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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딱 맞는 치료법은요"…로봇의사, 단 7초 만에 진단 끝냈다 [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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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토혈과 혈변 증상으로 응급실에 내원한 60대 남성 A씨. A씨는 위암 1기에 걸린 환자였다. 담당 의사는 암세포가 증식한 위 일부를 제거하는 수술을 결정하고 A씨를 수술실에 보냈다. 그런데 수술실에 도착한 A씨를 기다리고 있는 건 의사가 아니라 수술 로봇 '다빈치 Xi'였다. 담당 의사는 화면으로 다빈치를 조종하며 A씨 수술을 무사히 마쳤다. 수술이 끝난 A씨는 놀랐다. 흉터가 거의 남지 않았고 통증도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A씨는 추가적인 항암 치료도 없이 수술 이틀째부터 물을 마실 정도로 빠르게 회복했다. A씨는 합병증 없이 일주일 만에 퇴원했다. 수술 로봇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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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튜이티브사가 개발한 대표 수술로봇 `다빈치`. [사진 제공 = 인튜이티브]


이처럼 의료 현장에서 실제로 활용되고 있는 수술 로봇 '다빈치' 외에도 인공지능(AI) 의사 '왓슨' 등 새로운 의료 기술이 속속 등장하면서 이들 의료 로봇이 의료 현장을 얼마만큼 혁신적으로 바꿔 놓을지에 대해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의료 로봇은 크게 수술 로봇과 재활 로봇으로 나눌 수 있다. 수술 로봇은 이름 그대로 환부를 치료할 때 사용되는 로봇이다. 재활 로봇은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재활훈련을 위해 주로 쓰인다.

로봇 수술의 원리는 간단하다. 먼저 몸에 몇 개의 구멍을 몸에 뚫어 로봇을 몸 안에 침투시킨다. 수술을 집도를하는 의사는 로봇에 장착된 카메라가 찍어 띄워주는 화면을 통해 개복 수술을 하지 않고서도 몸속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다. 이때 화면에 확대한 이미지가 보이기 때문에 의사는 일반 수술을 할 때보다 더 자세하고 넓게 보면서 로봇을 조작해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 일반 수술을 할 때는 집도의의 손 떨림 등이 있지만 로봇은 떨림도 없고 의사는 할 수 없는 미세한 움직임도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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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수술 로봇이 만능은 아니다. 일반 수술에서 의사가 직접 환자의 장기나 피부 등을 접촉하면서 느낄 수 있는 '촉감'이 집도의에게 전달되지 못하는 점은 한계다. 로봇 팔에 달린 칼이 몸속에 들어가 환부를 절개할 때 칼이 뼈에 닿은 상태인지 부드러운 혈관에 닿은 건지 로봇은 알기 어렵다. 일반 수술이라면 의사가 촉감으로 바로 알 수 있지만 로봇 수술은 보이는 화면에 의지해 집도해야 하기 때문에 이것까지 파악하긴 쉽지 않다. 수술 로봇이 사람이 수술하는 것과 같은 감촉을 의사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수술 로봇에 센서를 부착해 어딘가에 닿았을 때 진동을 주거나 소리를 내도록 하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수술 후 더 빠른 회복을 할수 있도록 돕는 차세대 의료 로봇 개발도 개발됐다. 권동수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이전에는 4개 구멍을 뚫어 수술했지만 최근에는 1개 구멍만으로 수술이 가능한 로봇도 개발됐다"며 "요도나 식도 등 사람의 몸에 본래 있는 관을 통해 로봇이 들어가 수술하는 방식 연구도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몸속 장기를 최소한으로 건드리며 수술할 수 있도록 수술 로봇이 발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세한 움직임이 중요한 인공관절 수술에도 로봇이 많이 사용된다. 인공관절 수술은 낡은 관절의 위아래 부분을 잘라낸 뒤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수술이다. 하지만 사람마다 무릎 관절 생김새가 다양하고 각기 다른 인대, 힘줄 등 무릎 인근 연조직 상태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수술 시 오차를 줄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로봇을 활용하면 수술 전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으로 필요한 인공관절 크기를 정확히 알 수 있고 센서로 평소 몸 균형을 계산해 절삭 부위를 계산해낼 수 있다.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 스트라이커가 개발한 '마코 스마트로보틱스'가 대표적인 뼈 수술 로봇이다.

