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대 최고의 여성그룹으로 평가받는 슈프림스의 원년 멤버 메리 윌슨이 지난 8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났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디트로이트 빈민가 출신의 세 흑인 소녀가 처음 뭉쳤을 때, 그들에겐 가수가 되고 싶다는 꿈밖에 없었다. 번번이 오디션에서 떨어질 때마다 견디게 한 것 역시 이 꿈이었다. 백업 가수로 활동하며 무명 시절을 버텨낸 그들은 결국 1960~70년대를 휩쓴 전설의 여성 그룹이 됐다. 세계적인 디바 비욘세가 주연을 맡은 영화 ‘드림걸즈’의 모티프가 된 여성 트리오 ‘슈프림스(Supremes)’의 이야기다.
슈프림스의 원년 멤버인 메리 윌슨(76)이 8일(현지시간) 네바다 주 자택에서 별세했다. 미국 NBC는 “정확한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동맥경화성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메리 윌슨은 지난 61년부터 77년까지 슈프림스의 처음과 끝을 지킨 유일한 멤버였다. 동네 친구였던 다이애나 로스와 플로렌스 발라드, 베티맥글로운까지 네 명이 ‘프라이메츠(The Primettes)’를 결성한 게 슈프림스의 시초였다. 이후 베티맥글로운이 탈퇴하고 61년 음악사 ‘모타운 레코드’과 계약하면서 슈프림스란 이름을 갖게 됐다.
슈프림스는 2006년 개봉한 영화 드림걸즈의 모티프가 된 것으로 유명하다. [영화사 공식 스틸컷]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슈프림스는 흑인 음악으로 통하던 리듬 앤드 블루스(R&B)에 팝, 디스코적 요소를 넣은 신선한 장르로 큰 인기를 끌었다. 작곡을 도맡았던 홀랜드 도지어 홀랜드(Holland-Dozier-Holland)팀의 음악 스타일을 두고 ‘모타운 사운드’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슈프림스는 64년 발표한 ‘사랑이 어디로 갔나(Where did out love go)’를 비롯해 모두 12곡을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66년에 나온 ‘어 고고(A’Go-Go)’는 빌보드 앨범차트 1위에 올랐는데, 여성 그룹으로서는 처음이었다. 당시 세계적인 스타였던 비틀즈의 7번째 정규앨범 ‘리볼버(Revolver)’를 꺾은 것으로도 화제가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슈프림스는 미국의 긴장과 격변의 시대에 스타로 떠올랐다”며 “인종 간 장벽을 대립이 아닌 형태로 허물었다”고 평가했다.
19690~70년대를 휩쓴 흑인 여성그룹 슈프림스. (왼쪽부터) 플로렌스 발라드, 메리 윌슨, 다이애나 로스. [AP=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하지만 모타운 레코드가 멤버 중 다이애나 로스만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팀은 와해하기 시작했다. 특히 리드 싱어였던 플로렌스 발라드는 크게 방황했다. 결국 발라드는 팀을 떠났고, 로스도 솔로로 활동했다. 슈프림스는 멤버를 여러 번 교체했지만 결국 77년 메리 윌슨이 마지막으로 남아 사실상 해체됐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88년에 슈프림스는 여성 그룹으로는 최초로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윌슨은 탈퇴한 뒤에도 활발하게 솔로 활동을 했다. 최근에는 2018년 쇼 프로그램 ‘스타와 함께 춤을(Dancing with the Stars)’에 참가했고, 이듬해엔 슈프림스 전성기 때의 모습을 담은 사진집 ‘슈프림 글래머(Supreme Glamour)’를 출간했다.
모타운의 설립자였던 베리 고디는 NYT에 낸 성명에서 “슈프림스는 모타운을 위한 새로운 문을 열었고, 그 자체로도 스타였던 메리 윌슨이 항상 자랑스러웠다”고 애도했다. 같은 팀 멤버였던 로스도 트위터에 “윌슨과 함께했던 멋진 기억을 여전히 갖고 있다”며 “슈프림스는 우리 마음속에서 함께 살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