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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대투수에서 도전자가 된 양현종 "신인의 마음가짐…살아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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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펜투구 후 첫 인터뷰 "공인구 적응 끝…불펜 보직 상관없어"

"추신수 선배, 윌리엄스 감독이 많은 조언"

연합뉴스

인터뷰하는 양현종
텍사스 레인저스 양현종이 26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텍사스 구단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을 마친 뒤 현지 매체들과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텍사스 구단 화상 인터뷰 캡처. 재배포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프로야구 KBO리그에서 '대투수'라고 불리던 양현종(33·텍사스 레인저스)은 안정적인 환경을 포기하고 오로지 꿈을 향해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는 친정 팀 KIA 타이거즈에서 제시한 보장된 조건을 마다하고 미국 메이저리그(MLB) 텍사스 구단과 스플릿 계약을 하고 지난 21일(한국시간) 뒤늦게 미국 땅을 밟았다.

MLB 진입 첫 시험 무대는 미국 입국 5일 만에 이뤄졌다.

시차 적응 문제와 변화된 주변 환경, 달라진 공인구 등 각종 불리한 점을 안고 처음 공을 던졌다.

양현종은 경쟁에서 뒤처지면 마이너리그로 향해야 하는 살얼음판 경쟁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는 26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텍사스 구단 스프링캠프에서 첫 불펜투구를 마친 뒤 현지 매체들과 화상 기자회견에서 미국 무대에 도전한 소회와 불펜 투구 내용 등을 소개했다.

양현종은 인터뷰 내내 밝은 표정을 지었다.

다소 실례될 수 있는 질문에도 여유롭게 대응했다.

기자회견 막바지 현지 매체 스포츠 캐스터는 '정확한 이름의 발음이 궁금하다. 직접 이름을 말해달라'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양현종은 이에 폭소를 터뜨린 뒤 입을 크게 벌려 "양-현-종"이라고 또박또박 말했다.

이어 "원래는 '양'인데 팀 동료들은 발음이 어려운지 '얭'이라고도 부르더라"라며 "'양'이든 '얭'이든 상관없다"며 웃어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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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터진 양현종
텍사스 레인저스 양현종이 26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텍사스 구단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을 마친 뒤 현지 매체들과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텍사스 구단 화상 인터뷰 캡처. 재배포 및 DB 금지]



다음은 양현종과 일문일답.

-- 텍사스를 선택한 이유는.

▲ 오랫동안 나를 지켜봤던 구단이다. 추신수(신세계이마트) 선배가 텍사스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한국 선수에 관한 인식과 문화가 좋을 것으로 생각했다.

-- 계약과정에서 추신수에게 조언 들은 것이 있나.

▲ 계약을 마친 뒤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형을 통해 추신수 선배의 개인 연락처를 받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추신수 선배는 내 도전에 관해 많이 칭찬해주셨다. 열심히 하면 큰 무대에 올라갈 수 있다고 이야기해 주셨다. 추신수 선배가 신세계이마트 구단과 계약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 역시 축하 메시지를 보내드렸다.

-- 미국 입국 후 어떤 생활을 했나.

▲ 이틀 동안 자가 격리했다. 이후 팀 훈련에 합류했는데, 아직 시차 적응 중이다. 클럽하우스에서 (다른 선수들이) 잘 대해준다. 이틀째 운동하고 있는데 별 탈 없다. 한국에선 천천히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편이었는데 지금은 경쟁하는 위치다. 그래서 미국에 오기 전에 마음의 준비를 했다. 이겨야 한다는 마음이 있었다. 예년보다 몸을 빨리 만들었는데 현재는 아무 탈 없다.

-- 미국 사회의 새로운 문화에 관해 추신수에게 물어본 것이 있는지.

▲ 문화적인 면에선 차이가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내가 하기에 달린 것 같다. 내가 먼저 다가가야 (다른 동료들이) 다가올 것 같다. 지금은 내가 먼저 말을 걸고 있다. 선수들이 잘 받아 준다. 추신수 선배는 "많이 힘들겠지만 자기 할 일을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올 것"이라고 이야기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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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게 답변하는 양현종
텍사스 레인저스 양현종이 26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텍사스 구단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을 마친 뒤 현지 매체들과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텍사스 구단 화상 인터뷰 캡처. 재배포 및 DB 금지]



-- 가족들도 미국에 왔나.

▲ 혼자 왔다. 이번 시즌엔 홀로 생활할 것이다.

-- 야구에 집중하려고 혼자 온 것인가.

▲ 미국은 새로운 곳이다. 혼자 생활하는 게 적응하기에 빠를 것 같았다. 또한 자녀가 세 명이다. 자녀들을 모두 데리고 오면 모두가 힘들기 때문에 이런 선택을 했다.

-- 메이저리그 유니폼 입은 소감은.

▲ 신기했다. 유니폼을 입고 사진을 많이 찍었다. 아내한테도 많이 보내줬다. 뿌듯했다. MLB 유니폼 입고 큰 무대에 올라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삼성 라이온즈에서 선수로 뛰었던) 더그 매티스 텍사스 투수 코치가 양현종 선수를 알고 있었나. KBO리그 출신 코치가 있어서 도움이 될 것 같나.