몸의 한 부위를 사용하기 힘들어 하는 환자의 재활훈련을 돕는 물리치료사 역할을 하는 재활 로봇도 수술 로봇만큼이나 의료 현장에서 많이 쓰이고 있다. 뇌졸중 등 신경질환으로 팔이나 다리를 사용하기 어려운 환자가 있다면 해당 부위를 반복적으로 움직이도록 돕는 재활훈련이 필요하다. 기존에는 물리치료사 여러 명이 붙어 운동을 시켰어야 했다면 이젠 로봇의 도움을 받아 환자가 필요한 훈련을 받을 수 있다.

재활 로봇을 신체 부위별로 나누면 팔 등 상체 훈련용과 다리 등 하체 훈련용으로 구분된다. 작동 방식으로는 환자의 관절을 움직여주는지 여부에 따라 '엔드 이펙터(End-effector)' 방식과 '엑소스켈레톤(Exoskeleton)' 방식 등으로 나뉜다. 엔드 이펙터 방식은 로봇이 손이나 팔 등 '신체 끝 부분'을 움직여주고 환자가 팔이나 다리를 스스로 움직이도록 유도한다. 반면 엑소스켈레톤 방식은 환자의 관절에 직접적으로 관여해 팔과 다리 등 관절로 움직이는 부위의 사용을 돕는다.

재활 로봇도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 재활 로봇 전문가인 송원경 국립재활원 재활보조기술연구과장은 "현재 뇌파나 근전도 등 생체 신호와 연결된 재활 로봇이나 가상현실(VR) 기술을 적용한 로봇 등이 연구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아직 재활 로봇이 대부분 병원에서 치료용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미래엔 일반 가정과 병원에서 같이 쓰이는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수집된 데이터로 사용자 맞춤형 기능을 제공하는 재활 로봇이 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초소형 크기 로봇으로 정밀한 무선 제어가 가능한 '마이크로로봇'은 초미의 관심사다. 아직 개발 중이지만 마이크로로봇은 약물, 세포, 단백질 등을 특정 부위에 정확히 전달하는 표적 치료에 사용할 수 있다. 항암 치료에 마이크로로봇이 큰 힘이 될 수 있다. 최홍수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교수는 "항암 치료 약물은 몸 전체에 퍼지기 때문에 부작용도 심하지만 마이크로로봇을 사용하면 원하는 양의 약물을 원하는 위치에 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지난해 10월 원하는 위치에 정밀하게 신경세포를 전달해 신경망을 연결하는 신경세포 전달용 마이크로로봇을 개발한 바 있다. 중증 뇌질환인 치매나 뇌전증 등 신경계 질환 치료에 사용 가능한 기술이다.

사람의 피부, 근육, 골격, 관절 등을 본뜬 '바이오닉 암' 연구도 한창이다. 바이오닉 암(arm)은 대부분 플라스틱으로 된 의수 안에 구동기와 센서 등 부품을 탑재한다. 구동기는 의수를 움직이는 역할을 수행하며 센서는 의수가 사람의 손과 팔이 전달하는 촉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오상록 KIST 박사 "스판덱스나 나일론 줄 등을 꼬아 근육처럼 만들고 기술을 더해 의수를 움직이도록 한 바이오닉 암을 개발했다"며 "온도, 압각(누르는 힘), 미끄러움 등 여러 정보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센서도 장착했다"고 설명했다.

의학데이터 실시간 습득하는 AI, 의사에게 훈수까지 두죠


더 똑똑해진 의료AI

IBM이 개발한 의료AI '왓슨'
1200만장 의학 데이터 학습
치료법 최종 결정에 큰 영향
예상가능한 질병 진단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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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하 테크놀로지에서 개발한 엔드 이펙터 방식의 보행 재활 시스템 `G-EO 시스템`을 환자가 사용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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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진단과 판독을 돕는 의료 인공지능(AI)에 대한 연구도 한창이다.

