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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표결할까 겁나지만"…문제 법안 짚어낸 野 법사위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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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안채원 , 구민채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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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중 법사위원장과 김도읍 국민의힘 간사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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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전체회의에서는 야당 의원들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야당 의원들은 '의료법개정안'과 '자살예방법', '아시아문화중심도시특별법' 등의 문제 규정을 조목조목 짚어 수정과 보완을 끌어냈다.


법사위 문턱 못넘은 '성폭력·강력범죄 의사 면허취소'



우선 이날 법사위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돼 논란이 커졌던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야당 의원들의 반발로 계류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집행 기간이 끝난 의사는 이후 5년 동안 면허가 취소된다. 또 금고 이상의 형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의사는 유예기간이 끝난 시점부터 2년 동안,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유예 받은 의사는 유예기간 동안 환자를 진료할 수 없다. 다만 의료 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해 의료 행위를 하던 중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저지른 경우는 제외키로 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살인, 강도, 성범죄 등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높은 범죄들에 대해선 물론 면허를 취소해야겠지만 직무와 전혀 연관성 없는 범죄로 면허를 취소당하는 것은 최소 침해성 원칙 위반 아닌가 싶다"고 우려했다.

또 "변호사의 경우 기본적으로 인권 옹호 역할을 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며 "반면 의사와 약사는 변호사와 달라 직무 범위가 전문 영역으로 제한돼 있다. 헌법상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안이라 2소위에 보내서 법리 판단을 자세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이 계속 이어지자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양당 간사님들과 협의를 한 결과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전체회의에 계류를 하고 수정 내용을 정리해서 다음 위원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며 의료법 개정안을 전체회의에 계류시키기로 정리했다.

정부가 자살 시도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도 관련 정보를 자살예방기관에 넘길 수 있게 한 '자살예방법'도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여야는 법사위 제2소위원회에서 해당 법안을 재검토키로 했다.

이 과정에선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가 빛났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자살예방법은 형사사법정보를 제공하는 것인데, 원래는 못 주게 돼 있다. 법무부하고 조율이 된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권 장관은 "그 부분은 이견이 없다고 말씀을 주셨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권 장관에게 "자살예방법을 법무부와 언제 협의했냐"고 재차 물었다. 권 장관은 "어제오늘 중에 개인적으로 확인했는데 반대하진 않더라. 다만 고독사 예방법 때문에 종합적인 협의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들었다"고 했다.

김 의원은 "그러니까 협의가 안 된 것"이라며 "이것이 바로 어제 오늘 법무부의 의견인데 개정이 법체계에 부합하지 않는다. 협의가 안 됐다는 취지다"라고 지적했다. 또 회의에 참석한 이응철 법무부 형사법제과장을 자리에서 일으켜 세워 "이렇게 개정해도 되냐. 협의가 됐냐"고 물었다.

이 과장은 "어제오늘 연락이 와서 의견이 뭐냐 묻기에 저희는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 법들이 해석 과정에서 충돌 여지가 있고 제정되더라도 작성이 안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며 "문제는 고독사법이 통과가 돼 있어서 반대까지는 아니라고 했지만 충돌을 고려해 심사해야 한다는 게 저희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과장님 말씀대로 심도있게 심사가 돼야 한다"며 "2소위로 회부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윤 위원장은 이를 받아들여 자살예방법을 2소위로 넘겨 논의하기로 결론냈다.

이 과정에서 '웃픈' 발언도 나왔다. 야당 법사위 간사인 김 의원은 윤 위원장에게 2소위 법안 회부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역대 국회에서 2소위에서 심도있게 논의해서 수정된 사항 좀 검토해보시라. 제가 2소위 보내자 하면 위원장님께서 표결처리 하실까 봐 겁이 나서 전체회의 계류하자고 제안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 법사위는 여소야대 상황으로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이 6명에 불과해 표결처리를 하면 야당에 무조건 불리한 상황이다.


특혜 시비 우려·기준 모호한 '거짓정보' 처벌 조항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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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김강립 식약처장./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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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의원들의 지적사항을 반영해 수정 의결된 법안들도 있다.

법사위는 이날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과 '아시아문화중심도시특별법'의 일부 조항을 삭제한 뒤 의결했다.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에선 코로나19(COVID-19) 관련 거짓 정보를 유포한 자를 처벌하는 내용이 논란이 됐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거짓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모호하고 추상적이라 형사처벌의 근거로 삼는 예가 없다"며 "이건 규정을 좀 더 수정을 해서 형사법 체계에 맞는 형태로 가야하고, 이 자체로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일반 형사법으로도 처벌이 가능한 부분인데 자꾸 특별법에 넣어서 의미를 모호하게 만들면 안 된다. 2소위로 넘겨서 좀 더 검토하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비슷한 지적이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 반복되자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에게 "이 부분을 우선 삭제하고 다른 부분을 먼저 의결하는 게 나을 것 같냐"고 물었고 정 청장은 "급하게 처리돼야 할 내용이 담겨있어 해당 부분은 삭제하고 다른 부분을 먼저 의결하는 게 좋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특별법은 야당 의원들로부터 채용 관련 조항이 특혜와 불공정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여야는 문제가 된 부칙 3조의 내용을 수정해 의결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여야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아시아문화원 소속 직원 중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의 근무를 희망하는 자를 대상으로 행정안전부 장관 등과 협의해 정한 정원 내에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소속 공무원으로 채용한다'고 규정한 부칙 3조1항을 전면 삭제했다. 또 고용 승계 인원을 '문화재단의 정원 내'로 제한키로 했다.

안채원 , 구민채 인턴 기자 ch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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