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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연실색' 실손보험료 265% 인상 폭탄…도대체 어떤 경우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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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갱신주기 한꺼번에 반영…경영관리대상 일부 보험사 인상률 높아

의료쇼핑 성행·상품 설계 잘못, 손해율 치솟아…선량한 가입자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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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광주 남구 광주기독병원 본관 1층 업무창구에서 환자들이 진료 접수를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2020.12.21/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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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인천에 사는 이모씨(67)는 최근 흥국화재로부터 실손보험 갱신 안내문을 받아들고 눈을 의심했다. 5년만에 갱신되는 월 실손보험료가 오는 3월부터 3만6247원에서 13만2105원으로 무려 264.5% 오른다고 통보받았기 때문이다.

이씨는 "흥국화재 본사는 이번 인상이 금융감독원에서 인정하고 허가한 부분이라고 문제가 없다는 식"이라며 "보험회사의 설계 잘못을 가입자에게 고스란히 부담시키고 책임지는게 없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5년치 반영+연령따라 인상폭 커져…경영관리대상 흥국화재 인상률 높아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사들은 오는 4월부터 구(舊) 실손보험의 보험료를 15~19% 인상할 예정이다. 흥국화재의 인상률 역시 이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씨의 인상률이 이 수치를 훌쩍 뛰어넘어 보험료 폭탄을 맞은 이유는 갱신주기가 5년으로 지난 5년치의 인상률이 한꺼번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다만 이를 고려해도 264%는 이례적인 경우다. 금융당국은 매년 실손보험료 변동 폭이 '±25%'를 넘어서지 않도록 보험업감독규정으로 제한하고 있다. 더군다나 이는 상한선일 뿐 최근 몇 년간 주요 보험사들은 금융당국의 엄격한 관리 속에 20%를 넘기기도 힘들었다.

흥국화재가 유독 높은 인상률을 적용할 수 있던 이유는 이 규정의 예외 대상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흥국화재와 한화손해보험, MG손해보험 등과 같이 수익성 악화로 경영개선이 필요한 손보사들에 대해선 금융당국이 25% 이상의 인상률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2016년부터 비상경영에 들어간 흥국화재는 실손보험료를 그 해 44.8%, 2017년 21.1%, 2018년 동결, 2019년 21.8%, 2020년 22.1% 올려왔다. 꾸준히 20%를 넘긴 것이다.

이를 누적해서 반영하면 이미 100%를 넘어선 데다가 보험사는 성별이나 연령대, 과거 병력 등에 따라 인상률을 차등한다. 장·노년층 남성은 상대적으로 더 큰 인상률을 적용받게 된다. 특히 60대에 접어들면 연령 요인으로만 5년간 100% 이상의 인상률을 추가로 적용받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60대 남성이 5년 만에 250%가 넘는 인상률을 받아들게 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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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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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실손, 자기부담률 높아 의료쇼핑 여전히 성행…선량한 가입자 피해

이씨가 가입한 상품이 손해율이 가장 높은 구실손이라는 점도 보험료 폭탄의 원인이다. 실손보험은 지난 2009년 10월 이전에 판매된 '구실손보험', 이후 2017년 3월까지 판매된 '표준화실손보험', 2017년 4월부터 판매된 신(新)실손보험 등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최신 상품으로 갈수록 보험료는 싸지만 자기부담금 비율이 높아진다.

이번에 구실손은 15~19%의 인상률이 적용됐지만 표준화실손은 10%대 초반, 신실손보험은 동결됐다. 인상률이 다른 이유는 상품별로 손해율이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구실손의 손해율은 지난해 상반기 142.2%를 기록했다. 보험료로 100만원을 받아 142만2000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했단 의미다. 표준화실손 손해율은 132.2%, 착한실손의 경우 105.2%다.

이처럼 손보사들의 실손보험이 적자 상태를 오랜 기간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일부 가입자의 '의료 쇼핑' 영향이 결정적이다. 일부 환자와 의사들이 비급여 위주로 과잉 진료를 받거나 유도하는 현상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가입자 셋 중 둘(65.7%)은 한 해 보험금을 한 푼도 안 받는데도 병원에 자주 가는 상위 10%가 전체 보험금 절반 이상(56.8%)을 타는 구조다. 특히 구실손의 경우는 자기부담금이 없어 의료쇼핑의 주요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실손보험이 이미 ‘팔면 팔수록 손해나는’ 보험이 됐기 때문이다. 실손보험은 국민 중 3800만명이 가입한 그야말로 국민보험이다. 그러나 2017~2020년 쌓인 적자만 6조2000억원이다. 특히 경영난이 심화하고 있는 흥국화재와 같은 손보사들은 손해율이 평균보다 높고 실손보험에서 나오는 적자도 크다. 흥국화재의 지난해 순이익은 227억원으로 전년 대비 40.9% 감소했다.

◇상품 설계 잘못하고 판매 급급 후폭풍…4세대실손도 대안 못돼

다만 보험사들이 수익성 하락을 명분으로 상품을 뜯어고치고 가격을 올리는 데만 집중하는 게 옳으냐는 반론도 많다. 애초에 설계가 잘못된 상품을 파는 데만 집중해 현재와 같은 적자구조를 만든 게 결국 보험사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이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올해 보험사들이 요구하는 실손보험 인상률의 30~40% 수준만 반영하도록 권고한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3배 가까운 인상률을 막을 근본적인 방법은 사실상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자기 부담률을 높인 표준화보험 출시 당시 기존 보험(구실손)이 잘 팔린다는 이유로 이를 반대했을 만큼 현재 구실손의 높은 손해율은 보험사들의 책임이 큰 게 사실"이라면서도 "보험사들이 약관과 법령 수준에서 인상률을 결정했다면 막을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뜻을 모은 게 오는 7월 출시하는 4세대 실손이다. 4세대 실손에는 자동차 보험처럼 병원을 덜 이용하면 보험료가 할인되고, 더 이용하면 할증이 붙는 내용이 포함됐다. 보험금 청구가 거의 없는 선량한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다만 급여의 10%, 비급여의 20%, 특약의 30% 등 자기부담금이 크다. 60대에 접어들어 본격 의료 이용량이 많아지는 가입자가 갈아타긴 어려운 구조여서 현실적 대안은 아니다.

보험업계는 정부가 실손보험 손해율 상승의 주범인 비급여 관리 체계 손질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손해보험협회는 올해 초 백내장 다초점렌즈삽입술과 영양·미용주사 등 과잉진료 우려가 제기되는 실손보험 비급여 항목에 대해 정부에 관리강화를 건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일부 병원에선 환자가 방문하자마자 실손보험 가입 여부를 묻고 의료쇼핑을 체계적으로 권유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을 방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songs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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