가장 유명한 의료 AI로는 미국 IBM이 개발한 '왓슨'이 있다. 개발 당시 290종의 의학 저널, 200종의 교과서, 1200만장 이상 전문 자료를 학습한 왓슨은 이처럼 풍부한 의학지식을 기반으로 의사 진단을 돕는 의료 AI 기능을 하고 있다.

왓슨은 7초 안에 치료법에 대한 의견을 강력 추천, 추천, 비추천 등으로 나눠 제시할 수 있다. 의사는 이를 참고해 환자에 대한 치료법을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왓슨은 매주 수만 편씩 쏟아지는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논문을 지속적으로 학습하기 때문에 혹시라도 의사가 놓칠 수 있는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 기존엔 의사가 일일이 이런 논문을 찾아 읽어야 했지만 왓슨을 활용하면 보다 효율적으로 진단할 수 있다.

환자가 촬영한 영상 판독을 돕는 의료 AI도 있다. 여러 영상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켜 의사가 일일이 영상을 보며 판독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최종 판독은 의사가 하지만 AI 도움을 받으면 판독 작업에 걸리던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이한희 여의도성모병원 교수팀이 개발한 소장 캡슐 내시경 영상 판독을 위한 딥러닝 알고리즘이 있다. 이 알고리즘은 96% 이상의 높은 판독 정확도를 자랑한다. 캡슐 내시경은 알약 형태 기기로, 입으로 삼켜 식도·위장·소장 등을 촬영할 수 있다. 다만 캡슐 내시경은 초당 수십 번 촬영해 8~12시간에 걸쳐 5만장 이상의 정지 영상을 생성하기때문에 의사가 영상을 판독하는 데 수 시간이 걸린다는 문제가 있었다. 526건의 소장 캡슐 내시경 검사에서 추출된 7556장의 영상으로 개발된 이 교수팀의 알고리즘은 순식간에 정지 영상들을 판독할 수 있어 판독 시간을 확 줄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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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AI는 진단과 판독 지원을 넘어 질환을 예측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나이, 성별, BMI, 질병 이력 등 임상 데이터를 토대로 고혈압, 암 등 질환 발병 가능성을 분석할 수 있다. 국내에선 의료 AI 솔루션 기업 뷰노가 AI를 기반으로 한 패혈증 조기 예측 알고리즘을 선보였다. 이 알고리즘은 패혈증 발생을 최대 12시간 전부터 높은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다. 뷰노는 6만명 이상의 중환자 전자건강기록 데이터로 알고리즘을 학습시켰다. 중환자실에서 치료가 필요한 패혈증 환자 선별에 사용되는 기존 예측 지수 대비 최대 18% 정확도를 끌어올렸다.

의료 AI로 만성 질환도 관리할 수 있다. 당뇨병 환자를 위해 인슐린을 자동으로 주입해주는 AI 기반 인공췌장 기술을 포항공과대(포스텍) 연구팀이 개발했다. 제1형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을 매일 주사해야 하는데, 섭취 음식 속 탄수화물 양을 매번 확인해 인슐린 양을 계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포스텍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알파고 알고리즘으로도 잘 알려진 강화 학습에 약리학 개념을 추가해 자동으로 인슐린 양을 계산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이 AI 알고리즘을 사용하면 제1형 당뇨병 환자가 하루 평균 89.56%의 정상 혈당 범위를 유지해 식사 정보 없이 만성 질환 관리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 AI의 미래는 밝다. 다양한 스마트기기들이 개발되며 '라이프로그' 데이터 수집이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라이프로그 데이터는 수면 시간, 운동량 등 일상 생활 속에서 쌓이는 건강 데이터다.

의료 AI 전문가인 이정혜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는 "최근엔 스마트워치 등에서 수집되는 건강 데이터 등 의료 AI를 위해 쓰일 수 있는 자료가 많아지고 있다"며 "미래에는 현재 따로 관리되는 이들 데이터를 하나의 시스템에 통합한 의료 AI가 등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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