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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단독]김범수 "나를 영웅으로 몰지는 말아달라…빌 게이츠가 롤모델"(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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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간담회 열고 임직원 만난 김범수 카카오 의장

"롤 모델은 빌 게이츠…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사회문제 해결하고 싶어"

뉴스1

김범수 카카오 의장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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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뉴스1) 송화연 기자,김근욱 기자,장도민 기자,손인해 기자 =
"저를 가지고 대한민국을 구원할 영웅이나 이런 거로 몰고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재산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선언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25일 사내 임직원 간담회 '브라이언톡 애프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번 간담회는 사재 기부 계획을 밝힌 김 의장이 사회문제 해결 방안을 임직원과 나누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카카오 판교오피스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김 의장과 계열사(공동체) 직원 9명이 참석했다. 총 49명의 임직원이 화상회의 도구로 간담회에 얼굴을 내비쳤으며 나머지 임직원은 '카카오TV'를 통해 실시간 중계되는 간담회를 시청했다.

◇김범수 "내 롤모델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김범수 의장은 이날 롤모델로 '빌 게이츠'를 꼽았다. 그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운영체제(OS)를 만들겠다는 사진을 보고 나도 창업을 해야겠다고 처음 생각했고, 게이츠가 재단을 만드는 걸 보면서 '기업가도 재단을 만들 수 있구나'하는 생각을 해 벤치마킹을 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미국 IT기업인은 기본적으로 더기빙플레지(전 세계 부호가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약속하는 운동) 서약을 하는 게 문화처럼 실리콘밸리에 퍼져있다"며 "이게 잘하면 한국으로 퍼질 수 있는 환경이라고 생각했다"며 기부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김 의장이 추진할 기부방식이 무엇이냐'는 직원의 질문에 김 의장은 "통 큰 기부 측면에선 괜찮은데 저를 가지고 대한민국을 구원할 영웅이나 이런 걸로 몰고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그는 "(이번 기부는) 제가 선한일, 착한 일을 하기보다는 우리보다 앞서 있는 실리콘밸리를 보니까 기부 이런게 자연스러운 문화가 됐고 '저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해서 하게 된 것"이라며 "(기부는) 재벌과 달리 자수성가해서 자녀에게 기업을 물려줄 의향이 없는 IT업계 사람들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돈이 안되고, 돈을 써서 사회 문제를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며 "'창조적 자본주의'라는 빌 게이츠 말처럼 우리도 우리만의 방식으로 꽤 괜찮게 풀 만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어젠다를 찾아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사회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싶다"

이날 온·오프라인 간담회 참석한 직원들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문화재환수, 취업난, 스타트업 지원, 문화재 환수, 환경보호 등 그 분야도 다양했다.

다만 김 의장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아이디어에 집중하고 싶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직원이 '빌 게이츠처럼 기후변화에 대한 사회활동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하자 김 의장은 "저는 기후변화에 관심이 없다"며 선을 긋기도 했다.

김 의장은 "제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 의미있는 것을 풀고싶다"며 "기후변화는 빌 게이츠가 해결하지 않겠냐"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다만 그는 "기후변화를 풀고 싶은 분들(임직원, 외부 팀들 등)이 있다면 도와주고 싶다. 중요한 부분이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문화재 환수에 대한 사회활동 계획에 대해 김 의장은 "나중에 바뀔진 모르겠지만 과거는 제게 큰 관심영역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 또 다른 격차가 벌어져 기회를 얻지 못하는 사람들, 디지털 교육 격차라거나 인공지능(AI) 인재 등에 관심이 있다"고 답변했다.

실제 이날 간담회에서는 IT 기업으로서 카카오가 해결할 수 있는 사회문제가 '디지털 교육'일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 제시됐다.

