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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서병기 연예톡톡]‘트롯전국체전’을 통한 트로트 오디션 심사방식 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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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KBS2 ‘트롯 전국체전’은 진해성이 금메달 주인공으로 확정되며 지난 20일 끝났다. 이의 심사방식에 대해 살펴보는 것은 향후 오디션 프로그램 운용에 참고가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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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롯 전국체전’은 전문가 판정단 50%, 시청자 문자 투표 50%로 TOP8의 최종순위를 가렸다. 시청자 투표 50%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무조건 50%를 하다가는 무리를 범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TOP8중에는 이미 안정된 팬덤이 형성된 경우도 있고, 가수로 처음 나온 사람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시청자 문자 투표 50%는 과도할 수 있다. 8등이 1등이 될 수 있고, 1등이 8등도 될 수 있는 구조다.

1, 2차 전문가 판정단에 의해 5위였던 한강은 TOP8중 꼴찌인 8위로 떨어졌다. ‘여심 저격수’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호감도를 동반한 한강의 잘 생긴 외모는 투표에 매우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투표를 하게 하는 행동파 팬심 정도는 아니었다.

밤 12시가 넘도록 문자투표를 받으려면 안정되고 강력한 팬덤이 이미 구축돼 있어야 한다. 1위였던 신승태가 4위로 내려앉고, 4위였던 최향이 7위로 떨어진 것도 마찬가지다.

시청자 문자투표 점수는 최종순위 8위인 한강이 768점, 1위인 진해성이 그 6배인 4400점으로 무려 3600점 이상 차이가 난다. 따라서 ‘트롯 전국체전’은 시청자 문자투표 비율을 50%로 할 경우 8명의 출발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싱어게인‘은 최종순위 1위 이승윤, 2위 정홍일, 3위 이무진은 모두 똑같은 스타트 라인에서 출발했다.

그렇다고 전문가 판정단 점수가 3위였다가 1위로 올라서며 금메달을 딴 진해성은 10년간 트로트 가수로 활약하며 탄탄한 팬층을 보유한 덕을 봐 투표에서 유리하기는 했지만, 혜택만 본 건 아니다.

진해성은 노래 실력에 비해 심사위원단의 점수가 별로 나오지 않았다. 노래를 잘했음에도 5위 이하에 머물기도 했다. 신승태는 갈수록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고, ‘트로트 엄친아’ 재하도 호소력을 발휘했다.

그럼에도 진해성은 이 두 사람에 비해 성적표가 야박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조금 더 과격한 팬심이라면, "내 스타가 여기서 이런 대접을 받는다고~" 하면서 투표를 독려하는 응집력을 발휘했을지도 모른다.

진해성의 노래 실력은 안정화돼있다. 심사위원에게 보여주기 위해 지르는 창법을 쓰지 않았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내추럴 창법’을 구사하기 때문에 듣기가 편하다. 그러면서도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고, 춤도 추며 보여줄 건 다 보여줬다. 자작곡 ‘바람고개’의 완성도도 상대적으로 볼때 높은 편이었다.

그럼에도 심사위원단의 점수가 예상보다 낮게 나온 것은 심사위원단의 구성때문이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기성 트로트 가수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에게 10년차 가수 진해성은 경쟁 상대다.

트로트 시장은 99% 행사 시장이다.(음반 매출이 높은 트로트 가수는 팬덤이 초강력한 임영웅과 김호중 정도다. 장윤정도 음반 수입이 거의 없다) 요즘 같은 코로나 상황에서는 방송 출연료도 크게 차지한다.

그리고 전국 행사의 숫자는 정해져 있는 ‘제로 썸 게임’이다. 상대가 섭외되면 자신은 제외되는 구조다. 그러니 심사위원들과 진해성은 ‘밥그릇’ 싸움을 할 수 있다. 신승태나 재하 등 일반에 덜 알려진 가수들에 비해 진해성은 더욱 그렇다. 이는 심사위원의 이해관계 배제 원칙에 어긋날 가능성이 있다.

오디션 음악 프로그램에는 방송국의 욕망과 심사위원들의 욕망, 참가자의 욕망이 뒤섞이는 '긴장'의 장이다.(여기서 긴장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그저 좋다며 바라보는 가수 한강에 대한 팬심은 투표로 인한 순위결정에는 영향을 별로 안미친다는 뜻에서다.) ‘트롯 전국체전’은 뒷말이 나오지 않기 위해 방송국의 욕망은 철저하게 배제했다고 한다. 하지만 나머지 두 종류의 욕망도 '체크 앤 밸런스'가 잘 되도록 시스템 구축이 돼있었는지를 이제 생각할 필요가 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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