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8 (목)

임기말 공무원 복지부동 심각…“누가 책임지려 하겠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가덕도신공항 건설,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등 번번이 격돌

“추후 문제되면 정치인은 빠져나가고 공무원만 처벌받아”

임기 1년 남은 문재인 정부 ‘레임덕’ 본격화 신호탄 가능성

헤럴드경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지난달 21일 오후 부산 강서구 대항전망대에서 가덕도신공항 예정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1년여 가량 남은 가운데 최근 주요 정책 현안마다 관료들이 정치권의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에 반대하는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현 정부의 핵심 국정사업인 월성1호기 조기 폐쇄를 수행하다 감사원의 강도높은 감사에 이어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관료사회의 복지부동이 빠르게 확산되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나라곳간지기’인 홍남기 부총리가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등을 놓고 갈등을 빚는가 하면, 정치권에서 강력히 밀어부치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에 대해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법무부 등 3개 부처가 일제히 우려를 표하는 등 공직사회 기류가 바뀌는 모습이다.

공무원들이 향후 논란을 빚을 수 있는 주요 국정 현안에 책임을 지지 않고, 또 추후 책임질만한 일을 맡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팽배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임기를 1년정도 남겨놓은 문재인 정부의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 현상이 본격화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관련기사 5면

25일 국회 보고서에 따르면 국토부와 기재부, 법무부 등 3개 부처는 특별법을 수단으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추진하는 데 따른 문제점을 지적했다. 청와대와 180석을 보유하고 있는 거대 여당이 추진하는 핵심 정책에 3개 부처가 일제히 문제를 제기한 것은 임기 초라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특히 국토부는 “월성 원전에 대한 감사·수사에서도 원전 조기 폐쇄를 위한 정당한 근거가 미흡했다는 점을 중요 문제로 지적했다”며 현 정부의 핵심 국정사업인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수행했다는 이유로 일부 공무원이 구속된 산업부 사례를 인용했다.

기재부는 기존 김해신공항 확장 사업에 대한 처리방안을 결정해야 하고 입지 등 신공항 추진을 위한 주무 부처의 사전타당성 검토 등을 거친 후 예타 조사를 통해 타당성 검증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위헌은 아니지만 적법 절차와 평등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예타 면제등에 대해서는 국가재정법 등 관련법의 절차와 취지를 형해화할 소지가 있다며 유의하라고 했다.

가덕도신공항 건설 이전에는 코로나19 ‘3차 대유행’ 피해업종 및 계층을 위한 4차 재난지원금과 관련해선 기재부가 재정건전성 문제를 들어 민주당의 ‘보편 지급’ 추진에 반대해왔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4일 비공개 고위 당정 협의에서 당의 지원 방침에 반대한 홍남기 부총리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당신들은 정말 나쁜 사람”이라며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공직사회 분위기가 바뀐 것은 탈원전 정책을 주도했던 산업부 공무원들에 대한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가 계기가 됐다. 정권 초기 핵심 국정사업을 앞장서 추진했던 고위공무원들이 수사를 받자 공직사회에서 향후 책임질만한 일을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경제부처 한 관계자는 “청와대와 여당에서는 오는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이어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표에 집착하다보니 법과 규정에 신경쓰지 않고 밀어부치는 경향이 크다”면서 “그러나 법과 규정을 어긴 경우, 감사와 수사를 받은 것은 결국 공무원으로 정치권에서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정권말 관료조직의 복지부동은 이런 상황에서 확산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oskymoon@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