김 의장은 "사람들이 제 메일로 재밌는 제안을 하는데 '돈도 없고 빽(인맥)도 없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 중에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기회를 주자'는 제안이 있었다"며 "왜 그런가 들여다봤더니 '프로그래밍은 돈 없고 빽이 없어도 실력만 쌓으면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조가 나온다'고 하더라"며 이공계 인재 양성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연수원을 AI 캠퍼스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오프라인 아니라 온라인으로 그 구조를 만들고, 그런 걸 해보면 좋을 거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해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고기동에 공동체 직원을 위한 시설(프로젝트명 '포레스트원') 마련에 돌입했다. 회사는 현재 포레스트원 프로젝트를 AI 캠퍼스로 변경하는 중이다.

김 의장은 "(기부 방식의) 핵심은 돈을 묵혀두는 개념이 아니라 쓰고 싶은 것"이라며 "1년이면 1년, 단위를 정해서 몇천억원 규모로 쓰고 싶은 생각은 있다.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서 몇 가지 문제라도 풀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접근 중이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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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카카오 창엄자 및 의장. (카카오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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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가 꿈꾸는 '더 나은 세상'

이날 간담회에선 김 의장이 꿈꾸는 '더 나은 세상'에 대한 의견도 오갔다. 김 의장은 지난 2011년 책 '톡톡 국민 앱 카카오톡 이야기'를 통해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라는 랄프 왈도 에머슨의 시 구절이 내 철학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그의 카카오톡 프로필 상태 메시지에는 '내가 태어나기 전보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라는 문장이 적혀있다고 전해진다.

김 의장은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조금이라도 더 낫게 만들고 떠나는 시 구절을 보고 '멋있다' '그렇게 하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며 "시 앞구절에 건강한 아이를 낳든, 정원을 가꾸든 이라는 멘트가 있듯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이라는 게 엄청나게 큰 세상을 꿈꾸진 않는다"고 말했다. 더 나은 세상은 거창한 것이 아닌 소박한 움직임으로 시작한다는 것.

이어 그는 "카카오톡을 만들 때도 거대한 변화의 주체자를 말한게 아니라 이용자 불편을 해소하자 해서 여기까지 왔다"며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더 나은 세상의 무브먼트(움직임)나 임팩트가 빵 터지면 좋겠지만, 조금씩 조금씩 '이게 더 낫지 않아?' 하는 시도들을 꿈꾸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의장은 최근 카카오 기업재단 카카오임팩트를 통해 선발한 사회혁신가 지원 프로젝트 '카카오임팩트 펠로우십'을 소개하기도 했다.

카카오임팩트 펠로우십은 사람에 대한 투자를 통해 임팩트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소셜벤처, 미디어, 비영리단체, 활동가, 연구자 등 다양한 사회혁신가를 선정해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회사는 지난 16일 11명의 사회혁신가를 선정, 2년간 월 200만원씩 지원하기로 했다.

김 의장은 "월 200만원을 생활비로 지원하는 일에 보람과 긍지를 가지고 응원하는 차원이지만 이런 것들이 하나하나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분들의 노력이라고 생각한다"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분들이 어느 순간 지치고 힘들어하는데 '그래도 인정받고 격려받고 그런 느낌이 너무 좋다'는 그거부터가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팩트 펠로우에 대한 부분을 좀 더 키워볼까 생각중"이라며 "프로젝트 직접 하는 것도 의미있지만 더 나은 세상 향해 묵묵해 나가는 사람들을 지원하고, 단순히 돈도 돈이지만 카카오가 거기서 하고있는 일들을 띄워줄 수 있고 알려줄 수 있는 영역 꽤 있기 때문에 시너지 낼 부분이 보인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 의장은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건 '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제가 생각하는 것뿐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더 나은 세상이 하나하나 시도되고 발현되고, 도전하고 하는 부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김 의장은 임직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자원봉사 프로그램, 프로젝트 등을 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김 의장은 "한 달에 한 번, 자원봉사를 모집할 수도 있고 (사회 변화 프로젝트에 대해) 프로젝트 파트타임, 풀타임 인력을 모집할까 하는 생각도 있다"며 "전 국민으로부터 받는 아이디어보다 크루(임직원)의 아이디어가 제가 풀고자 하는 문제와 맞닿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아이디어 공모전 등의 방향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hway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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