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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재용의 공격적인 옥중경영…"삼성전자 3년내 대규모 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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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美 기업 하만 인수보다 더 큰 '빅딜' 가능성
후보군으로 자동차 전자장비 업체가 유력
한국일보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매출 61조5500억원, 영업이익 9조500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힌 28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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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부재로 비상경영에 들어간 삼성전자가 대규모 인수합병(M&A) 가능성을 예고했다. 특히 구체적인 시점과 적지 않은 투자 비중까지 내비치면서 M&A와 관련된 물밑 작업도 이미 진행 중인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투자와 고용 창출이라는 기업의 본분을 충실해야 한다"는 옥중 메시지를 낸 지 바로 이틀 뒤 나온 발표란 점에서 주목된다.

"3년 내 대규모 M&A 나서겠다"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사장(CFO)은 28일 4분기 실적 발표 직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는 지난 수 년간 지속적으로 M&A 대상을 매우 신중하게 검토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대내외 불확실 상황으로 실행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지금까지 준비해온 것을 토대로 이번 정책 기간 내에 의미있는 규모의 M&A를 실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올해부터 2023년까지 진행할 주주환원정책을 내놨는데, 이 기간내 M&A가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삼성전자가 2017년 자동차 전장회사인 하만 인수 이후, M&A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은 이번 처음이다. 최 사장은 이 부회장의 복심으로 알려진 최측근 인사다.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이번 M&A 언급에 대해 이례적이란 시각도 나온다. 지난 18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2년6개월 실형을 받고 이 부회장이 법정 구속된 이후, 삼성그룹 안팎에선 오너 부재로 중장기 경영 전략에 대한 우려가 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발표를 계기로 이 부회장의 옥중경영은 향후 적극적인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번 M&A 발표도 현재 수감 중인 이 부회장과의 교감 속에 이뤄졌을 것이란 게 재계 안팎의 중론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6일 옥중 메시지를 통해 "제가 처한 상황과 관계없이 삼성은 가야 할 길을 계속 가야 한다"며 "투자와 고용 창출이란 기업의 본분에도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만 인수한 삼성…다음 스텝도 '전장' 분야 가능성


삼성전자가 이처럼 공격적인 M&A와 투자를 강행하고 나선 배경엔 역시 충분한 실탄이 존재한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삼성전자가 갖고 있는 순현금(현금-차입금)은 104조5,000억원에 달한다. 1년 전보다 10조원가량 늘었다. M&A에 필요한 자금은 충분하단 얘기다. 이날 최 사장은 "지속적인 현금 증가는 회사 경영 측면에서도 부담이 된다"고 한 점에 미뤄 2017년 9조원을 들여 미국 전장전문 기업 하만을 인수했을 때보다 더 큰 '빅딜'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국일보

삼성전자의 자동차 부품 및 전기장비 자회사 하만이 지난달 8일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 2021에 앞서 진행한 온라인 쇼케이스 하만 익스플로어 2021에서 디지털 콕핏(Digital Cockpit) 2021을 공개했다디지털 콕핏은 삼성전자가 2017년 인수한 미국 전장전문기업 하만(HARMAN)과 공동 개발한 운전석과 조수석 전방의 차량 제어장치를 전자기기로 구성한 장치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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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M&A 후보군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지만 최근 유망 사업으로 꼽히는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업체가 유력한 대상으로 떠오른다. 최근 삼성전자가 전장사업팀장을 하만 인수에 깊게 관여했던 이승욱(53) 사업지원TF 부사장으로 선임한 것도 전장 분야에서의 추가 M&A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향후 자동차 산업이 친환경·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점쳐지는 분야다. 차량용 시스템 반도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네덜란드 NXP와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이 삼성전자의 M&A 후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이 미래 먹거리로 전장 분야를 꼽고 있는 데다 미래 전망도 밝은 만큼 삼성 역시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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