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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초임 6천에 2억 연봉도 수두룩?…“개발자 구하기 어려워요” IT기업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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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년차에 연봉 1억…“개발자 몸값 금융권보다 높아져”

경력 개발자 씨가 말라…스타트업 “돈 있어도 사람 못 뽑아요”

무작정 인력 공급 늘릴 수는 없어…“기업들의 재교육 투자 필요”

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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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후섭 이대호 기자] 국내 주요 IT기업들이 개발자 확보 전쟁에 나선 가운데 게임업체 크래프톤이 `2000만원 일괄 인상`으로 다시 한번 불을 지폈다. 개발자 몸값이 치솟으면서 평균 연봉이 높기로 손꼽히는 금융권 보다 나은 대우를 받고 있지만, 지나친 경쟁이 오히려 구인난을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입전에서 소외된 중소기업, 스타트업들은 경력직을 구경하기도 힘든 실정이라고 하소연할 뿐만 아니라, 대형 기업들도 지원은 많이 들어오지만 자기들이 원하는 수준의 인력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인력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IT인력 재교육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5~6년차에 연봉 1억…“개발자 몸값 금융권보다 높아져”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카카오 등 IT기업 뿐만 아니라 토스·크래프톤·쿠팡·SSG닷컴·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이 개발자 경력직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올해 1분기 330명을 뽑겠다는 계획을 밝힌 토스를 포함해 카카오페이·네이버파이낸셜 등 핀테크 업계에서는 450명에 가까운 인력을 뽑고 있다. 이날 게임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 인상을 밝힌 크래프톤도 공개채용 규모를 수백명 단위로 확대하겠다고 했으며, 쿠팡의 경우 현재 개발자 인력만 2000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파격적인 연봉과 처우 등을 내세워 다른 곳의 인력을 끌어옴과 동시에 자기 인력을 지키려고 하고 있다. 게임 업계에서는 800만원 일괄 인상을 넘어 크래프톤이 2000만원으로 눈높이를 올렸고, 토스는 1억원 규모의 스톡옵션을 유인책으로 제시했다. 몸값 경쟁에 개발자 초임 연봉은 5000만원으로 넘어 6000만원까지 올라갔다.

한 대기업 계열사에서 근무하는 IT개발자는 “핵심 인력은 5~6년차에 이미 1억원 이상을 받아가는 경우가 많고, 10년 이상 중에서는 2억원을 넘게 받는 사람들도 있다”며 “중형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에서 임원을 달아야 1억5000만원의 연봉을 받는 수준을 감안하면 개발자 몸값이 정말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경력 개발자 씨가 말라…스타트업 “돈 있어도 사람 못 뽑아요”

하지만 이렇게 높아진 몸값으로 인해 그야말로 경력 개발자는 구인 시장에서 씨가 말랐다. 중소기업, 특히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당장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이 필요한데 인지도도 높고 규모도 큰 기업들이 시중에 있는 IT 인력을 다 뽑아가면서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시장에서 어느정도 자리를 잡은 스타트업들이 대규모 자금을 유치한 후 제일 먼저 추진하는 것이 인력 확충인데, 지금은 돈이 있어도 사람을 뽑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대출 비교서비스를 제공하는 핀다의 경우 1억원 규모의 스톡옵션, 사이닝보너스 1000만원 지급 등 대형 업체들에 비견될 만한 조건을 내걸었지만, 인재 채용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연봉 인상 릴레이`가 펼쳐진 게임 업계의 인력난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크래프톤의 인상안에 대해 “생태계 파괴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한 개발사 대표는 “게임 스타트업에선 3년차 정도가 3000만원 안팎일텐데, 주요 기업 신입으로 들어가도 연봉이 대폭 오르는 상황”이라며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대형 기업들도 어느정도 인력을 확충한 이후에는 더이상 쓸만한 인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전언이다. 자신들이 높인 연봉 수준이 오히려 허들로 작용하는 셈이다. A 기업의 경우 지난해 300명 채용을 목표로 했지만 실제로는 200명에 그쳤는데, 채용 과정에서 낸 코딩 문제를 못풀어 다 채우지 못했다고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력 공채에 지원은 많이 하고 있지만, 기업에서 원하는 수준을 만족하는 인력이 거의 없다”며 “사내 추천제도를 통해 인재를 데려오면 격려금을 지급하는 등 독려하고 있지만, 막상 뽑힌 사람은 별로 없다”고 토로했다.

무작정 인력 공급 늘릴 수는 없어…“기업들의 재교육 투자 필요”

최근의 인력난은 IT가 모든 산업의 기반이 되면서 개발자 인력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수급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력 공급도 맞춰 늘려야겠지만, 현실적인 문제들이 따른다. 무작정 소프트웨어(SW) 개발과 관련된 대학의 정원을 늘릴 수도 없고, 이들이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을 갖추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주요 대학의 전산학과, 컴퓨터공학과 등의 정원을 늘리려고 해도 주로 수도권에 몰려 있어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에 저촉될 여지가 크다.

김광수 성균관대 교수는 “현재 개발자가 많이 필요한건 사실이지만, 이 수요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기에 대학의 정원을 늘리는 것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이보다는 기업과 대학 차원에서 재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그는 “네이버·카카오 등 여력이 충분한 기업들이 나서 재교육을 위한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들이 지금 IT인력을 다 흡수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보면 전체적인 IT업계의 역량을 키워놓는 것이 차후 본인들의 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며 “기업들도 투자하고, 정부도 퀄리티가 높은 재교육 프로그램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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