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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3분기 차례라는데…코로나 백신 좀 빨리 맞을 수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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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백신계획 발표에 시민들 걱정반 기대반

"선택권 없어 당황…의료진 우선 적절" 반응도

뉴스1

28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정부의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백신 무료 접종사업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2021.1.28/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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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강수련 기자,원태성 기자 = "2분기에는 맞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만성질환자는 건강한 성인보다는 조금 더 일찍 맞으면 안 되는 건가요."

5년 전 간 이식 수술을 받은 양모씨(62)는 정부의 백신 계획 발표를 받고 억장이 무너졌다. 만성질환자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치명적이라 최대한 이른 시기 백신을 접종하고 싶었는데, 정부 계획에 따르면 3분기가 돼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양씨는 "백신의 부작용보다 코로나19가 더 무서워 백신을 빨리 맞고 싶었다"며 "정부가 의료기관·요양시설 대상자 등을 먼저 파악한 뒤에 만성질환자들도 빠르게 맞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방 접종을 2월부터 시작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백신 접종 계획이 틀어진 시민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온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8일 국내 도입부터 제품허가, 유통·보관, 접종방법 등 내용을 망라한 '일상 회복을 위한 코로나19 예방접종 계획'을 발표했다.

접종은 감염 위험도 등에 따라 Δ1분기 요양병원·노인의료복지시설, 고위험 의료기관 종사자 Δ2분기 65세 이상, 의료기관·재가노인복지시설 종사자 Δ3분기 만성질환자, 성인(19~64세) 등 Δ4분기 2차 접종자, 미접종자 순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1,2분기 접종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19~64세 성인은 3분기부터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다.

고령자로 분류되는 김모씨(67)는 계획보다 이른 시기에 접종을 해야하는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김씨는 "백신 부작용 관련 기사가 많이 나와 불안해져서 그나마 안전한 백신을 맞고 싶다"며 "3~4분기 즈음에 맞으려고 했는데 2분기에 맞지 않으면 후순위로 밀린다고 하니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경기도 화성에 거주하는 임모씨(89)는 애초에 백신 접종 계획이 없었다고 했다. 백신 접종을 거부해 예방접종을 기한 내 예약하지 않으면 예방접종 순위는 후순위가 되는 게 원칙이다.

임씨는 "밖에 나가는 일이 거의 없는 내가 백신을 남들보다 빨리 맞아야하는지 모르겠다"며 "고위험군이라는 이유만으로 내가 더 필요한 사람들보다 먼저 맞게 된다면 마음이 좋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백신 종류를 선택하지 못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정부는 접종 현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백신 종류가 아니라 접종 순서에 따라 예방접종을 시행하기로 했다. 백신이 순차적으로 들어오면 해당 백신을 맞게 되는 대상군이 정해지는 방식이다.

올해 공급될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1~3분기내 1000만명분, 얀센 2~4분기 내 600만명분, 화이자 3~4분기 1000만명분, 모더나 2~4분기 2000만명분 등이다.

경기도 수원에 거주하는 임모씨(59)는 "백신이 안전성이 의심돼 그나마 더 나을 것 같은 화이자를 맞으려고 했다"며 "화이자가 3분기에 들어와서 내가 맞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으면 백신을 맞으러 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직장인 윤모씨(55)도 "백신 수급 상황을 지켜보고 원하는 백신을 맞으려고 했는데 백신을 선택할 수 없다고 해서 당황했다"며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으면 굳이 맞으러 가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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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월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백신 무료 접종사업을 시작한다. 2월 확정 공급 물량은 75만명분으로 수도권 지역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에게 가장 먼저 투여된다. 2021.1.2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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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접종순위·선택권 제한을 이해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경기도 일산에 거주하는 강모씨(61)는 "백신이 한꺼번에 수급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우선순위를 정할 수밖에 없고, 보건 취약계층이나 의료기관 종사자들이 먼저 백신을 맞는 게 적절하다"며 "다만 정부가 선제적으로 백신을 구매해 개인이 원하는 백신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가족이 코로나19 치료기관에서 일한다는 김모씨(27)는 "백신이 한정적인만큼 우선순위를 나누고 필요한 사람에게 먼저 맞도록 하는 것은 필요하다"며 "감염 걱정하며 밤낮으로 일해야하는 의료진이 먼저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종합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조모씨(27)는 "백신이 부족한 상황에서 우선순위를 나눠 감염병 전담병원에 있는 의료진들을 우선적으로 접종하는 것은 적절하다"며 "물량 확보가 어려운 만큼 평소 방역에 신경쓰면서 백신을 기다리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밝혔다.

직장인 정모씨(29) 역시 "백신이 충분한 상황이 아닌 만큼 우선순위를 나누는 게 맞다"며 "시중에 나와서 접종이 가능하면 어떤 백신이든 효과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씨는 "공정하게 모든 사람들이 선택할 수 없다면 큰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traini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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