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가덕신공항 당론’ 기권한 윤미향·양이원영, 금태섭처럼 징계 받을까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6일 국회 본회의 통과한 가덕신공항 특별법

민주당 내에서 윤미향·양이원영 기권 ‘소신’

2년 전 금태섭, 공수처법 기권 소신발휘했다가 징계

세계일보

가덕신공항 특별법을 민주당 내에서 기권한 윤미향 의원(왼쪽)과 양이원영 의원이 지난해 10월7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국정감사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강하게 밀어붙인 가덕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가덕신공항특별법)이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석 229명 중 찬성 181명으로 가결했다. 반대는 33명, 기권은 15명이었다. 지난해 11월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 백지화 결정을 내린 뒤 석 달여 만이다.

가덕신공항특별법은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당론’으로 결정한 중요 법안이었다. 지난해 11월26일 민주당은 당시 한정애 정책위의장(현 환경부 장관)과 부산·울산·경남 지역구 의원인 민홍철·최인호·전재수·박재호·이상헌·김두관 의원이 함께 특별법을 제출했다. 발의자 명단만 136명이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지도부에도 ‘당론’ 여부를 수차례 확인하는 등 법안 찬성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달 21일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은 가덕신공항에 찬반 당론을 신속히 밝히길 바란다”며 국민의힘이 반대할 경우 민주당 단독으로라도 2월 임시국회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런데 민주당이 무려 ‘당론’으로 추진한 사안에 ‘기권’을 행사한 의원들이 나왔다. 민주당 초선 비례대표 윤미향 의원과 양이원영 의원이다. 이들은 본회의 표결에서 기권을 행사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당론을 기권한 금태섭 전 의원이 징계를 받았는데 그 논리대로라면 윤미향·양이원영도 징계 대상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의견이 나온다.

◆당론에 소신 발휘했다고 징계 내린 민주당

민주당 당규 제7호(윤리심판원규정) 제14조 2항은 “당의 강령이나 당론에 위반하는 경우”를 징계 사유로 들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금 전 의원은 민주당 소속이던 지난해 5월 당 윤리심판원으로부터 이같은 이유로 ‘경고’ 처분을 받았다. 금 전 의원이 2019년 12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설치법안에 대해 기권표를 던져서다. 이 법은 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했는데 금 전 의원이 소신을 이유로 표결에서 기권을 행사한 건 ‘당론 위배 행위’라는 판단을 당이 내렸다.

2019년 12월 30일 당시 공수처 설치 법안은 이에 반대하는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불참 속에 찬성 160명, 반대 14명, 기권 3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금 전 의원은 공수처가 또 다른 권력기관이 될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대해왔다. 당시 민주당 소속으로 유일하게 ‘찬성’하지 않았다. 금 전 의원은 당시 본인이 소신을 지키는 것이 공수처 설치 법안의 통과 여부에 영향을 미친다면 찬성표를 던지지만, 그렇지 않다면 기권하겠다는 의사를 사전에 원내 지도부에 전달했다.

과반을 넘겨 무난히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금 전 의원은 소신에 따라 투표했다. 그런데 일부 민주당원들은 금 전 의원이 기권은 해당(害黨) 행위라며 징계요구서를 제출했다. 당론에 따르는 것은 국회의원의 의무인데, 이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당 윤리심판원은 가장 가벼운 수위라지만 ‘경고’ 징계를 의결했다. 금 전 의원이 재심 청구를 했고, 수개월을 기다려도 결론이 나지 않자 금 전 의원은 탈당했다.

세계일보

동남권 신공항입지를 부산 가덕도로 확정하는 내용의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29인 중 찬성 181인, 반대 33인, 기권 15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번 소신에는 어떻게 반응할까

시민단체들은 ‘그린 뉴딜’을 국정과제로 삼은 문재인정부에서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는 건 ‘모순’이라고 지적한다. 경실련은 26일 논평에서 “국토교통부가 추정한 가덕도 신공항 총비용은 28조6000억원에 이르나 그간의 국책사업으로 미뤄볼 때 그 이상이 들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엄청난 사업을 비전문가 집단인 국회에서 강행하는 것은 후대에 죄를 짓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도 성명을 내고 “대한민국 법체계를 일거에 무너뜨린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통과를 규탄한다”며 “여야가 손잡고 한국 역사의 비극적 선례를 남긴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환경운동연합 출신의 양이 의원은 당론이라고 하더라도 이 법안에 무조건 찬성표를 던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는 중앙일보 통화에서 “환경 단체를 대변해서 국회에 입성했기 때문에, 가덕도 신공항 건설로 인한 환경 오염 문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부산·울산·경남 경제 활성화를 위한 가덕도 신공항 취지 자체는 이해하지만, 환경 걱정도 컸다. 그래서 찬성도 아니고 반대도 아닌, 그 중간 기권표를 던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지난해 당론 발의 때 공동발의자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권표를 던졌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그는 환경단체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어 기권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은 민주당원들과 지도부에 달렸다. 지난해 12월 야당의 공수처장 추천 거부권을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한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때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본회의장에 앉아있었지만 표결에 불참했다. 기권을 한 셈이다. 조 의원은 공수처법 개정안 가결 뒤 기자들과 만나 “제 입장에 가장 부합하는 선택을 한 것이다. (지지자들 비판도) 제가 다 감당을 해야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 동료 의원들은 “이 법은 당론이 아니어서 금 전 의원 사례와는 다르다”고 조 의원을 보호해줬다.

하지만 양이 의원과 윤 의원이 기권한 법안은 명백히 ‘당론’이다. 일사불란을 요구하는 민주당에서 이들을 향해 금 전 의원에게 부여한 징계와 같은 결정을 내릴 것인지 관심있게 지켜볼 대목이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