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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7만 가구’ 쏟아져 호재? 악재?… 광명시흥 신도시에 엇갈린 시장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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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경기 시흥시 과림동 일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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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경기도 광명·시흥을 신규 공공택지로 지정해 7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하자 시장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한쪽에서는 교통망 확충 등이 강력한 호재로 작용해 집값 상승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반면 오히려 과도한 공급 등이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광명·시흥 지역은 10년 전부터 여러 차례 개발 이야기가 나왔다가 엎어진 전례가 있던 곳이어서 주민 설득이 관건이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주민들 ‘호재’라며 반겨… 일시적 매물 잠김 현상도

국토교통부는 지난 24일 광명·시흥 지역에 여의도 4.3배 규모의 신도시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총 공급 규모는 7만가구에 달하며 오는 2023년 사전청약을 진행하고 2025년 분양에 나설 계획이다. 철도 중심의 교통체계를 구축할 예정인데 1·2·7호선과 현재 건설 계획 중인 신안산선과 GTX-B노선, 예비 타당성 조사를 받고 있는 제2경인선 등을 연결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발표 이후 해당 지역 일부 주민들은 반색하는 분위기다. 교통망 확충과 대단지 주택 조성 등이 전체적으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판교, 하남처럼 전세가에 더불어 매매가도 상승하리라는 기대다. 다음 달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는 소식에 일시적 매물 잠김 현상도 나타났다. 하안동 우체국 사거리 근처 A공인중개업소 소장은 25일 “어제 (정부) 발표 이후 전화로 내놓은 매물을 취소한 분들이 많다”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 일단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인구 30만 도시에 10만 이상 ‘공급 폭탄’… 공공 주도에 불만도

공급 과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인구수가 30만도 되지 않는 지역에 기존 광명뉴타운 재개발 4만가구, 철산주공 재건축 1만가구, 이번 7만가구까지 더해지면 ‘물량 폭탄’ 수준이라는 것이다. 2018년에 발표한 3기 신도시 토지보상도 끝나지 않은 상황이고 실제 신도시 완공까지 10년 이상 걸리는데 거래만 묶인다는 비판도 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부동산학과)는 “7만 가구는 상당히 많은 물량이라 수도권 서남부 지역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면서도 “신도시 완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금 당장 수도권 집값 안정에 큰 도움을 주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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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째 3기 신도시로 조성되는 경기 시흥시 과림동 일대가 24일 경기 광명시 가학산에서 보이고 있다. 광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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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주도 개발을 바라던 주민들은 공공주택지구 지정에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광명시흥 토지주 모임인 ‘광명시흥특별관리지역 취락지구 광명시흥주민연합체’는 정부 발표 후 ‘신도시 발표에 대한 광명시흥 주민들의 입장문’을 통해 “주민의견 수렴절차 한 번 없이 생존권을 뒤흔드는 중대정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에 경악한다”며 “정부와 지자체는 주민 설명을 통해 신도시 지정 과정 등을 설명하고 법치 행정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살릴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독선적이고 위법적 행정이 계속될 경우 과명시흥 주민들은 법치 수호를 위한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분노했다.

◆구로차량기지 이전 문제와 보상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

제2경인선 구로차량기지 이전 문제가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광명·시흥 교통 대책의 핵심으로 꼽히는 제2경인선은 앞서 구로차량기지 이전을 조건으로 추진되다 광명시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발이 묶인 바 있다.

국토부는 서울 구로구민들의 소음 및 분진 등 민원을 이유로 2005년부터 광명시로 구로차량기지를 이전하려 했으나 광명시도 시민단체 등과 공동대책위를 꾸려 이전사업 백지화를 요구하며 맞섰다. 구로차량기지가 이전되면 신도시가 조성되는 광명시보다 오히려 서울 구로구에 더 큰 호재라는 말이 나올 만큼 해당 문제는 예민한 사항이다. 박승원 광명시장도 신도시 지정 발표 직후 “구로차량기지 이전은 절대 반대하며 지역 간 상생차원에서 이전 위치 재검토를 요청했다”며 반대의 뜻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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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원 광명시장. 광명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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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보상금 및 이전 문제 등을 둘러싼 분쟁도 넘어야 할 산이다. 광명·시흥 지역은 2010년부터 1740만㎡에 9만5000가구 규모의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됐다가 주민 반대 등으로 어그러졌던 곳이다. 결국 2014년 지구 지정이 해제되고 2015년 난개발을 막기 위한 특별관리지역으로 재지정됐다. 특히 이 지역은 소규모 공장 및 주택 등이 밀집해있는 곳이 많아 이사 및 비용 보상 문제로 자칫 주민과 정부 사이에 마찰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요즘 지자체나 주민들은 베드타운보다 산업단지, 그것도 유해물질 나오는 제조업이 아닌 첨단산업 단지 등을 유치하려는 경향이 크다”며 “진행 과정에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해결하는 게 큰 과제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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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원 국토교통부 1차관과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이 24일 정부세종청사 국토부에서 ‘대도시권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신규 공공택지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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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는 광명·시흥 신도시 지정은 지자체와 주민 요청에 따른 것이기에 큰 난항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규철 국토부 공공주택추진단장은 24일 “이번에 광명·시흥을 신도시로 선정한 것은 주민들의 통합개발에 대한 요구가 많았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지자체와 협의하며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도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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