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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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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秋, 검찰개혁 시즌2'…'文의 메시지'가 뒤집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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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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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바라보며 발언하고 있다. 2020.09.21. scch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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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가 뒤집히고 있다.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등용을 통해 내세운 검찰 달래기 메시지는 '추미애 시즌2' 인사로 인해 퇴색됐다. 검찰 수사권 폐지에 대한 속도조절 당부는 "검찰개혁을 멈출 수 없다"는 강경파의 목소리에 묻혔다.


檢 출신 '신현수 등용'→秋 라인 '이성윤 유임'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30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사실상 경질하고 박범계 장관을 지명했다. 이튿날에는 김종호 전 민정수석을 신 수석으로 교체했다.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갈등을 끌어온 추 전 장관을 바꾸고, 검찰 출신 신 수석을 임명한 것에 의미가 있었다.

문 대통령이 '인사'를 통해 전한 메시지는 분명했다. '추미애-윤석열 갈등'을 수습하고 검찰을 달래겠다는 것이다. 신 수석이 문 대통령과 신뢰관계가 두텁고, 윤 총장과 막역한 사이라는 점에서 그 기대가 컸다. 문 대통령 역시 ”윤 검찰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총장“이라고 말하며 ‘감싸기’에 나섰다.

하지만 박 장관의 지난 7일 검찰 고위급 인사를 통해 이 같은 메시지가 완전히 뒤집혔다. '추미애 라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유임됐고,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서울남부지검장에 영전했다. 문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까지 했던 '윤석열 징계 사태'에 책임이 있던 인물들이 요직을 유지했다. 사실상 '제2의 추미애'였다.

신 수석이 임명 두 달도 채 안 돼 사의를 표하기까지 했다. 박 장관이 신 수석을 '패싱'한 채 검찰 인사를 발표한 게 그 이유였다. 신 수석은 현재 업무에 복귀한 상태이지만, 사태는 완전히 봉합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4월 보궐선거, 7월 윤 총장의 임기 종료 등을 계기로 신 수석이 청와대를 떠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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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신현수 민정수석. (뉴스1 DB) 2020.12.31/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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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24일 유튜브 채널 시사저널TV와의 인터뷰에서 '신현수 사태'에 대해 "대통령이 국정운영 기조를 바꾸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한 것인데, 신임 장관이 오자마자 그 기조를 엎었다. 대통령을 종이 호랑이, 바지사장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종의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며 "그들(친문 세력)은 '어차피 우리의 뜻이 대통령의 뜻'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최순실의 뜻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뜻인 것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검찰 수사권 폐지 '속도조절' 놓고 딴소리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검찰개혁 시즌2’라 불리는 수사·기소권 분리와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논의에서도 또 한 번 뒤집어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박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올해부터 시행된 수사권 개혁이 안착 돼야 한다. 범죄수사 대응능력 및 반부패 수사 역량이 후퇴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를 두고 '속도조절'이란 해석이 나왔다. 새 검찰개혁 과제를 추진보다, 기존에 진행된 과제들을 잘 이행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당은 '검찰개혁 시즌2'의 속도전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청 설치법은 올 상반기 중으로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문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속도조절'이라는 단어를 거론한 적이 없다는 게 여당 강경파의 주장이다. 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속도전에 무게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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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경을 만지고 있다. 2021.2.25/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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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민 의원은 문 대통령의 '속도조절' 당부와 관련해 "공식적이거나 비공식적으로 그런 얘기를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박 장관도 "대통령 말씀으로 속도조절이란 표현은 없었다"고 했다. 황운하 의원은 "이미 속도조절이 이뤄졌다"며 "속도조절이란 표현이 어디에도 없는데 아전인수 식으로 해석했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잡음'이 나오고 있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24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박 장관이 임명장을 받으러 온 날 대통령이 속도조절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이에 김태년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속도조절을 하라'고 말한 건 아니지 않느냐"고 했고, 유 실장은 "속도조절이란 표현이 아니었다"고 말을 바꿨다.

여당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의 김기식 소장은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아직 검찰개혁 시즌1이 시행도 안 됐는데 지금 시즌2를 하면 너무 빠르다는 것이 대통령의 분명한 뜻"이라며 "대통령의 의사가 분명히 전달됐음에도 마치 시한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면서, 자기 정치를 하는 것은 집권여당 의원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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