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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재보선 전 내가 사라질 수도" 김종인 묘한 발언의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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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서울시장 예비후보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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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ㆍ7 재보선 전에 사라질 수도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4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한 이 발언이 묘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당시 “상황을 보고 (비대위원장을 그만둘지) 판단할 것”이라고 밝힌 김 위원장은 “서울 후보 단일화 과정을 염두에 둔 것이냐”는 질문에 “돌발적인 상황이라는 건 나 혼자 생각하는 거고, 정상적으로 갈 거니 너무 관심 갖지 마시라”고만 했었다. 이와 관련해 28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김 위원장은 이런 문답을 주고받았다.

Q : 안철수 대표가 최종 단일후보가 될 경우 사라질 수 있다고 한 건가.

A : “안 후보로 단일화된다고 해서 사라진다고 이야기한 적은 없다.”

Q : 국민의힘 후보가 단일후보가 안 됐을 경우를 상정한 건가.

A : “국민의힘 후보가 단일후보가 안 된다는 걸 상상해본 적이 없다. 연결할 필요 없다.”

Q : 어떤 경우인가.

A :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문재인 정부의 지난 4년을 유권자들이 견제하고 심판하지 않으면 나라의 장래가 걱정스럽다는 게 다수 의견이라 생각한다.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정당이 어디냐는 걸 생각할 때, 유권자들은 어느 특정인을 놓고 판단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3지대 후보가 되는 걸 상상할 수 없어서, 당연히 우리 당 후보로 단일화돼서 보궐선거를 마칠 수 있다는 게 내 소신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마지막 답변은 한마디로 “안철수 개인이 아닌, 국민의힘이 문재인 정부 견제의 주역”이라는 말로, “사라질 수 있다”는 발언은 야권 후보 단일화와 관련한 배수의 진을 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발언이 제1야당 후보가 야권의 대표주자가 돼야 한다는 당위론과 자신이 이끄는 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못 내는 최악의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안 후보가 야권 대표주자가 된다는 것은 곧, 현역 의원 102명인 정당이 3명인 정당에 ‘먹히는’ 격이 된다.

이외에도 정치권에선 안철수 후보에 대한 김 위원장의 개인적인 평가가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그간 김 위원장은 안철수 후보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경우가 없다시피하다. “국민의힘을 만만하게 봤다”라거나 “10년 전과 바뀐 게 없다”고 평가절하하곤 했다.

이런 사정때문에 만에 하나 안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가 된다면 김 위원장의 활동 공간은 확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있다.

그래서 이번 김 위원장의 말을 두고 야당 일각에선 "개인적인 퇴로를 열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만약 ‘야권 단일 후보 안철수’의 그림이 그려지고,그가 본선에서 이기더라도 김 위원장은 웃기 힘든 상황이다. 영남지역의 한 중진 의원은 “지난해 추대 당시 재보궐 선거까지 맡기지 않으면 비대위원장을 하지 않겠다던 이가 김 위원장”이라며 “절체절명의 순간인데 선거 전에 직을 던질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무책임함의 극치”라고 말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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