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로 흔들린 흥국생명의 연패 탈출 열쇠 구실
김연경 '브루나 오늘 아주 좋아' |
(인천=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의 부진 탈출 열쇠는 새 외국인 선수 브루나 모라이스(22·브라질)가 쥐고 있었다.
흥국생명이 4연패에서 탈출한 19일 KGC인삼공사전에서 브루나는 팀 내 최다인 30득점을 폭발하고 승리를 이끌었다. 브루나의 V리그 한 경기 최다 득점이기도 했다.
브루나는 지난 5경기에서 총 20득점에 그치는 등 부진했다. 브루나가 부활하면서 흥국생명도 살아났다.
흥국생명은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가 학교 폭력으로 이탈해 전력에 큰 구멍이 생긴 상태다.
그러나 '세계적인 공격수' 김연경이 있기에 브루나만 제 몫을 해준다면 공격력에 있어서는 걱정을 덜 수 있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브루나는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줬고, 흥국생명은 4연패에 빠졌다.
부상으로 이탈한 루시아 프레스코의 대체 선수로 흥국생명에 합류한 브루나는 지난달 8일 입국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으로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는 등 한국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훈련 시간도 부족했는데, 이재영·다영 자매를 둘러싼 뒤숭숭한 팀 분위기 때문에 선수들과 호흡을 제대로 맞추기도 어려웠다.
브루나는 코트 위에서 자신감 없는 플레이로 주눅이 든 모습을 보였다.
김연경 '브루나 득점이다' |
하지만 동료들의 격려에 힘입어 브루나는 화려한 변신에 성공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브루나는 "그동안 어려움을 겪은 것은 사실"이라며 "브라질과 환경이 달라서 당황했는데 김연경과 많은 이야기를 해보고, 코치님들과 다른 해결 방법이 있는지 생각해보면서 극복했다"고 말했다.
함께 인터뷰실에 들어온 김연경은 "사실 브루나와 같이 연습한 지가 한 달도 안 됐다"라며 "팀 상황이 안 좋았기 때문에 적응에 힘들었을 것"이라고 브루나의 심정을 이해했다.
김연경은 브루나가 경기에서 부진해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주장이기도 한 김연경은 브루나의 기를 살려 주려고 노력했다.
김연경은 "오늘 경기 전에 브루나와 이야기했다. '많이 부담되니 도와달라'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며 "브루나가 그 힘듦을 이겨낸 것 같아서 뿌듯하다"고 기뻐했다.
김연경은 코트 위에서도 틈만 나면 브루나를 격려해줬다. 브루나가 부진에 빠진 시기, 김연경은 브루나가 공격에 실패해 시무룩해 있을 때마다 어깨를 두드려줬다.
자신감 없던 브루나의 표정은 점점 살아났다. 이날 KGC인삼공사에서 맹활약한 브루나가 공격에 성공할 때마다 김연경은 하이 파이브를 나누며 기를 살려줬다.
브루나 격려하는 김연경 |
그러나 김연경은 "많은 선수가 도와줘서 할 수 있었다"며 자신뿐 아니라 모든 동료가 브루나를 도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루나는 김연경과 같은 팀에서 뛰는 것만으로도 기쁘다고 했다.
브루나는 "김연경은 브라질에서도 엄청나게 많이 유명하다. 브라질 선수들도 많이 존경하는 선수"라며 "언니 옆에서 뛰는 것 자체가 즐겁다"며 '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김연경은 웃기기도 하고 놀랍다"며 "이런 선수와 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브루나는 "저 자신을 많이 믿으려고 하고 있다"며 "지금은 원래 나의 기량의 80% 정도다. 더 나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각오를 밝혔다.
김연경은 한국 취재진과 첫 인터뷰를 마친 브루나의 손을 꼭 잡아줬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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