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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文 사전승인’ 함구하는 靑…휴일 檢인사 전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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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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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신현수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사의 파동을 불러온 검사장 인사안이 문재인 대통령의 ‘사전 승인’이 있은 후 ‘사후 전자결재’됐다고 24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확인했다. 이달 7일 오후 1시반 법무부의 인사 발표 전에 문재인 대통령의 승인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지만 핵심 쟁점인 사전 승인 경위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통치행위”라며 "언제 누가 보고하고 승인 받았는지는 말할 수 없다”고 함구했다.

일단 유 실장의 공식 답변으로 법무부 인사 발표 전 대통령의 정식 결재가 나지 않았다는 언론보도는 일부 사실로 확인이 된 셈이다. 물론 사후 결재도 공식 결재이기 때문에 사후 결재가 이뤄진 것 자체를 가지고 문제를 삼을 순 없지만, 이번 검사장 인사가 정식 결재 후에 법무부가 발표를 해온 통상의 인사와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것 또한 분명해졌다.

사전 승인을 누가 보고했는지에 대해 유 실장은 함구하면서도 자신은 “아니다”라고 확실하게 부인했고, 이광철 민정비서관인지 여부에 대해선 “아닌 걸로 알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신 수석은 당일 인사 발표 직전까지 인사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사전 승인 보고자가 아니다. 결국 비서실장, 민정수석, 민정비서관 등 검찰 인사와 관련이 있는 청와대 보고 라인은 모두 이달 7일 대통령 사전 승인 보고와 무관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렇다면 검사장 인사를 대통령에게 보고할 수 있는 사람은 주무 장관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남는다. 검찰 고위 간부 인사는 통상 최종 조율을 거쳐 민정수석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결재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때로는 법무장관이 민정수석이 배석한 상태에서 대통령 결재를 받기도 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박 장관이 문 대통령에게 사전 승인 보고를 했을 수 있다.

특히 이번 인사는 박 장관이 주도했기 때문에 박 장관이 대통령에게 사전 승인 보고를 했다면 자연스러운 흐름이고, ‘패싱’을 당한 민정수석과의 관계는 껄끄러워지겠지만 법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박 장관이 대통령에게 사전 보고를 하고 승인을 받았을 경우 청와대가 이를 공개한다고 해서 별 부담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박 장관 모두 법무장관의 사전 승인 보고 여부에 대해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법무장관이 대통령에게 직접 승인을 받는 형식이 아닌 다른 사정이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되는 이유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패싱하고 ‘추미애 라인’을 유임 또는 영전시킨 이번 검사장 인사는 법무장관이 제청권자인 데다 여당의 친문 핵심인 박 장관의 의지가 관철됐다는 점에서 박 장관은 인사안 사전 승인 과정에 밀접하게 관여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남는 경우의 수는 박 장관이 문 대통령에게 대면이든, 유선이든, 이메일이든 직접 승인을 받은 것이 아닌 간접 경로를 통해 대통령의 승인을 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박 장관이 검찰 인사 보고 라인에 있는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민정수석, 민정비서관이 아닌 다른 대통령 측근 인사를 통해 보고를 한 뒤 승인을 받았을 경우에 해당한다. 이런 경우라 하더라도 주무 보고 라인이 아니라는 것뿐이지 대통령의 뜻만 정확히 하달된 것이라면 ‘통치행위’라는 측면에서 그다지 문제될 것은 없어 보인다.

결국 사전 승인에서 문제가 될 수 있고 청와대가 공개를 꺼릴 수밖에 없는 경우는 당일 간접 경로를 통한 보고와 승인 과정에서 ‘대통령의 뜻’이 하달되지 않았을 가능성 한 가지밖에 없다. 물론 유 실장은 대통령 승인과 관련해 24일 국회에서 “7일 오후 1시반 전에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혀 이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일요일인 당일 인사안 결재를 하지 않고 사전 승인을 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 대한 궁금증도 가시지 않고 있다. 대통령은 휴일에도 긴급한 국가안보 현안이나 주요 결재 건이 있을 경우 청와대 관사에서도 업무를 처리할 수 있고 그래왔다. 이런 상황들로 인해 정치권에서는 당시 문 대통령이 결재를 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었던 것인지, 휴일이라는 점을 고려해 참모진에서 결재 대신 사전 보고와 승인 절차로 진행한 것인지 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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