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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양승태와 '사법농단'

‘사법농단’ 전·현직 판사들에 실형 구형…“형사책임 관계없이 잘못 깊이 뉘우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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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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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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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판사들에게 검찰이 징역 1년~2년6월의 실형을 선고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피고인들은 최후진술에서 법원 구성원들과 국민에게 죄송하다면서, 법원이 현명한 판단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검찰은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윤종섭)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과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게 각각 징역 2년6월을 구형했다. 심상철 전 서울고등법원장에게는 징역 1년, 방창현 판사에게는 징역 1년6월을 선고해달라고 했다.

이 전 상임위원과 이 전 실장은 통합진보당 관련 일선 법원의 재판에 개입하고, 법원 내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와해하려고 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심 전 원장은 통진당 사건의 배당에 개입한 혐의, 방 판사는 법원행정처 요구에 따라 판결을 수정하도록 같은 재판부 판사에게 시킨 혐의를 받는다. 대부분의 혐의에 직권남용죄가 적용됐다.

검찰은 “피고인들과 양승태 등 공범들이 내세운 사법정책적 목적과 동기는 재판의 활용과 결부됨으로써 사법부의 조직적 이익을 위한 사적 이익 추구로 변질됐고, 법관의 재판은 사법부 조직 이기주의의 수단으로 전락했다”며 “법관 독립의 헌법가치는 철저히 무시됐고, 재판 당사자들은 공정한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어 “이 사건 재판은 이미 진행된 사법농단 사건을 다시 사법부가 처리하는 과정”이라며 “사법부 스스로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묻는 과정을 통해서만 사법에 대한 실추된 기대를 다시 회복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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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왼쪽)과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오른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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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들은 재판 과정에서 무죄를 주장해왔다. 다만 최후진술에서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고 했다.

이규진 전 상임위원은 최후진술에서 “형사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제가 대법원에서 근무하면서 했던 행동이 부적절한 면이 많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깊이 뉘우치고 있다”며 “법원은 물론 사회 전체에 대해서 제가 일으켰던 물의나 잘못에 대해서도 깊이 새기고 있다”고 했다. 이 전 상임위원은 “이 사건 관련해 저로 인해서 재판이나 검찰 조사 과정에서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께 깊이 사죄 말씀드린다”며 “앞으로는 이와 같은 기소와 재판은 없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라고 했다.

이민걸 전 실장은 “법원행정처에서 사법행정을 담당했던 사람으로서 현 상황을 초래한 것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동료 법관과 사법부 구성원, 국민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저에게 주어진 역할과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전 실장은 “이 사건에 대해 헌법과 법률에 의해서 양심에 따라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시기를 바란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선고는 다음달 18일 이뤄진다. 이 사건의 재판은 2019년 3월 검찰이 피고인들을 기소한 뒤 1년11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이 사건은 이 전 상임위원과 이 전 실장이 법원행정처의 업무 처리 과정에서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앞서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4건의 사법농단 관련 사건 피고인들은 모두 법원행정처 근무자가 아니었다.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행사에 있어서 법원행정처의 역할과 한계가 무엇인지,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법원 판단이 이 사건에서 처음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 사건의 판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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