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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글로벌 담배사 줄줄이 구조조정…담배업계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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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환경 변화, 전반적 흡연율 감소세 영향

일반 소매점 중심 기존 영업조직 역할 감소

영업인력 감축·전환 등 구조조정 불가피

국내 담배사 KT&G도 영업망 변화 모색할 듯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글로벌 담배회사를 중심으로 담배업계에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고 있다. 흡연율 감소세와 담배 소비 환경 변화가 맞물리며 영업조직에 변화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이데일리

서울 시내 한 편의점 담배 매대 모습.(사진=연합뉴스)


외국계 담배회사 한국필립모리스는 최근 대리점 영업 인력을 40% 가량 감축했다. 대상은 한국필립모리스 유통 대행사 영유통, 삼양인터내셔널, 한미상사 등이다. 특히 영유통은 영업 직원 수를 178명에서 100명으로 약 44% 감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국필립모리스의 글로벌사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은 지난해 4월 전 세계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감안해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구조조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채 1년이 되지 않아 PMI의 한국지사인 한국필립모리스가 대대적으로 영업조직을 축소하고 나선 것이다.

다른 글로벌 담배사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BAT)와 재팬타바코인터내셔널(JTI)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27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BAT는 2019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글로벌 본사 차원에서 약 2300명 규모의 일자리를 줄였고, JTI의 모회사 일본 국영 담배기업 JT(재팬타바코)는 최근 본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1000여 명의 희망퇴직을 실시한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양사 각 한국지사인 BAT코리아와 JTI코리아도 이미 국내에서 영업조직 슬림화 등 기존 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다.

BAT코리아는 최근 영업조직을 재편하며 주요 판매거점을 중심으로 영업망을 집약하고 있다. 기존 영업인력 일부를 대신할 수 있는 콜센터를 통한 발주 시스템도 도입했다.

JTI코리아는 편의점을 제외한 대부분의 일반 소매점에는 영업사원 직접배송을 줄이고 우체국 택배 배송을 강화하는 등 영업 효율화를 모색 중이다.

이와 같은 영업조직과 방식의 변화는 결국 영업인력 감축과 조직개편 등 구조조정을 목표로 한다는 분석이다.

담배업계의 구조조정은 궁극적으로 장기적 흡연율 감소세에 따른 리스크 관리와 직결된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금연을 장려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꾸준한 담배 세율 및 가격 인상 방침에 따른 담배 소비 감소 전망이 지배적이다.

질병관리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성의 2019년 기준 ‘현재 흡연율’은 궐련 기준으로 역대 최저 수준인 35.7%를 기록했다. 대한민국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지난 2016년부터 40.7%→38.1%→36.7%→35.7%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타고 있다. 여성의 흡연율은 7% 수준이다.

반면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5일 발표한 ‘2021년 1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을 보면 지난달 전국 편의점에서 팔린 담배 품목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4%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도 1년 전보다 약 4.9% 늘며 편의점 판매 품목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흡연율은 감소하는데 담배 판매가 편의점에 집중되면서 담배회사 영업조직의 역할은 더욱 쪼그라들 수밖에 없었다.

동네마트와 구멍가게 등 일반 소매점은 개별 유통망을 통해 판매할 물건을 들여오는 방식이기 때문에 담배회사 영업사원들이 직접 자사 제품을 매대에 입점시키고 가져다주는 역할을 한다.

반면 대기업이 운영하는 전국 단위 편의점은 본사에서 담배 등 물품을 한 번에 취급해 자체 물류망을 통해 일괄 공급한다. 때문에 담배회사들의 영업 대상도 편의점 운영사이기 때문에 인력과 조직도 제한적이다. 대개 본사 차원에서 기업 대 기업(B2B)으로 법인영업을 한다.

결국 인력 규모로 대다수를 차지하는 담배회사 일반 소매 영업조직의 몸집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이러한 환경에 따른 영향은 국내 일반 궐련 담배(전자담배 제외) 시장에서 약 64%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국내 최대 담배회사 KT&G(033780)도 피할 수 없다.

KT&G는 다른 담배회사들과 달리 일반 소매점포 영업을 위해 대행업체를 쓰지 않고 모두 본사 소속 영업직원들이 직접 담당한다. 사내 노동조합을 통한 노사 협의 과정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인력과 조직 개편 등 구조조정이 상대적으로 어렵다.

현재 KT&G 내부에서는 당장 영업조직 감축 등의 움직임은 없지만, 달라지는 유통·소비 환경 트렌드에 맞는 효율적 변화를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편의점 등 B2B 영업과 최근 글로벌 진출 가속화에 따른 해외 영업 중심으로 조직 및 인력을 육성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금연 캠페인과 지속적 담배 세율 인상을 추진함에 따라 장기적으로 담뱃값은 상승하고 흡연율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변화하는 담배 소비 및 소매 환경에 맞춰 영업조직과 인력의 재편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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