▲ 매티스 코치님이 KBO리그에서 뛸 땐 내가 많은 경기를 출전하지 못했다. 어깨가 아파서 1, 2군을 오르내렸다. 코치님은 내게 편하게 야구하라고 주문하셨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하라고 말씀해주셨다. 농담도 해주셨다. 편하게 해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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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하는 양현종
텍사스 레인저스 양현종(오른쪽)이 26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텍사스 구단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을 마친 뒤 현지 매체들과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왼쪽은 통역인 박광민 씨. [텍사스 구단 화상 인터뷰 캡처. 재배포 및 DB 금지]



-- 그동안 기술적으로 어떤 준비를 했나.

▲ 한국은 상당히 춥다. 그래도 몸을 빨리 만들려고 했다. KIA에서 배려해주셔서 컨디션을 빨리 올릴 수 있었다. 현재까지 잘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 오늘 불펜 투구 내용과 안 좋았던 부분을 말해달라.

▲ 아픈 곳 없이 첫 투구를 잘 끝냈다. 안 좋았던 점은 밸런스가 조금 부족했다. 좋은 점은 MLB 공인구에 적응이 됐다는 것이다. 90% 정도 적응을 마쳤다. 공인구 문제로 핑계 대지 않을 것이다.

-- 선수들의 훈련을 유심히 지켜보던데, TV로 봐왔던 선수들을 실제로 가까이서 보니 어떤 차이점이 있나.

▲ 적응을 빨리하기 위해서는 투수나 타자들의 훈련을 지켜보는 게 중요하다. 좋은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많다고 느꼈다. 내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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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 만지는 양현종
텍사스 레인저스 양현종이 26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텍사스 구단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을 마친 뒤 현지 매체들과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텍사스 구단 화상 인터뷰 캡처. 재배포 및 DB 금지]



-- 한국에선 선발로 뛰었는데, 만약 불펜투수로 뛰게 된다면.

▲ 보직은 크게 상관없다. 목표는 MLB에서 던지는 것이다.

-- 한국에서 KIA 맷 윌리엄스 감독으로부터 조언받은 게 있다면.

▲ 윌리엄스 감독님 밑에서 운동해 선진 야구를 미리 경험한 것 같다. 좋았다. 감독님은 "MLB는 경쟁이 심한 곳"이라며 "자신 있게 집중해서 훈련에 임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다.

-- 유니폼 입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마음고생을 많이 했을 것 같은데. 포기를 생각해본 적이 있나.

▲ 한국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생각은 절대 하지 않았다. 마지막 기회인 만큼 강하게 마음을 잡았다. 텍사스 유니폼을 입어 기분 좋다. 내 선택에 후회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 아직은 후회하지 않고 있다.

-- 빅리그에 데뷔하면 어떤 느낌이 들 것 같나.

▲ 상상을 많이 했다. 큰 무대에 올라가면 설렐 것 같다. 기분 좋을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미래보다 현재에 더 집중해야 한다. 좋은 경쟁을 펼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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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 깨문 양현종
텍사스 레인저스 양현종이 26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텍사스 구단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을 마친 뒤 현지 매체들과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텍사스 구단 화상 인터뷰 캡처. 재배포 및 DB 금지]



-- 인터뷰 내내 경쟁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한국에선 그런 위치가 아니었을 텐데.

▲ 한국에서는 내 자리가 정해져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경쟁하는 입장이다. 신인선수라는 마음으로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이곳에 도착한 뒤에도 처음 보는 선수가 많다. 신인 때 생각이 아른거렸다. 경쟁에서 살아남겠다.

-- 텍사스에서 KBO리그로 간 추신수에게 조언해준다면.

▲ 내가 감히…. (웃음) 한국 팬들이 많이 환영할 것 같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때문에 관중과 구단 수입이 줄었는데, 추신수 선배가 한국 야구 발전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 같아 기대된다. 추신수 선배가 아프지 않고 좋은 경기력을 펼쳤으면 좋겠다. 조언이 아니라 바람이다. 환영하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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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양현종
텍사스 레인저스 양현종이 26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텍사스 구단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을 마친 뒤 현지 매체들과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텍사스 구단 화상 인터뷰 캡처. 재배포 및 DB 금지]



-- 미국에 오기 전에 한국에서 투구 훈련을 했나. 오늘 어떤 마음가짐으로 공을 던졌나.

▲ 한국에 있을 때 KIA에서 훈련 장소를 배려해주셨다. 총 3차례 투구 훈련을 했고 최대 50개의 공을 던졌다. 이곳에서는 처음인데, 공인구 적응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밸런스는 약간 안 좋지만 스트라이크를 최대한 던지려고 했다. 오늘 투구 수는 32개다. 변화구 제구와 밸런스를 잡는 데 집중했다.

-- 이름의 정확한 발음이 어떻게 되나. 직접 말해달라.

▲ 양-현-종이다. 원래는 '양'인데 팀 동료들은 발음이 어려운지 '얭'이라고도 부르더라. '양'이든 '얭'이든 상관없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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