 실제로 쓰인 시점은 이 때라는 것이다. 노아 이야기 역시 바빌로니아 신화인 우르나피시팀 전설에서 직접 유래했으며, 창조 신화는 이투리 숲의 피그미족의 창조 신화와 거의 비슷하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신 없이 고도로 복잡하고 다채로운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걸까?

도킨스는 고차원적인 힘 없이도 수 많은 세대에 걸쳐 돌연변이와 자연선택의 진화를 통해 복잡한 신체기관이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종교적 믿음을 갖는 경향도, 도덕적으로 친절하게 행동하려는 경향도 다름아닌 섬세한 자연선택의 점진적 축적의 결과라는 것이다. 도킨스는 이를 방증하기 위해 자기조립, 상향식 설계, 편향 심리 등 다양한 과학원리를 총망라한다.

종교가 불러온 혼란과 악영향을 지속적으로 성토해온 도킨스는 이 책에서 종교와 인간의 본성에 대해 누구나 궁금해하는 의문들을 특유의 논리적 명쾌함으로 풀어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신, 만들어진 위험/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주 옮김/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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