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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선거용 아니라던 與, 가덕도법 처리뒤 "가벼운 마음으로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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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거여(巨與)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11월 26일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을 발의하고 드라이브를 건지 92일 만이다. 선거용 졸속 법안이라는 비판과 관계 부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비용 추계도 건너뛴 채 단숨에 내달려 결국 국회 문턱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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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이 재석 229인 찬성 181인 반대 33인 기권 15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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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가덕도 특별법은 재석 의원 229인 중 찬성 181표, 반대 33표, 기권 15표로 가결됐다. 여야 합의로 본회의에 상정된 만큼 예견된 결과였다. 국민의힘은 다만 내부 견해차가 있어 찬성 당론은 정하지 않고 의원들의 자유 판단에 맡겼다. 민주당에선 반대를 한 의원이 없었고 양이원영ㆍ윤미향 의원이 기권표를 던졌다. 국민의힘 대구ㆍ경북 지역구 의원 23명은 반대(17명)ㆍ불참(5명)ㆍ기권(1명)으로 찬성하지 않았다. 정의당은 의원 6명 전원이 반대표를 냈다.

법안은 동남권 신공항의 입지를 부산 가덕도로 명시하면서, 필요한 경우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면제하도록 했다. 다만 환경영향평가는 실시하도록 했다. 쟁점 중 하나였던 김해 신공항 폐지는 조문에 명시하지 않고 부칙에 넣었다. ‘국토부 장관이 가덕도 신공항의 위계 및 기능과 중복되는 내용이 없도록 제6차 공항 종합계획을 수립한다’는 내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가덕도라는 협소한 특정 지역을 법안명에 넣어 특별법을 제정한 것 자체가 선례를 찾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선거용 아니다” 부인…40분 뒤 법 통과되자 “가벼운 마음으로 선거 임한다” 환호



법안 처리 과정 내내 여권이 부산 보궐선거를 위해 ‘선거 공항’ ‘매표 공항’을 졸속으로 처리하려 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기 전날인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 가덕도를 방문, “신공항 예정지를 눈으로 보니 가슴이 뛴다”고 말하면서 선거개입 논란이 격화됐다. 국민의힘은 “선거 중립에 대한 최소한의 의지도 내팽개친 사건이다. 관권선거 끝판왕”(주호영 원내대표)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이날 표결에 앞서 진행된 반대 토론에서 ‘가슴이 뛴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난)가슴이 내려앉았다”며 “대통령은 가덕도까지 가서 장관들을 질책하고 입도선매식 입법을 압박하고 사전 선거운동 논란을 자처했다.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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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 참석, 어업지도선을 타고 가덕도 공항 예정지를 시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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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민주당은 “재보궐 선거에 대통령을 끌어들이는 것은 야당의 선거 과잉이고 국민을 모독하는 자충수”(김태년 원내대표) 라고 지적했다. 또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가덕도 공항 예정지 등에 대한 전날 문 대통령의 방문에 대해 “선거용이 아니라 국가 대계를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여권의 설명이 무색하게도 민주당 지도부는 가덕도 특별법이 통과된 뒤 부산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 3명(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 박인영 부산시 의원)을 모두 참석시킨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자리에서 이낙연 대표는 "희망고문은 끝났다. 가덕도는 이제 다시 되돌아 갈 수 없는 기정사실로 굳어졌다는 보고를 자신있게 드린다"며 "우선 가벼운 마음으로 선거에 임하시게 된 세 예비후보께 축하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들이 이런 일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시고 묵묵히 지켜봐주신 문 대통령께 감사를 드린다"는 말도 했다.

예비후보들도 "누가 시장이 되든 거름 주고 물 주고 해서 과실들 빨리 열매 맺고 딸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변성완), "어제 문 대통령이 직접 가덕도 현장을 방문해 신공항 건설과 국가균형 발전 의지를 밝혀줘 고맙다"(김영춘), "부·울·경을 수도권에 대항하는 새로운 발전축으로 만드는 위대한 역사를 시작할 수 있도록 세 후보들이 최선을 다하겠다"(박인영)며 화답했다.

가덕도 특별법 추진과 문 대통령의 부산 방문이 선거용이 아니라는 여권의 설명과는 앞뒤가 맞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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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부산 보궐선거 예비후보로 나선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왼쪽부터), 박인영 부산시 의원,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26일 오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본회의를 통과하는 것을 TV를 통해 지켜보고 환호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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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개 법 규제 무력화 가능성도



이번 사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30개가 넘는 다른 법률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토부 장관이 실시계획을 수립하거나 승인하였을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승인ㆍ허가ㆍ인가ㆍ결정ㆍ지정ㆍ면허ㆍ협의ㆍ동의ㆍ심의 또는 해제 등을 받은 것으로 본다’는 특별법 11조의 내용 때문이다.

국토부 장관의 실시계획 수립이나 승인에 따라 ▲‘건설기술 진흥법’ 제5조에 따른 건설기술심의위원회의 심의 ▲‘건축법’ 제4조에 따른 건축위원회의 심의 등 총 31가지 법안의 규제를 피해갈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이 가운데는 국토부와 직접 관련된 건축법 등만 아니라 군사기지보호법ㆍ대기환경보전법 등 다른 부처 소관의 규제들도 있다.

비용 추계 생략, 예타 면제로 인해 정확히 돈이 얼마나 드는지 알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이미 5년 전 ‘동남권 신공항 후보지’ 선정 과정에서의 사전타당성 조사 결과 “가덕도는 공항 입지로 부적절하다”는 평가도 이미 나와 있다.

정의당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법안 통과 뒤 "거대양당의 입법 야합으로 백년지대계 공항 건설을 1년 임기 부산시장 보궐선거의 매표행위로 전락시켰다"고 논평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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