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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배고픈 형제에 '공짜 치킨' 내어준 사장님 사연에…"돈쭐 내주자" 주문 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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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현지B 기자]

머니투데이

김현석 대표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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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프랜차이즈 점주가 형편이 어려운 형제에게 정을 베푼 사연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이 해당 지점에 주문과 응원 전화로 찬사를 전하고 있다.

2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치킨 프랜차이즈 '철인7호' 본사에 고등학생 A군(18)이 보낸 손편지가 화제가 됐다.

김현석 철인7호 대표는 익명의 학생이 보낸 A4 용지 2장 분량의 편지를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했다. 편지에 따르면 A군이 감사함을 전하고자 한 사람은 철인7호의 서울 홍대점을 운영하는 박재휘 대표다.

A군과 박 대표의 사연은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릴 적 부모를 잃고 할머니와 7살 어린 동생과 함께 살던 A군은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인해 일을 하던 음식점에서 해고된 뒤 생계에 어려움을 겪었다.

사실상 가장 역할을 해야 했던 A군은 나이를 속여가며 택배 상하차 업무 등으로 생활비를 벌었다고 했다. 그러던 지난해 어느날 A군은 어린 동생이 계속 치킨을 먹고 싶다고 보채 결국 거리로 나왔으나 가진 돈 5000원으로 치킨을 먹을 수 있는 곳은 없었다.

그렇게 형제가 거리를 배회하던 사이 철인7호의 박 대표는 쭈뼛거리는 A군을 보고 이들을 흔쾌히 들어오라고 한 뒤 치킨 세트를 크게 대접해주었다. 이후 A군의 동생은 형 몰래 박 대표가 운영하는 치킨집을 몇 번 더 방문했고 박 대표는 그때마다 치킨을 만들어주었다. 한 번은 미용실에서 동생의 머리를 깎여서 돌려보내기도 했다.

A군 형제는 죄송스러운 마음에 그 이후부터 해당 지점에 발길을 끊었다. 하지만 A군은 편지에서 "뉴스에서 요즘 자영업자들이 제일 힘들다는 말이 많이 들려 철인 7호 사장님은 잘 계신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고 밝혔다.

A군은 이어 "처음 보는 저희 형제에게 따뜻한 치킨과 관심을 주신 사장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앞으로 성인이 되고 돈 많이 벌면 저처럼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며 살 수 있는 사장님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며 글을 맺었다.

이 사실이 밝혀지자 네티즌들은 '돈쭐'(돈으로 혼쭐)을 내줘야 한다며 해당 지점에 치킨을 주문하고 선물을 보냈다. 해당 지점은 현재 주문이 폭주해 영업 중단 사태까지 이르는 등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박 대표 이날 배달앱 '사장님 한마디'에 글을 올려 "어느 날과 다름없이 가게 생각에 잠 못 들고 뒤척이다가 아침 해가 다 뜨고 나서야 잠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계속 울리는 전화벨에 눈을 뜨게 됐고 지금까지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해당 지점에는 응원 전화와 댓글이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돈쭐내주시겠다며 폭발적으로 밀려들어 오는 주문과 매장으로 찾아주시는 많은 분의 따뜻한 발걸음, 주문하는 척 들어오셔서는 선물을 주고 가시는 분들, 심지어 좋은 일에 써달라면서 소액이라 미안하다며 봉투를 놓고 가시는 분도 있다"면서 "제가 대단한 일, 특별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많은 분의 칭찬과 소중한 마음들 감사히 받아 제 가슴 속에 평생 새겨두고 항상 따뜻한 사람, 선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겠다"면서 "평생 잊지 못할 하루를 선물해주신 여러분께 고개 숙여 감사하단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배달앱에 "밀려드는 주문을 다 받자니 100% 품질을 보장할 수 없어 영업을 잠시 중단한다. 빠른 시간 안에 돌아오겠다"고 적어둔 상태다.

<편지 전문>

안녕하세요. 저는 마포구 망원동에 살고 있는 18살 평범한 고등학생입니다.

이렇게 편지를 보내는 이유는 철인 7호 사장님께서 베풀어주신 잊지 못할 은혜와 사랑에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에 다시 찾아뵙기도 하고 전화도 드렸지만 계속 거절하셔서.. 무슨 방법이 있을까 고민했고 인터넷에 철인 7호를 검색했습니다.

