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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대법 "경미한 장애 이유로 성폭행 가중처벌 않고 강간죄만 적용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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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심, 장애인에 대한 강간 등 혐의에 강간·강제추행만 인정

대법원 "비장애인 시각서 장애 판단해선 안돼"…원심 파기환송

뉴스1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2018.6.1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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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한유주 기자 = 대법원이 시각장애 3급 및 다리에 비교적 가벼운 장애가 있는 여성을 성폭행한 남성에 장애인에 대한 강간 혐의 대신 일반 강간 혐의를 적용한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25일 성폭력처벌법상 장애인에 대한 강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해 강간, 강간미수 혐의만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3년 10월 말에서 11월쯤 피해자에 주거지에 들어가 강제추행하고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2014년 1월 피해자의 집 문이 잠겨있자 부엌 방충망을 뜯고 창문을 통해 들어가 피해자를 성폭행하려 했으나 피해자가 도망가 미수에 그친 혐의도 있다.

1심은 검찰이 피해자가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적용한 장애인 강간, 장애인 강제추행 등 혐의 대신 통상의 강간, 강제추행 혐의를 인정해 A씨에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또 2년간 보호관찰 맟 사회봉사와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각각 80시간을 명했다.

1심은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정신장애를 갖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성폭력처벌법에서 규정하는 장애인이라 보기 어렵다고 봤다.

1심은 "피해자가 지체 및 시각장애 3급이며 한 쪽 다리가 짧고 시력이 좋지 않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보행 및 시력에 약간의 불편함은 있으나 독자적인 일상생활을 충분히 가능한 정도의 신체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로는 Δ피해자가 보정신발을 신을 경우 다리를 약간 저는 정도에 불과한 점 Δ왼쪽 눈은 일상생활이 가능한 정도의 시력인 점 Δ평소 취미로 뜨개질을 하며 산책을 혼자한다고 진술한 점 등을 들었다.

2심도 "피해자에게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를 특별히 보호할 필요가 있는 정도의 신체적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다고 인정하기는 여전히 어렵다"면서 "A씨가 범행 당시 피해자가 장애 상태에 있었음을 인식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해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시 재판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성폭력처벌법 제6조에서 규정하는 '신체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이란 '신체적 기능이나 구조 등의 문제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신체적인 장애를 판단함에 있어서 피해자의 상태가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고 비장애인의 시각과 기준에서 피해자의 상태를 판단해 장애가 없다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폭력처벌법 제6조의 취지는 성폭력에 대한 인지능력, 항거능력, 대처능력 등이 비장애인보다 낮은 장애인을 보호하기 위해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범죄를 가중처벌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제6조는 신체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을 강간·강제추행하거나 위계 또는 위력으로 간음할 경우 가중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범죄를 가중처벌하는 성폭력처벌법의 취지를 규명하고, 법에서 정한 '신체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의 의미와 범위, 판단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첫 판결"이라고 밝혔다.
wh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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