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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유엔사무차장, 트럼프 북미정상회담 의사 2017년말 北에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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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방북 초청' 사무차장에 '김정은과 마주 앉겠다' 극비 메시지"

"트럼프의 정상회담 수락에 정의용 당시 국가안보실장 엄청나게 놀라"

연합뉴스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만난 북미 정상
[연합뉴스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 제프리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이 지난 2017년말 방북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극비 메시지'를 북측에 전달했다고 영국 BBC 방송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방송은 '트럼프, 세계와 맞서다'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펠트먼 사무차장의 증언을 토대로 이러한 사실을 전했다.

펠트먼 사무차장은 2017년 12월 5∼9일 북한의 초청으로 평양을 방문, 리용호 당시 북한 외무상과 박명국 부상,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한 러시아 대사 등을 면담했다.

그는 방북 뒤 언론을 통해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에 참가해 달라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의사도 함께 전달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셈이다.

그는 BBC에 "북한이 나를 초청했을 미 국무부는 만류했다"라며 "하지만 몇 주 뒤 유엔 사무총장이 백악관에 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무엇이 가능할지, 얼마나 위험한 지 등을 (트럼프 대통령과) 의논했다"라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게 "펠트먼이 평양으로 오라는 묘한 초청을 받았으며 그가 북한과 정치적 대화를 하게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엔 사무총장 쪽으로 몸을 기울이더니 "펠트먼이 평양에 반드시 가야 한다. 그리고 내가 김정은과 기꺼이 마주 앉겠다는 것을 북한 측에 말해야 한다"라며 이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시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 국무위원장을 '로켓맨'으로 부르며 한반도에서 전쟁 위기가 고조한 지 불과 한 달 뒤였다.

연합뉴스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 리용호 北외무상 만나
(평양 AP=연합뉴스) 방북 사흘째인 제프리 펠트먼 유엔 정무담당 사무차장(왼쪽)이 2017년 7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펠트먼 사무차장은 "방북 당시 나는 임박한 전쟁을 정말로 걱정했다"라고 회고하면서 리용호 외무상에게 북미 정상회담을 하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비밀리에 전했다고 말했다.

리 외무상은 잠시 침묵한 뒤 "당신을 신뢰하지 않는다. 내가 왜 당신을 믿어야 하느냐"고 말했고 이에 펠트먼 사무차장은 "자, 나를 믿어달라고 요청하는 게 아니다. 유엔이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대신 전달하는 것이고 내가 그 전달자다"라고 답했다.

펠트먼 사무차장은 "김정은은 트럼프의 메시지에 직접 답하지 않았다"라며 "하지만 몇 달 뒤 김정은은 한국 측에 트럼프를 만날 준비가 됐다고 말했고 한국의 국가안보실장(정의용)이 미국으로 달려가 이 뉴스를 전했다"라고 BBC에 말했다.

당시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BBC에 "(정 실장의 전갈에) 트럼프가 '좋다'라고 답하자 정 실장은 의자에서 떨어질 뻔할 만큼 엄청나게 놀랐다"라며 "정 실장은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미국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조금 더 길게 (미국의) 압박을 느끼도록 하는 게 낫다고 느꼈지만 대통령은 물론 그 기회를 마다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펠트먼 사무차장이 북한 측에 비밀 메시지를 전달한 지 반년만인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1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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