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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내주 중수청 법안 단일화하면 반대 의견 공식화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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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내부 격앙 "사표 쓰겠다" 검사들도
"수사·기소 분리 세계적 추세 아냐" 글도
"수사권 조정 안착이 우선... 현장 혼란"
"부작용 파악도 안 됐는데 또 입법이라니"
한국일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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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국회 요구에 따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법안과 관련한 일선 검사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시작하자, 벌써부터 "법안이 통과되면 사표를 쓰겠다"는 격앙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히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 새로운 제도가 도입된 지 두 달도 안 된 상황에서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입법이 추진되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으로부터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률안, 공소청법안, 검찰청법 폐지법률안에 대한 의견 조회를 요청받았다. 법무부는 이에 따라 대검을 통해 검사들 의견을 모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대검은 전날 일선 검찰청에 공문을 보내 내달 3일까지 검사들 의견을 취합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지난해 12월 검찰의 수사권을 없애고 기소권만 갖게 하는 공소청 설치법안과 검찰청법 폐지법률안을 발의했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도 8일 검찰은 기소만 하도록 하고 수사전담 기관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며 중대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내놨다. 국회 법사위는 이들 법안에 대한 심사에 들어간 상태라 정부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것이다.

의견서에는 검사들의 '날선' 반응들이 대거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간부는 "생각이 열려 있는 신입 검사들마저도 정부가 이렇게까지 밀어붙이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응"이라며 "법안이 통과하면 사표 쓰겠다는 검사들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일선 검찰청의 한 검사는 "여당 논리대로라면 법원도 증거채택 여부를 다투는 판사랑, 판결문 쓰는 판사를 구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 제도를 안착시키는 게 우선인데, 새 법안을 내미는 상황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지방검찰청의 한 차장검사는 "지금 현장은 검찰과 경찰 모두 새 제도에 적응하느라 엄청 혼란스럽다"며 "바뀐 제도에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파악도 안 됐는데, 과격한 법안을 또 도입한다면 국민들에게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여권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세계적 추세"라는 주장에 대해 대검 간부와 일선 검사의 반박이 나오고 있다. 구승모 대검 국제협력담당관은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미국은 연방검사가 수사개시 결정권한을 갖고 처음부터 긴밀히 협의하면서 수사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차호동 대구지검 검사도 유엔마약범죄사무소가 발간한 번역문을 소개하며 "오늘날 대다수 국가에선 초기부터 검찰이 수사에 개입하는 경향이 매우 강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평소 검찰의 직접수사 필요성을 강조해온 터라 중수청 설치 법안에 강하게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형사사법체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 측근으로 분류되는 수도권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중수청이 설치되면 검찰에 수사권이 있다는 전제로 꾸려진 법 체계가 완전히 틀어진다"며 "국가의 법률체계 전반을 흔드는 대작업인데, 의견수렴 절차도 없이 이렇게 급하게 밀어붙이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검사들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에 돌입한 만큼 윤석열 총장이 당장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과 가까운 현직 검사는 "여당에서 내주 중수청 설치와 관련해 '하나의 법안'을 내놓으면, 법안 내용을 분석한 뒤 반대 의견을 공식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성급하게 총장 자리에서 내려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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