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당사자 "인종차별 절대 아냐" 사과…BTS팬들 "사과가 아닌 사과" 반박
원곡 부른 콜드플레이는 한국어로 "아름다운 BTS" 호평
'MTV 언플러그드' 출연한 방탄소년단 |
(서울·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이 율 특파원 = 독일의 한 라디오방송 진행자가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공연을 코로나바이러스에 비유해 모욕하는 막말을 퍼부어 논란이 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BTS팬들을 중심으로 '인종차별'이라는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 방송국과 당사자는 사과에 나섰지만, 사과다운 사과가 아니라는 반박에 직면했다.
25일 현지언론에 따르면 독일 라디오방송인 '바이에른3'(bayern3)의 한 프로그램 진행자인 마티아스 마투쉬크는 전날 밤 방송에서 최근 BTS의 'MTV 언플러그드' 공연을 막말을 동원해 혹평했다.
MTV 언플러그드는 미국 음악전문방송인 MTV의 어쿠스틱 사운드 기반 라이브 프로그램이다. 너바나, 밥 딜런, 오아시스 등 전설적인 뮤지션들이 이 무대에 섰다.
BTS는 24일 방영된 MTV 언플러그드 무대에서 한국 가수로서는 최초로 공연했다.
이날 무대에서는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Coldplay)의 '픽스 유'(Fix You) 커버 무대를 비롯해 5곡의 라이브를 선보였다. 픽스 유는 치유와 위로의 메시지가 담겨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곡이다.
지민은 "작년 한 해 모두가 많이 힘들었을텐데, 이 곡을 듣고 저희는 위로를 많이 받았다"면서 "여러분 또한 위로를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커버를 준비했다"고 소개했다.
원곡자 콜드플레이는 방탄소년단의 커버 무대 영상을 자신들의 유튜브와 트위터 계정에 올리며, 한글로 '아름다운 BTS'라고 적고 방탄소년단의 SNS 계정을 태그하기도 했다.
[콜드플레이 트위터 갈무리] |
하지만, 마투쉬크는 BTS의 MTV 언플러그드 출연을 "모순적"이라고 평가하면서 "이 조그마한 오줌싸개들이 콜드플레이의 '픽스 유'를 커버했다고 잘난 척을 했다. 이는 "신성모독"이라고 비난했다.
더구나 마투쉬크는 "불쾌한 이들은 북한으로 향후 20년간 휴가를 보내야 할 것"이라고 거칠게 몰아세웠다.
특히 그는 BTS를 코로나바이러스에 비유하면서 "제기랄 코로나, (BTS에 대한) 백신이 나오는 데 희망적"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한국에 대해선 감정이 없다면서 "이 소년들이 한국 출신이라고 해서 나를 인종주의자라고 비난할 수 없다. 나는 한국 차를 가졌다"고 말했다.
이에 BTS 팬 등은 소셜미디어에 '#RassismusBeiBayern3' '#Bayern3Racist' 등의 해시태그를 올리는 등 마투쉬크의 발언을 인종차별이라고 대대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이 해시태그를 단 트윗은 120만개에 달한다.
[바이에른 3 방송의 입장문 갈무리=연합뉴스] |
그러자 바이에른3 방송은 26일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내고 "의견 표현 시 과장된 방법으로 흥분해 단어 선택에서 과했다"면서 "BTS 팬들에게 상처를 줬다"고 해명했다.
바이에른3은 그러나 "그가 어떤 의도도 없었다"면서 "단지 커버 버전에 대해 불쾌함을 표현하기를 원했을 뿐"이라며 진행자를 감싸고 나섰다.
그러면서 "마투쉬크는 과거 난민에게 도움을 주고 극우주의 반대 캠페인에 참여한 과거 행적을 볼 때 그가 절대적으로 인종주의, 외국인 혐오와 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에른3은 "많은 이들이 그의 발언에 상처받고, 인종차별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로, 우리는 이에 대해 사과한다"고 전했다.
마티아스 마투쉬크 [페이스북 팬페이지 갈무리=연합뉴스] |
마투쉬크도 입장문을 통해 "매우 유감이고, 진심으로 사과한다"면서 "아시아 공동체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인종적 모욕을 받았다는 것을 이해하고, 인정한다. 의도적인 것은 절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BTS팬들은 사과다운 사과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사과가 아닌 사과다"라고 말했고, K-팝 팟캐스트 '서울리파이드' 제작자는 "이 사과는 모든 피해자의 얼굴을 한 대 때리는 조롱"이라며 "결국 BTS에 대한 모욕이 아니라 일상적인 인종차별에 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lkbin@yna.co.kr
yulsid@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