비비큐나 교촌치킨 같이 전국에 여러곳이 있는 가게구나 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런 식으로라도 철인 7호 사장님께 감사 말씀 드리고 싶어서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저는 어릴 때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시고 몸이 편찮으신 할머니와 7살 어린 동생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코로나 바이러스가 심해지면서 알바하던 돈가스 집에서 잘리게 되고 지금까지도 이곳저곳 알바 자리를 알아보고 있지만 미성년자인 제가 일할 수 있는 곳은 없었습니다. 나이를 속여 가끔 택배 상하차 일을 해서 할머니와 동생의 생활비를 벌어가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힘이 들지만 동생과 할머니와 제가 굶지 않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어느날 동생이 제게 집에 와서는 치킨이 먹고 싶다며 울며 떼를 써서 우는 동생을 달래주려 일단 바깥으로 데리고 나왔고 치킨집만 보면 저기 가자고 조르는 동생을 보니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집 근처 치킨집에 들어가 조금이라도 좋으니 5천원에 먹을 수 있냐 하니 저와 동생을 내쫓으셨습니다. 망원시장에서부터 다른 치킨집도 걸어서 들어가봤지만 다 먹지 못했습니다.

길을 걷다 우연히 철인 7호 수제치킨 전문점이라는 간판을 보게 되어 가게 앞에서 쭈뼛쭈뼛하는 저희를 보고 사장님께서 들어오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제 사정을 말씀 드렸더니 사장님께서 포장은 안되고 먹고 가라고 하셔서 얼떨결에 자리에 앉게 되었고 메뉴 이름은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난리세트라는 메뉴를 저희에게 내어 주셨습니다.

딱 봐도 치킨 양이 너무 많아 보여 사장님께 잘못 주신 것 같다 라고 말씀 드리니 치킨 식으면 맛없다며 콜라 두병을 가져오시더니 얼른 먹으라고 하셨습니다. 혹시나 비싼걸 주시고 어떻게서든 돈을 내게 하려는건 아닌지 속으로 불안했지만 행복해하며 먹는 동생을 보니 그런 생각은 잊고 맛있게 치킨을 모두 먹었습니다.

그제서야 저는 계산할 생각에 앞이 캄캄해졌고 나쁜 생각이지만 동생 손을 잡고 도망갈 생각도 했습니다. 사장님께서는 활짝 웃으시면서 맛있게 먹었어? 라고 물어보셨고 이것저것 여쭤 보시길래 잠깐 같이 앉아 대화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외모와 다르게 정이 많으신 분 같았고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참 따뜻했습니다.

치킨 값은 영수증을 뽑아둘테니 나중에 와서 계산하라고 하시며 사탕 하나씩을 주시고는 그래도 5천원이라도 내려는 저를 거절하시더니 저희 형제를 내쫓듯이 내보내시더군요. 너무 죄송해서 다음날도 찾아뵙고 계산하려 했지만 오히려 큰소리를 내시며 돈을 받지 않으셨습니다. 얼마만에 느껴보는 따뜻함이였는지 1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생생히 기억이 납니다.

그 이후에 동생이 언제 사장님께 명함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저 몰래 사장님께 찾아가 치킨을 먹으러 갔다고 자랑을 하길래 그러지 말라고 동생을 혼냈습니다. 그때도 사장님이 치킨을 내어주셨던 것 같습니다. 어느날은 덥수룩하던 동생 머리가 깨끗해져서 돌아온 걸 보고 복지사님 다녀갔냐 물어보니까 알고 보니 치킨을 먹으러 간 동생을 보고 사장님께서 근처 미용실에 데려가 머리까지 깎여서 집에 돌려 보내신 것이였습니다.

그 뒤로는 죄송하기도 하고 솔직히 쪽팔리기도 해서 찾아 뵙지 못하고 있습니다. 뉴스 보니 요즘 자영업자들이 제일 힘들다 그렇다 여러가지 말들이 많이 들려 철인 7호 사장님은 잘 계신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됩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막상 볼펜을 잡으니 말이 앞뒤가 하나도 안 맞는 것 같고 이상한 것 같아요. 이해 부탁드릴게요. 다만 제가 느낀 감사한 감정이 이 편지에 잘 표현되어 전달되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처음 보는 저희 형제에게 따뜻한 치킨과 관심을 주신 사장님께 진짜 진심으로 감사하단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앞으로 성인이 되고 돈 꼭 많이 벌어서 저처럼 어려운 사람들 도와주며 살 수 있는 철인 7호 홍대점 사장님 같은 멋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김현지B 기자 localb1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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