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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외로운 늑대' 정청래가 사는 법…"왜 그러냐고? 원래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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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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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회의 입장 중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욕설을 했다며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2020.12.10/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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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는 외로운 늑대예요. 뭔가 수틀리면 사방 안 가리는 사람이에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2015년 5월11일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에 나와 이같이 말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의 최고위원이었던 정청래 의원과 주승용 전 의원 간 '공갈 발언 파문'과 관련해 논평하던 유 이사장이 정 의원을 평가한 대목이다.

'외로운 늑대'는 6년이 지난 2021년에도 여전하다. 정 의원은 4월 보궐선거 정국, 문재인 대통령의 코로나19 백신 1호 접종 논란, 신현수 사태 등을 거치며 특유의 '독설'을 내뿜고 있다.


'모두까기' 정청래…막말 파문도

정 의원은 1965년생으로 건국대(85학번)를 졸업했다. 대학 시절에는 학생운동에 투신했고, 1990년대에는 서울에서 학원을 운영했다. 노사모 활동 이후 2004년 정계 진출, 17대 총선에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다. 초기에는 '돌격대'로 불릴 정도로 정동영계의 핵심 인사로 활약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계에 등장한 이후로는 친문 성향을 줄곧 보여왔다.

정 의원은 3선을 하는 동안 굵직한 정치적 발자취를 남기기보다, 화려한 언변으로 대중들에게 각인됐다. '막말 파문'도 자주 일으켰다. 2015년 문재인 당시 당 대표와 각을 세우던 주승용 최고위원의 면전에서 "사퇴하지도 않으면서 사퇴할 것처럼 공갈치는 게 더 문제"라고 해 당을 위기에 몰았던 게 대표적이다.

그는 유시민 이사장의 말대로 당과 계파를 떠난 이른바 '모두까기'다. 참여정부 시절 정 의원이 유 이사장을 향해 "간신배"라고 했던 건 유명한 일화다. 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이승만·박정희 묘역을 참배했을 때 그는 불참했는데, 이와 관련해 "독일이 유대인의 학살에 대해 사과했다고 해서 유대인이 그 학살현장이나 히틀러의 묘소에 가서 참배할 수 있겠느냐"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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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도중 정청래 최고위원과 공개 석상에서 언쟁을 벌이다 퇴장하고 있다. 2015.5.8/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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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에도 현재 진행형인 '모두까기'

그는 올해도 '독설'을 주저하지 않는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문 대통령을 향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호 접종' 이슈를 꺼내자 "당신은 참 못나고 나쁜 사람"이라며 "국가원수가 실험대상인가. 국가원수에 대한 조롱이자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이후 '백신 1호 접종' 관련 정치권 논쟁에 불을 붙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도 정 의원의 단골 타깃이다. 안 후보가 '먼저 AZ 백신을 맞겠다'고 나서자 "내가 유 전 의원에게 (국민이 허락한다면) 같이 백신접종 하자고 제안했다. 내 말을 복사한 것인가"라며 "안도리코 카피 선생"이라고 쏘아붙였다. 안 후보의 TV토론에 대해서도 "실력의 진보가 없는 퇴물 같다"고 날을 세웠다.

이른바 '신현수 사태'로 문 대통령의 레임덕 가능성을 언급한 언론 보도에 대해선 "언론은 하이에나처럼 물고 뜯을 사냥감이 필요하다"며 "뒷골목 껌 씹는 불량배의 심보"로 비유했다.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문 대통령의 가덕도 신공항 부지 방문에 대해 야권이 "선거개입"이라 비판하자 "문재인은 박정희가 아니다. 대통령에게 괜히 시비 걸어 알량하게 표 얻을 생각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적도 많지만…'당 대포' 압도적 지지

그가 해온 '독설'만큼 정 의원은 '적'이 많다. 그렇다고 친노·친문 계파색이 강하지도 않다. '편'도 적다는 의미다. 3선 의원이지만 최고위원 외 굵직한 당직을 맡지 않았던 이유다. 2015년 '공갈 발언 파문' 당시 그에 대한 민주당 내 여론은 싸늘했다. '막말' 이미지는 20대 총선에서 컷오프(공천배제) 된 주된 원인으로도 거론됐다.

그래서 정치권에선 유 이사장의 "외로운 늑대"를 정 의원을 설명하는 적확한 표현으로 본다. 유 이사장은 "'정청래는 왜 그래'에 대한 저의 답은 '정청래는 원래 그래'다"라며 "정청래는 꼭 계파를 나눠서, 우리 편이 아닌 사람만 공격하는 게 아니다. 정청래와 싸우지 마라. 싸우면 손해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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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허경 기자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마포을 후보가 7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0.4.7/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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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정치인으로의 저력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2004년 이후 17년 동안 두 차례 낙선을 겪으면서도 현역 3선 의원으로 살아 돌아왔다. 힘의 원천은 여당 열성 지지층이다. 정 의원은 일찍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참여 정치에 공을 들여왔다. 지지층의 환호를 받을 수단으로 그의 '속 시원한 독설' 보다 나은 것을 찾기 힘든 것 역시 사실이다. 열성 지지층은 정 의원을 '당 대포'라고도 부른다.

지역구(서울 마포을) 관리 능력 역시 '달인' 수준이라는 평가다. 컷오프됐던 20대 총선 때도 손혜원 전 의원이 그의 지지에 힘입어 마포을에서 당선됐을 정도다. 여당 관계자는 "정 의원에 대해 약간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지역구 관리를 하는 것을 보고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됐다"며 "본받을 게 많은 정치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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