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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기재부, 평균연봉 1억 금감원에 “성과급 절반 깎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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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연봉 1억… 조직정비 요구

“금융회사만 대상 만족도 설문기업과 국민으로 확대하라”

기획재정부가 최근 금융감독원 직원 2200명의 성과급을 절반으로 깎고,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사무소 폐쇄 등 대대적인 쇄신을 금감원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에 요구했다. 금융감독원이 채용 비리와 펀드 부실 감독 논란 등으로 구설에 오르자 강도 높은 조직 정비를 요구한 것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기재부는 지난 22일 금융위원회에 “금감원에 대한 공공기관 지정을 유보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사항을 이행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기재부는 29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금감원을 예금보험공사처럼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급여와 복지 수준 등에 대해 강력한 통제를 받게 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만약 지정이 되지 않더라도 강도 높은 개혁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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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연봉 1억원 넘는 보수 체계 개편하라

기재부는 우선 월급의 127%인 경영평가 성과급을 절반 수준인 60%로 축소하고, 금감원의 해외사무소 7곳 중 워싱턴사무소를 폐쇄하고 나머지 사무소 6곳 인력도 감축하라고 했다. 또 종전에는 금감원 주관으로 금융회사만을 대상으로 비정기적으로 실시하던 고객 만족도 설문조사를, 금융위의 감독 아래 매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조사 대상을 금융사가 아닌 기업과 국민으로 확대하라고 했다. 이 밖에도 팀장급 이상 간부 수를 줄이고 국내 지역 사무소도 감축하라고 했다. 기재부 주문은 급여 수준을 낮추고, 불필요한 조직을 없애거나 줄이라는 것이다. 금감원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1억원이 넘는다. 이 요구 사항을 받아들여야만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공룡급 조직 슬림화하라

그간 금감원 조직이 비대하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2017년 감사원은 금감원 내 유사한 직위가 많아 직원 수가 과다하다고 했다. 그러나 2020년 기준 금감원 임직원 수는 2188명으로 2016년(2099명)보다 89명 늘었다. 결과적으로 인건비도 2016년 1917억원에서 2020년 2184억원으로 증가했다. 은행이나 보험사, 증권사 등이 낸 돈으로 운영되는 특수법인인 금감원이 금융사 분담금으로 조직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2017년 금감원의 해외 사무소 운영을 개선하라고 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동안 금감원의 해외사무소 8곳의 직원 20명이 제출한 현지 업무 자료는 525건이었다. 1인당 26건의 자료를 만든 셈이다. 그러나 감사원은 “525건 중 인터넷이나 언론 보도 등 공개된 자료를 제출한 것이 495건이나 됐다”며 “업무 정보 수집을 위해 국외사무소를 운영할 필요가 낮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도 금감원은 2018년 홍콩 사무소 문을 닫았을 뿐, 워싱턴·뉴욕·런던·프랑크푸르트·베이징·도쿄·하노이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금융사에 대한 갑질 막아라

기재부는 은행, 보험사 등에 대한 감독권을 쥐고 있는 금감원의 갑질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9년 금감원 직원들이 피감기관 직원들에게 주변 맛집 리스트와 개인별 슬리퍼, 개인별 모니터와 프린터, 목받침이 있는 푹신한 의자까지 요구한 것이 드러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검사를 받았던 한 금융사 직원은 “감독 명목으로 과도한 자료를 당연하다는 듯이 요구하는데 마치 범죄자 취급을 받는 느낌이 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일들을 막기 위해 금융사·기업·국민을 대상으로 상급기관인 금융위가 정기적으로 설문조사를 하라고 요구했다.

기획재정부는 금융위와 금감원에 “강화된 유보 조건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의결을 통해 확정하고, 매년 공운위 때 이를 점검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일단 기재부의 요구 사항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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