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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르포]어깨삼각근에 주사기 쑥~ "귀가 후 3시간 관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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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26일 서울 도봉구보건소에서 의료진이 요양병원·요양시설 종사자를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한 뒤 유의사항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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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8시38분 서울 도봉구 보건소.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접종 대상자 ‘명단’을 확인하고 있었다. 이날 접종을 예약한 대상자들은 체온을 측정하고 손 소독까지 마쳤다. 잠시 대기실에 앉아 자신의 순서를 기다렸다. 접종실 안에는 접수-예진-접종-이상 반응 관찰 동선이 오른쪽부터 반시계방향으로 짜였다.

첫 접종자는 김정옥(54) 노아재활요양원 원장이다. 요양시설 종사자는 코로나19 백신 우선 접종대상자다. 김 원장은 신분증 보여주고 접수를 마쳤다. 이후 예진실로 이동해 다시 한번 이름을 확인했다. 의료진은 코로나19 접종 의향을 묻고 혈압, 알레르기 경험 등을 살폈다. 접종실 바깥 의자에는 거리두기를 유지한 채 20~70대 여성 10여명이 대기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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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접종 뒤 관찰실 대기.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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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삼각근 부위에 주사 놓아



예진을 마친 김 원장은 접종실로 이동했다. 왼쪽 어깨를 드러냈다. 의료용 장갑을 낀 의료진이 왼쪽에 놓인 백신 보관함에서 백신 유리병을 꺼냈다. 알코올 소독솜으로 뚜껑 표면을 소독 후 주사기를 꽂았다. 백신을 주입한 주사기는 빼고, 유리병은 다시 보관함에 넣었다. 주사기는 김 원장의 어깨 삼각근 부위에 정확히 접종됐다. 접종 시간은 7~8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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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접종 이상반응 대응.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집에 가도 3시간 동안 관찰필요



의료진은 “2분 정도 소독솜을 눌렀다 떼라”고 안내했다. 이어 붓거나 열 등 이상반응도 주지시켰다. 귀가 후 3시간 동안 관찰이 필요하다는 말도 이어졌다. 3일 후에도 열이 나거나 증상이 있으면 병원을 가야 한다고 했다. 접종 후 과격한 운동과 목욕도 삼가는 게 좋다. “2주 후 면역이 생긴다” “8주(4월 23일) 후 2차 접종이 필요하다”는 안내와 함께 접종확인서가 작성됐다.

김 원장은 의료진에게 “궁금한 게 있다”며 “접종 후 직원들은 (요양시설 내) 어르신들을 편안하게 대해도 되나”고 물었다. 그러자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일상생활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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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서울 도봉구보건소에서 요양병원·요양시설 종사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에 앞서 예진을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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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하던 대상자의 접종이 순조롭게 이뤄졌다. 그러다 9시 22분쯤 김 원장이 울렁거림을 호소했다. 의료진이 맥박과 혈압을 체크했다. 접종 후 혈압이 떨어지는 게 위험 신호이나 문제 되지 않았다. 의료진은 “긴장하면 과호흡 있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김 원장은 “어제 긴장해서 잠을 제대로 못 잤다”며 “(혹시 부작용과 같은) 일 있으면 어른들 돌보지 못하니까. 그게 제일 걱정이다. 울렁거렸는데 지금은 괜찮다”고 말했다. 그는 “(백신 접종일 가장 빨랐던) ‘영국은 확진자가 4분의 1로 줄었다’더라. ‘이스라엘은 4월부터 마스크 벗는다’하고 기대가 크다. 믿고 접종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접종한 노아요양원 직원 오정화(45)씨는 “부작용 얘기하기도 하지만, 일단 접종했다는 자체에 희망 느낀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선희 도봉구보건소 의사는 “일단 안전한 환경에서 편안하게 접종이 이어지길 바란다.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알레르기 반응”이라며 “일반적인 건 흔히 있을 수 있고,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수 있다. 꼼꼼히 예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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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서울 도봉구보건소에서 요양병원·요양시설 종사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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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준 도봉구보건소장은 “힘든 위기상황을 겪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일상으로 돌아가는 방법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김 소장은 “그 첫발을 내딛게 돼 지역 보건을 담당하는 담당자로서 감회가 깊다”며 “(백신 접종을) 계기로 빨리 일상으로 국민이 돌아갔으면 좋겠다. 접종에 적극 참여해 달라”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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