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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아는 사람만 아는 아동학대 '멍 위치'...의료인 교육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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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 아동학대 징후 가장 가까이서 확인

"의료인, 아동학대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교육 프로그램 중요성 인식하고 투자해야"

뉴시스

[서울=뉴시스] 아동학대. (이미지= 뉴시스DB)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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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아동학대를 판단할 때 멍의 개수, 위치, 색깔, 아이의 나이 중 무엇이 중요할까요? 2013년 이후 미국 교과서에도 나오는데 우리나라는 이런 교육도, 공부한 사람도 거의 없어요."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두개골 골절로 숨진 생후 47일 된 영아 등 충격적인 아동학대 사건을 예방하려면 아동학대 징후를 가장 가까이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인 교육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동학대 판단기준 'TEN-4'..."기본 지식인데 몰라"

곽영호 대한소아응급의학회 부회장(서울대 응급의학과 교수)은 "아동학대도 과학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는데 의료인들이 잘 모른다"며 "인터넷상에 초등학생 도덕책 수준의 정량화하거나 객관화할 수 없는 내용이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인이 사건에서도 몽고반점을 멍자국과 구분하지 못했다거나, 쇄골은 넘어져서 쉽게 골절되지 않는다는 사실, 체중감소가 구내염 외에 다른 원인으로 발생했을 가능성 등이 간과됐다. 의료인이 아동학대 징후 등에 대해 교육을 받아야 하는 이유다.

한 예로 아동학대의 신체적 징후 중 하나인 '멍'도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접근해야 한다. 학대로 생긴 멍인지 판단하는 기준은 멍의 갯수와 색깔이 아닌 피해 아동의 나이와 멍의 위치다.

곽 교수는 "4세 미만 아동의 몸통(Torso), 귀(Ear), 목(Neck)에 멍이 있거나 4개월 미만 아기의 몸에 어떤 멍이라도 생긴다면 이른바 'TEN-4'로, 아동학대의 시작일 수 있다"며 "이런 기본적인 지식을 의사 뿐 아니라 경찰, 법조계, 아동보호전문기관 담당자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가 기본 지식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아동학대 징후를 제 때 포착해 아동학대 해결에 관여하는 경찰,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에게 잘 설명할 수 있고, 경찰이나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 등도 배경지식이 있어야 이를 잘 받아들일 수 있어서다.

아동학대 교육 부족으로 의료진이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할 때 정작 중요한 피해 아동의 거주지를 모르거나 가해자인 아동 보호자에게 신고 사실을 직접 알리는 등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곽 교수는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를 만날 수 있는 집주소인데 이를 모르고 있거나, 의료진이 신고 후 가해자인 아동 보호자에게 설명의 의무가 있다며 신고 사실을 알려 신분을 스스로 폭로하고 가해자들이 거짓진술을 할 시간과 빌미를 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꼬집었다.

아동학대 교육 참여 소극적...예산, 벌금·복권 수익 의존

문제는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아동학대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인식과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아동학대 교육을 받았다가 실제 의료 현장에서 사건을 책임지게 됐을 때 겪게 될 불편을 우려해 교육을 받는 것을 꺼려하는 의료진들이 많다.

아동학대 교육 프로그램 마련과 이에 필요한 인력 확보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필요한 예산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올해 보건복지부, 법무부, 기획재정부, 경찰청, 여성가족부 등 5개 부처가 확보한 아동학대 관련 예산은 총 546억여 원인데, 예산의 70% 가량이 벌금·복권 수익에 기대고 있다. 벌금·복권 수익이 줄면 예산도 감소하는 것이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경우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일반 예산으로 편성돼 있지 않다.

의사 출신인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는 아동학대 담당 의사들이 사례를 공유할 수 있도록 아동학대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에 대해 의지를 갖고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소아청소년과, 소아응급의학과 의사들을 중심으로 아동학대 징후를 교육하고 다른 의사들과 사례를 널리 공유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신 의원은 "정부나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의료계와 MOU(업무협약)를 맺고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아동학대 전담 의사 인증을 해주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면서 "아동학대 예방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의사들이 교육을 받고 사례를 공유한다는 취지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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