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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지어 "한국인 위안부 계약서 증거 없다" 동료에 실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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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램지어 교수 논문을 두고 학자들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지요. 같은 하버드대 법대에서 법을 가르치는 동료 교수가 또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지니 석 거슨(Jeannie Suk Gersen), 한국 이름으로 더 익숙한 석지영 교수인데요. 자신의 부모님이 한국전쟁을 직접 겪어 이번 일에 도저히 침묵할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양심이라고 했습니다. 논란 직후 석 교수는 이미 자신의 트위터에 램지어 교수가 든 근거가 법적인 관점에서 봐도 말이 안 된다고 했었는데요. 현지시간으로 26일 자신이 늘 기고해오던 〈뉴요커〉에 대놓고 반박의 입장을 다시 실었습니다. 그리고 그걸 또 하나의 성명으로 봐달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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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기자와 인터뷰 중인 석지영 하버드대 법대 교수 〈사진=ZOOM 인터뷰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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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그녀는 램지어 교수 논문을 낸 저널인 '국제법경제리뷰'로부터 문제의 논문에 대한 의견을 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같은 학교 역사학과의 두 학자, 앤드루 고든 교수와 카터 에커트 교수와 함께 말이지요. 같이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검토했지만, 램지어 교수가 쓴 대로 "한국인 여성이 동의한 자발적 계약"임을 입증할 증거를 그 안에서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두 역사학자가 저널 측에 "문제가 있으니 논문을 철회하라"고 요구도 했는데, 며칠 뒤 저널은 '우려 표명(Expression of Concern)의 글'만 내보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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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지영 하버드대 법대 교수가 〈뉴요커〉에 실은 ″위안부, 진실을 찾아서″ 제목의 글. 램지어 교수가 ″한국인 위안부 계약서를 자신은 가진 게 없다″며 ″계약 증거는 없다″고 일부 시인하는 취지로 말했다고 석 교수는 전했다. 〈사진=뉴요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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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석 교수는 램지어 교수에게 다시 물었다고 합니다. 증거가 더 있는지요. 램지어 교수는 "한국인 여성의 계약서는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다. 당신도 아마 못 찾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최근 수많은 역사학자들이 "한국인 위안부가 실제로 서명한 계약서를 제시 못했다", "그걸 작성한 모집책이나, 작성하는 걸 본 제3자의 증거도 대지 못했다", 그런 취지로 반박을 많이 했지요. 램지어 교수 본인이 사실상 증거가 없다고 시인한 셈입니다. 이후 램지어 교수는 다른 학자들이 자신의 논문에 대해 지적하는 것을 읽었다며 석 교수에게 다시 이메일을 보내왔습니다. "당황스럽고 괴로웠다"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지만 사실은 실수한 것 같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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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지어 교수는 다른 학자들의 반박의 글을 읽고 ″당황스럽고 괴로웠다″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실수한 것 같다″고 이메일을 보내왔다고 석지영 교수는 전했다. 〈사진=뉴요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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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 쪽에서 부탁한 동료 학자의 검토 작업엔 30명 정도가 참여했다고 합니다. 알렉스 리 노스웨스턴대 교수도 그런 편집자 중 한 명이었는데, 돌연 그만 두겠다면서 석 교수에게 이렇게 알려왔다고 했습니다. "이 논문을 그대로 (3월호에) 게재하려는 건 심각한 판단 착오고, 정말 무책임하고 비윤리적인 일"이라고요. 그리고 "그 저널이 이 정도로 심한 역사 수정주의를 평가할 능력이 안 된다면 애초에 그 논문을 내지 말았어야 한다"면서요. 해당 저널은 여전히 논문을 조사 중이고 원칙적으론 3월호에 반박문과 함께 같이 싣겠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3주 동안 램지어 교수 논문을 검토한 학자들은 논문 주장이 진실에 기반했는지, 오로지 이걸 찾는데 힘썼다고 했습니다. 다 같이 이 공감대를 되새겼다 했습니다. 학문의 자유엔 책임이 따라야 하며, 어떤 역사적 사실에 대해 논란이 될 주장을 펼 땐 제대로 된 증거로 학자로서의 책임을 보여야 한다는 공감대 말입니다.

〈뉴요커〉에 석 교수의 긴 글이 나가자마자 대화할 시간이 있었습니다. 램지어 교수가 말하는 계약이 법적으로 설명될 수 있는지, 법학자로서 의견을 물었는데요. 석 교수는 이렇게 잘라 말했습니다. "법적으로 계약이 성립되는 건 자기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을 때, 그런 조건 하에 자발적인 관계가 형성됐을 때"인데 "(위안부) 여성이 그런 자유는커녕 강요를 받거나 속임을 당했다면 그건 계약이 될 수 없다"고요. "강요와 속임은 역사 기록이 말해주고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논문에서 계약서의 존재 자체를 보여주지 못했고, 램지어 교수는 그걸 갖고 있지도 않다지만, 설령 계약서를 들고 나왔다 해도 그 존재만으로 "계약했으니 매춘하겠다고 동의한 것이다", 쉽게 단정할 수 없다는 게 법학자의 의견입니다. 석 교수는 램지어 교수 논문이 한국과 일본 사이 불신만 다시 지폈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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