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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누리호의 심장’ 1단 로켓, 101초간 불꽃 내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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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기관 2차 성능 시험 결과

동아일보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연소시험동에서 누리호 1단 엔진 종합연소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75t 엔진 4기를 묶은 누리호 1단 엔진 인증모델은 정확한 시점에 연소가 시작돼 101초간 성공적으로 불꽃을 내뿜었다. 고흥=김우현 동아사이언스 기자 mnch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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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전남 고흥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 10월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첫 발사를 앞두고 연소시험을 위해 세운 42m 높이 시험동이 우뚝 솟아 있었다. 정적이 감돌던 시험동에서 갑자기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수증기가 구름처럼 솟아올랐다. 시험동에서 1.2km 떨어진 전망대까지 굉음이 고스란히 전해질 정도였다. 누리호의 심장인 75t 액체엔진 4기가 동시에 불을 뿜으며 300t의 추력을 내는 1단 추진기관의 연소시험이 시작된 것이다.

75t 엔진 4기는 연료인 등유와 연료를 태울 산화제를 합해 1초에 1t씩 태웠다. 1단 엔진 추력의 4배인 1200t 힘으로 추진기관을 시험동에 묶어두는 고정장치가 누리호를 겨우 붙잡고 있었다. 계획된 100초가 지나자 나로우주센터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다시 고요해졌다. 시험이 완료된 후 오승협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 발사체추진기관개발부장은 “누리호 1단 추진기관의 2차 연소시험이 정상적으로 수행됐다”고 말했다.

누리호는 1.5t 무게의 인공위성을 고도 600∼800km 지구 저궤도에 올릴 수 있는 3단 우주발사체다. 길이 47.2m, 무게 200t으로, 개발에 1조9572억 원이 투입됐다. 올해 10월 처음 발사되고 내년 5월에는 무게 200kg 성능검증위성을 싣고 발사될 예정이다.

이날 진행된 시험은 누리호 1단의 실제 발사체와 완전히 똑같은 인증모델(QM)을 이용해 성능을 검증하는 과정이다. 누리호 1단은 75t 엔진이 하나 장착된 2단과 7t 엔진을 단 3단에 비해 추력이 크고 구조가 복잡해 기술적으로 개발하기 가장 어렵다. 핵심은 엔진을 묶어 하나의 엔진처럼 만드는 클러스터링 기술이다. 1단에 쓰이는 4기의 75t 엔진이 마치 1기 엔진처럼 작동하듯 성능을 내야 한다. 하나라도 추력이 어긋나는 순간 발사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오 부장은 “이번 실험 결과 엔진 4기가 설계범위 2% 내에서 균일한 성능을 내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각 엔진에 공급되는 연료와 산화제를 정확히 제어해 공급해야 하고 엄청난 화염을 내뿜으며 다른 엔진에 영향을 주는 엔진들끼리 수평과 균형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2024년 인류를 달에 보낼 때 쓰기 위해 개발 중인 스페이스론치시스템(SLS) 발사체도 지난달 18일 4개 엔진을 함께 점화하는 첫 클러스터링 연소시험 중 80초 만에 멈춰 시험을 중단했을 정도로 까다로운 기술이다.

엔진은 커질수록 만들기가 어려워 세계 우주 선진국들도 SLS처럼 엔진 여러 개를 묶어 큰 추력을 내는 클러스터링 방식을 활용한다. 미국의 아폴로 계획을 성공시킨 새턴V 엔진, 유럽의 아리안 발사체, 러시아 소유스 발사체 모두 클러스터링 로켓이다. 미국 우주개발기업 스페이스X의 재사용로켓 팰컨9은 86t 추력의 멀린 엔진 9기를 묶었다. 스페이스X는 팰컨9 로켓 3기를 묶어서 발사하는 팰컨 헤비도 개발했다. 클러스터링은 누리호처럼 엔진 하나를 개발해 여러 단에 동시에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날 연소시험은 지난달 28일 30초 연소시험에 이은 2차 시험이다. 실제 발사에 쓰는 자동 발사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진행됐다. 3월 말 누리호 1단이 실제 비행하는 시간인 약 127초 동안 1단 추진제를 모두 쓰는 최종 시험만 남았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본부장은 “1단 시험을 잘 마치면 10월 발사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험동에서 연소시험을 마친 후 남은 연료를 제거하고 열기를 빼는 후속 작업이 50분간 진행된 뒤 누리호의 ‘탯줄’로 불리는 제2발사대로 가는 길이 열렸다. 높이가 약 45.6m로 누리호의 길이 47.2m와 비슷하고 1, 2, 3단 엔진에 연료, 산화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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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처음 발사되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발사될 제2발사대가 공개됐다. 발사체가 최고 추력에 도달할 때까지 쓰러지지 않도록 지지해줄 지상 고정 장치, 발사체 이륙 시 엄빌리컬 케이블을 수납해 발사체와의 충돌을 방지하는 엄빌리컬 케이블 수거장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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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발사대는 2, 3단 엔진에 접근할 수 있도록 타워 형태로 만들어졌다. 제2발사대는 연료와 산화제를 공급할 ‘엄빌리컬’ 케이블 7개를 누리호에 연결한다. 엄빌리컬 케이블은 총 7개로 1, 2, 3단 엔진에 연료용 케이블과 산화제용 케이블이 1개씩 연결된다. 나머지 1개는 전기 공급용 케이블로 2단에 연결돼 발사체 전체에 전기를 공급한다. 발사체가 최고 추력에 도달할 때까지 쓰러지지 않도록 지지해 줄 지상 고정장치, 발사체 이륙 시 엄빌리컬 케이블을 빠르게 수납해 발사체와의 충돌을 방지하는 엄빌리칼 케이블 수거장치도 있다.

강선일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 발사대팀장은 ”나로호 발사에 사용했던 제1발사대는 러시아에서 설계 도면을 받아 제작했다면 제2발사대는 초기 개념부터 설계, 도면 작성 등 모든 과정을 우리가 직접 했고 부품도 모두 국내 기술로 자체 제작했다“며 ”6월부터 7월 중순까지 누리호의 최종 인증모델로 연료를 주입하고 인터페이스를 검증하는 등 엔진 점화 직전 단계까지 시험해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취임 후 처음 나로우주센터를 방문한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이날 시험을 지켜봤다. 최 장관은 “많은 연구자와 산업체 관계자들이 땀 흘려 노력해 온 결과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기쁘다”며 “10월 누리호 발사가 차질 없이 성공할 수 있도록 정부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고흥=김우현 mnchoo@donga.com·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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