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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사회] '범죄자 변호사'와 '범죄자 의사'가 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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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범죄 저지른 의사 면허 자격 제한' 의료법 개정안에 반발

변호사 등 대부분 전문직 범죄자 자격 제한 법률로 규정

의료법, 의료관련 법률 위반한 경우에만 면허 제한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존재하는 법이 때로는 갈등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법과 사회’에서는 사회적 갈등, 논쟁과 관련된 법을 다룹니다.

“백신접종에 대해 협력하지 않겠다.”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의 최대모임인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한 말입니다. 금고 이상 형을 확정받은 의사 면허를 박탈하는 의료법 개정 조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의협은 이번에 국회에서 나온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형평성 위배, 과도한 금지” 등의 문제를 지적합니다. 이같은 주장의 타당성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다른 직업군과 비교해보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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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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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서는 ‘과잉금지의 원칙’ 또는 ‘비례의 원칙’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원칙으로 작용합니다.

직업 면허를 제한하는 것과 같은 ‘기본권’ 제한 장치가 지나쳐서는 안되며 다른 비교군과 비교해 형평성을 어겨서도 안된다는 것입니다. 헌법재판소도 이 ‘과잉금지의 원칙’을 기본권 제한 법률 위헌성 심사에서 핵심적인 기준으로 삼습니다.

의협은 국회가 이번에 낸 의료법 개정안도 이같은 과도한 기본권 제한 금지 원칙을 어겼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다른 직업군의 자격 제한 규정을 들여다보면 의협 주장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대표적 전문직종인 변호사의 경우 1949년 변호사법 제정 당시부터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자’는 변호사로 등록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형 집행이 끝난 뒤 5년이 지나야 변호사 등록을 다시 할 수 있습니다. 의료법 개정안은 이같은 변호사 등록 제한 규정과 상당 부분 유사한 방식으로 의료인 면허를 제한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변호사의 등록제한 규정은 또 다른 전문직인 공인회계사와 법무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노무사도 수준은 조금 약하지만(집행종료 뒤 3년 후 재취득 허용) 금고 이상 실형을 받은 자에 대한 면허를 제한합니다.

이밖에 감정평가사, 세무사, 관세사, 변리사 등 그 자격의 취득에 고도로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해야 하는 것으로 이해되는 상당수 전문직종에 범죄에 따른 자격 제한 규정이 법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오히려 ‘비례의 원칙’을 따져봐야 하는 것은 의료법 개정안이 아닌 ‘보건범죄단속 특별조치법’을 위반한 경우에만 의료인 면허를 제한하는 현행 의료법이 아닌지 합리적 의심이 제기됩니다. 개정안이 의료인에 대한 차별이 아니라 오히려 현행 의료법이 의료라는 매우 특수한 직종군에 대한 특혜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물며 변호사의 경우 자격자 외의 행위를 금지하는 면허(license)가 아닌 행위의 수준만을 보증하는 자격증(certification)을 받는 직종으로, 직무 자체의 책임성·엄격성에 대한 요구는 오히려 의사가 더 높다고 봐야 합니다. 한마디로 현행 의료법은 더욱 높은 도덕적 책무가 요구되는 직종에 더 헐거운 자격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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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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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열거된 전문직과 매우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지방자치제도 하의 이장·통장·반장 등도 대부분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자에 대해 결격 사유를 두고 있습니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이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처방을 내리고 수술대에 오르는 것과는 크게 대조됩니다.

지난해 의협은 의료공공성 강화에 반대해 집단휴진, 의대생 국시 거부 사태를 일으켜 집단이기주의라는 비난을 한몸에 받았습니다. 이번 파업 방침에 동조 여론을 찾아보기 힘든 것 역시 같은 맥락일 것입니다. 정부가 시험법을 개정하면서까지 응시 거부 의대생을 구제해 준 상황에서 의협은 이번 파업도 해 볼만하다고 여겼는지 모릅니다.

다만 일관된 비판 여론은 과거처럼 의사라고 해서 한결같은 편의를 얻을 수 있는 시대는 끝났음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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